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67
찬호께이 지음, 강초아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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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대만 추리소설 하니 생소하지만, 올해 본 소설 중 최고였습니다. 홍콩의 역사와 사회상 비판, 본격 추리와 스릴러, 액션까지 모든 면 하나도 놓치지 않은 수작입니다. 그리고 단편 하나하나의 규모가 웬만한 장편 못지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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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괴 엘릭시르 미스터리 책장
다카기 아키미쓰 지음, 이규원 옮김 / 엘릭시르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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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괴, 특히 미성년자 유괴 살인이라는 범죄는 수많은 사람들을 분노하게 만들었습니다. 특히 1932년에 있었던 린드버그 유괴 사건은 미국에서 가장 유명한 범죄 중 하나가 되었죠. 아이의 아버지가 최초로 대서양을 비행기로 횡단한, 린드버그라는 점에서도 그렇지만 아이를 유괴한 날 밤에 살해하고도 두 달이나 끌면서 몸값을 요구한 범인의 뻔뻔함 때문이기도 합니다.

 

이 작품은 일본에서 실제 있었던 유괴 사건을 바탕으로 만들어졌습니다. 도입부, 유괴 살해 사건의 범인인 기무라가 법정에 섭니다. 여기서 정체는 언급되지 않지만 어떤 사람이 나타나 그 재판 과정을 하나하나 지켜봅니다. 이 기무라의 유괴 사건은 그에게는 일종의 벤치마킹(?)으로서, 그 재판 과정을 보고 비슷한 방법으로 자신도 유괴를 하려던 것입니다.

얼마 후, 이름난 부자인 이노우에 집안의 아들이 유괴당합니다. 하지만 이노우에는 재산을 모으는 과정에서 워낙 많은 사람들의 원한을 샀기 때문에 몇몇 사람들은 범인 쪽을 옹호하기도 합니다. 범인은 많은 몸값을 요구하고 경찰이 추적해 나가지만 가는 길에 몸값은 감쪽같이 없어지고 맙니다. 며칠이 지나도 아이는 소식은커녕 죽었는지 살았는지도 모릅니다.

 

이 작품은 다카기 아키미쓰가 만든 캐릭터 중 하나인 하쿠타니 센이치로 변호사가 등장하는 법정물입니다. 법정 장면이 중간 중간에 계속 나오며 유괴 사건 재판과 이 모방 범죄에 대한 수사 과정이 번갈아가며 진술되는 구성입니다. 변호사이자 명탐정인 하쿠타니의 활약이 돋보이고, 범인이 유괴 사건을 통하여 얻으려 했던 것을 얻는 수단 또한 감탄할 만합니다.

아쉬운 점은 마지막에 범인을 잡는 방법이 조금 뜬금없고, 범인의 유괴 동기가 단지 등장인물의 짐작과 전혀 어긋나지 않으며 그만큼 갑자기 잡힌다는 느낌이 든다는 점입니다. 더욱이 교묘하게 계획을 짠 범인이 그렇게 기본적인 실수를 저지른다는 점도 어색해 보였습니다.

유괴는 추리작가로서는 매우 다루고 싶은 소재 중 하나가 될 수 있습니다. 일종의 예고 범죄로서 범인이 자신을 드러내야지만 목적을 이룰 수 있는 방법이니까요. 돈을 전달받을 때 그 주변에 경찰이 매복하고 있을 위험이 있으니, 범인으로서는 고도로 머리를 써야 할 것입니다. 그런 면에서 일본을 대표하는 천재 추리작가 중 하나인 다카기 아키미쓰의 유괴 소설이라는 점에서도 볼 가치가 있습니다. 앞으로도 다카기의 작품이 더 많이 소개되기를 희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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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자 소녀
미셸 뷔시 지음, 임명주 옮김 / 달콤한책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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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셸 뷔시의 <그림자 소녀>가 나왔습니다. 지리학과 교수이자 정치학자이기도 한 저자는 프랑스에서는 가장 유명한 추리작가 중 한 명이지만 우리나라에는 처음 소개되는군요. 1980년과 1998년을 번갈아 가며 기술되는 이 이야기는 진정 가족이란 무엇인가 하는 질문을 던지고 있습니다.

