젠틀맨 & 플레이어
조안 해리스 지음, 박상은 옮김 / 문학동네 / 2011년 11월
평점 :
절판


선 넘어, 어디까지 가봤니? - 젠틀맨 & 플레이어

 

교육학 시간에 배운 기억이 난다.
'문법학교' 학교가 생기기 시작한 이래 가장 오랜 전통을 가진, 취직이 아닌 학문 탐구를 목적으로 진학하는, 귀족들의 학교. 영국의 문법학교는, 나의 이미지로 그려지기를, 고성같은 분위기에 교복을 입고 우아하게 걷는 학생들과 예를 지키는 선생들이 있는 곳이다.

 

이 소설의 주인공도 그런 풍경을 그렸던 것일까. 문법학교의 수위인 아버지를 둔 주인공은 '선'을 넘고싶은 열망에 휩싸인다. 계층이 다른 그들의 세계로 들어가는 보이지 않는 선. 한 번이 어렵지 두 번은 쉽다는 이야기는 스킨쉽에만 한정된 건 아니었나보다. 담을 넘고 숲을 지나 문법학교로, 들어가며 주인공은 점점 그들에 동화되고싶어하는 자신을 발견한다.

 

게임처럼 진행되는 소설은 어느 쉴 곳 하나 없이 급박하게 흐른다. 교사가 되어 문법학교로 돌아온 주인공이 문법학교를 전복시키려 계획을 짜고, 학교가 혼란에 빠지는 그 순간. 그의 복수는 무엇을 향한 것이었을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난반사 블랙펜 클럽 BLACK PEN CLUB 23
누쿠이 도쿠로 지음, 김소영 옮김 / 문학동네 / 2011년 12월
평점 :
품절


이걸 운명이라고 해야 하나, 아니면 모두의 잘못이라고 해야하나.

 

큰 바람에 가로수가 쓰러지고, 그 밑에 있던 아이가 죽는다.


한 아이의 죽음 앞에 선 아버지는 그 침통함 앞에서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한다.
그 나무가 왜 쓰러졌는지, 공원관리과의 사람은 왜 그 나무만 점검하지 않았는지(못했는지), 하필 그 날 그 시간의 엠뷸런스가 지나는 도로는 왜 그리도 막혔는지, 가까운 병원의 응급실은 왜 만원이었는지. 그 모든 요소들이 내 아이를 죽였다고 생각하는 것은 과대망상일지.

 

추리소설이라기보다는 아이러니컬한 사회의 단면을 보여주는 소설.


다 읽은 후엔 묘한 기분을 느끼게 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브라더 선 시스터 문
온다 리쿠 지음, 권영주 옮김 / 문학동네 / 2012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브라더 선, 시스터 문

 

내 20살의 기억의 대부분은 낡은 학생회관과 어두운 암실이다.


학생회관은 낡고 너저분했지만, 오후의 햇살이 참 좋았다. 고등학교때와 달리 '수업에 들어가기 싫은 날'이라는 특권이 존재했기에 그곳에서 한껏 시간을 낭비할 수도 있었다. 그 무엇도 결정된 게 없음에도 갑자기 시간은 주어져서, 아마도 나는 이렇게 넘쳐나는 시간을 어쩌면 좋을지를 잘 정할 수 없었던 것 같다.

 

그 때는 아무 느낌도 없이 흘려보냈던 시간이, 지금은 많이 그립다. 그렇다고 돌아가고 싶을 정도는 아니지만 어쩐지 너무 빨리 깨버린 아쉬운 꿈 같아서 괜스레 다시 잠들어보고 싶은 그런 느낌인 거다.

 

<브라더 선, 시스터 문>은 그 시간에 관한 이야기다.
아무것도 아닌 채로 생각 없이 흘려보낸 시간들이 모이고 쌓여서 어떻게 되는지.
나중이 되어 생각했을 때엔 어쩐지 희미하게 기억나는 사소한 시간들에 대한 이야기. 그 안에서 겹쳐져 있는 세 명은 각각의 기억 속에 또한 각각으로 존재한다.

 

'대학생이라는 존재는 좀 더 어른일 줄 알았는데, 예전에 고등학생은 좀더 어른일 거라 생각했던 것과 마찬가지로 알고 보니 어른이 아니었다. 책이나 영화에서 보던 열일곱 살도 실제로 되고 보니 대단히 시시했던 것처럼, 스무 살은 그보다 한층 더 별볼일 없었다.'

 

세 명의 화자. 세 개의 기억.
어쩐지 우연치않게 각각 작가, 베이시스트, 영화 감독이 된 이들의 세 개의 기억은 그들의 직업처럼 특별하지도 않고 무겁지도, 가볍지도 않다. 그리하여 이 책은 이들의 기억이자 우리가 마음 한 켠에 꾸깃꾸깃 구겨 넣었던 꿈이다.

 

나도,
말로 만들어 보이기엔 너무 거창하고 허황된 것 같은 꿈이 스무 살의 일상 속에 있었다. 낭비와 낭만 사이의 스무 살이 지나고 있는지도 모른 채 갖고 있던 작은 소망같은 것이 구겨질대로 구겨져 마음 속에서 굴러다닐때면, 구깃한 모서리가 가끔 마음벽을 찔렀다. 그 따가움을 못내 이기지 못해 책의 주인공들은 꿈을 꺼내어 편다.


이 책이 어떤 사람에게도 모종의 동질감을 느끼게 해 주는 이유는 한 켠에 있던 따가움을 보여줘서다. 일상 속에 파묻혀 보이지 않았으나 이 책을 통해 본다. 희미하나 남아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탐정은 바에 있다 스스키노 탐정 시리즈 1
아즈마 나오미 지음, 현정수 옮김 / 포레 / 2011년 12월
평점 :
절판


피식거리다가 웃다가 긴장하다가, 끝내 시원하게 덮게 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탐정은 바에 있다 스스키노 탐정 시리즈 1
아즈마 나오미 지음, 현정수 옮김 / 포레 / 2011년 12월
평점 :
절판


추리소설은 이야기가 강조되기 마련이다.
그러나 이 추리소설에서 매력적인 캐릭터를 놓치고 지나간다면, 그것만큼 또 책을 잘못 읽은 경우는 없으리라.

 

바에서 사건을 기다리는 탐정(엄밀히 말하자면 사건이 그를 찾아온 것이지만)은 술꾼에 유머를 갖춘 센스쟁이. 거기다 왠지 쿨하게 잘생겼을것만 같은 외모는 정말이지 이 소설이 왜 일찌감치 만화책이나 영화로(영화는 일본에만 나와있다고)만들어지진 않았는지 궁금하게 한다.

 

이 책에 나오는 캐릭터의 개성을 강조하지 않더라도 이야기 자체의 매력도 충분하다.
사회적 문제를 이야기하는 은근한 시선. 사라진 여인을 찾기 위한 그의 열정(평소엔 쿨하다 일할땐 멋진 이남자). 이 모든 것이 추리소설을 사랑하는 여성독자를 흔들기에 충분한 것이다.

 

또한 표지 이야기를 아니할 수 없다.
어쩜 그렇게도 겨울과, 삿포로와, 삿포로의 뒷골목과, 눈오는 거리를 뒤로하고 빨리 안으로 들어가고 싶은 그 심정까지 딱 맞는 표지를 만들어낼 수 있었을까.

아아, 귀엽고 재미있는 추리소설이라는 말로는 부족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