 

1998, 그랑독이라는 탐정이 자신의 집에서 자살을 결심합니다. 그는 지난 18년 동안, 즉 자신이 찾던 아이가 성인이 될 때까지 사건을 조사하였습니다. 그런데 그는 1980년의 비행기 사고 신문기사를 책상 위에 올려놓고 자살하기 직전, 그 신문에서 그 동안 찾지 못했던 하나의 단서를 발견하고 벌떡 일어나고 맙니다.

1980, 프랑스와 스위스 국경의 쥐라 산맥에 비행기 한 대가 추락하였습니다. 승객 전원이 사망했고 생후 3개월 된 아기 하나만이 살아남았죠. 그런데 문제는 그 아이가 과연 누구의 아이인가였습니다. 재벌가의 손녀인 리즈로즈인가, 아니면 가난한 집안의 손녀인 에밀리인가죠. 요즘이라면 유전자 검사로 쉽게 알아낼 수 있었겠지만 1980년대만 해도 그런 검사가 발달하지 않았습니다. 언론에서는 그 아이가 자신의 손녀라고 주장하는 두 집안의 싸움을 취재하며 그 여자아이를 리즈로즈와 에밀리를 합쳐 릴리라 부릅니다. 결국 언론에 대한 호소로 인하여 결국 아이는 가난한 집으로 가게 됩니다. 하지만 그 이야기는 끝이 아니었습니다. 그리고 1998, 그 일과 관련된 살인사건이 연이어 일어나죠.

 

이 이야기는 가족에 대한 사랑보다는 집착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이며, 등장인물 모두 큰 상처를 받는 모습이 잘 그려져 있습니다. 1998년에 계속 일어나고 있는 살인사건의 범인의 정체도 마음에 들었습니다. 거기다 과거와 현재의 시점이 절묘하게 교차하고 그랑둑의 일기를 통해 수사 과정이 드러나면서도 이야기는 어수선한 느낌이 없이 잘 이어지고 있습니다. 특히 막판의 거듭된 반전도 훌륭합니다. 마지막 반전은 뻔하다고 할 수 있지만 오히려 마음에 들었습니다.

아쉬운 점은 여러 반전 중 하나는 단서가 조금 부족하다는 점입니다. 관련 등장인물도 너무 나중에 등장하고요.

프랑스 스릴러에 관심 있는 독자들에게 추천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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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바이, 엔젤 - 라루스가 살인 사건 야부키 가케루 시리즈
가사이 기요시 지음, 송태욱 옮김 / 현대문학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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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사이 기요시는 일본의 문학평론가입니다. 그의 소설이 우리나라에는 처음 나왔군요. 일본인 작가가 썼고 탐정도 일본인이지만 1970년대 후반의 프랑스 파리가 무대입니다. 현상학자이자 탐정인 야부키 가케루가 주인공이고, 경찰관인 아버지를 둔 나디아 모가르가 가케루의 조수 겸 화자로서 활약합니다. 이 작품은 1979년 제 6회 카도카와 상 수상작이기도 합니다.

 

라루스 가의 오데트라는 여인에게 I라는 서명이 달린 협박장이 날아오고, 얼마 후 오데트는 자신의 집 안에서 머리가 완전히 잘린 시체로 발견됩니다. 오데트의 친척 중에 나디아의 친구가 있었기 때문에 그녀 역시 그 사건에 관심을 갖게 됩니다. 범인이 왜 피해자의 머리를 잘랐을까, 현장에는 호손의 <주홍글씨>에 나오는 A(간통한 여자에게 찍는 낙인)가 찍혀 있는 이유는 무엇인가 등의 의문이 떠오릅니다. 가케루는 자신이 쓰고 있는 책에 도움이 된다는 이유로 현상학, 즉 현상을 중시하는 철학을 바탕으로 추리를 해 나갑니다. 하지만 얼마 후 파리 시내 한 호텔에서 폭발 사건이 일어나며 사건은 미궁에 빠지죠.

 

저자는 한때 좌익 운동가였지만 극좌파인 이들에게 회의를 느끼고 파리에 간 적이 있는데 이 때의 경험을 토대로 이 작품을 집필하였습니다. 그 성향을 반영하듯 70년대 말 파리의 좌우 이념 대립 상황이 작품에 잘 녹아들어 있습니다. 물론 본격 미스터리의 기본에도 충실합니다. 호기심 소녀나 다름없는 나디아의 수사도 볼만하고 무엇보다 가케루의 현상학적추리가 돋보입니다.

아쉬운 점은 스포일러가 될 수 있어서 길게 말할 수는 없지만 마지막이 조금 늘어진다는 점을 들 수 있습니다.

문학평론가이자 추리작가인 가사이 기요시의 작품이 이번에 한국에 소개되다니, 한 명의 뛰어난 작가를 또 만난 것 같아 기쁩니다. 이 작품이 많은 인기를 끌고 야부키 가케루 시리즈도 계속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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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의 이야기꾼들
전건우 지음 / 네오픽션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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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멀 맨>, <유령들> 등 스릴러 및 공포 단편을 발표했던, 전건우 작가의 첫 장편소설이 나왔습니다.

 

주인공은 어느 중소 잡지사에 조금 이상한 절차를 거쳐 합격하고, 처음으로 주어진 일은 서울 시내에 있는 목련 흉가에 가서 이곳에서 열리는 모임을 취재하라는 것이었습니다. 그 모임의 이름은 <밤의 이야기꾼들>로서, 밤에 모여 사람들 모두 각자 이야기를 하되 서로의 신원 등은 일체 밝히지도 묻지도 않고, 자기 자신과 관련된 이야기를 하는 것입니다. 주인공은 마치 다른 세계에라도 온 기분으로 그 날 멤버들의 이야기를 듣게 됩니다.

<과부들>은 어느 여자의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그 이야기의 주인공은 그녀의 남편입니다. 남편은 바람을 피우는 중이었지만 바람 대상이었던 여자가 어느 날 갑자기 실종되고, 그 날 아내가 그에게 다가옵니다.

<도플갱어>는 어느 여인이 정신과 의사에게 찾아와서 자신의 도플갱어를 보았다고 주장하며 시작합니다. 그녀는 얼굴을 다르게 하고 싶어서 성형수술을 거듭해서 하게 되었죠.

<, 스위트 홈>은 새 집으로 이사한 한 소설가의 이야기입니다. 그 집의 전 주인이 점점 그 집 주변을 맴돌면서 소설가 자신도 미칠 지경이 됩니다.

<웃는 여자>는 잘 알려진 빨간 마스크괴담과 비슷합니다. 따돌림을 당하던 한 여고생이 피에로 인형을 유일한 친구로 삼고, 동물들을 고문하고 죽이며 스트레스를 풀다가 한 남학생을 만나게 되면서 점점 자신의 광기에 눈뜨는 과정을 잘 묘사하고 있습니다.

<눈의 여왕>은 저주받은 여자아이를 사랑하게 된 한 남자의 이야기입니다.

 

다섯 이야기 모두 실화라기보다는 어딘가에서 들어봤음직한 괴담이라고 할 수 있지만, 작가는 그 괴담에 자신만의 색채를 덧붙였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이야기를 보면서 역시 희망은 있고, 이야기만으로도 사람이 어느 정도는 구원받을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아쉬운 점은 역시 분량이 적다는 점입니다. 특히 <웃는 여자>의 경우 여주인공의 마지막 변화 과정이 너무 간단히 묘사되어 있더군요.

국내 작가들의 작품이 꾸준히 나오고 있어서 기쁩니다. 이 작품도 좋은 결과를 얻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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