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바이어던 살인
보리스 아쿠닌 지음, 이형숙 옮김 / 황금가지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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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1878년, 파리 교외의 한 저택에서 10명이나 살해되고(그 중 9명은 독살), 사건 현장에서 황금으로 된 시바 상과 스카프 한 장이 사라지게 됩니다. 사건 수사를 맡은 구스타브 고슈 경감은 그 사건이 호화 여객선 '리바이어던' 호와 관계가 있다는 사실을 눈치채게 되고 자신도 그 배에 타죠, 그리고 그 안에서 배 일등석의 온갖 인간군상을 관찰해 가면서 범인을 찾습니다.
 '리바이어던' 호는 당시 유럽에서 가장 큰 배 중의 하나로서 일등석에는 일본군 장교, 프랑스군 장교, 식민지 인도로 남편을 찾아가는 부인, 영국인 고고학자 등 다양한 국적의 인물들이 타고 있습니다. 그러다가 중간에 주인공이자 러시아 외교관인 에라스트 판도린이 타게 되고, 곧 의문의 도난 및 살인 사건이 일어납니다. 그리고 이 사건의 진정한 동기가 인도 중부에 숨겨진 엄청난 보물임을 알게 되지요, 그리고 그 사건의 관계자들은 모두 목숨을 위협받기 시작합니다.

 복잡한 온갖 사건들이 결국 하나로 연결되어(이 과정이 사실 조금 뻔하기도 합니다) 군더더기가 하나도 없는 구성이 매우 훌륭하고, 각 사람들의 입장에 따라 1인칭과 3인칭을 병행해 가면서 묘사한 기법도 매우 좋았습니다.

 단점이라면 전작이라 할 수 있는 <아자젤의 음모>와 연계성이 적다는 점입니다. 아쿠닌의 장점은 각 소설마다 다른 성격을 부여하여 같은 작가가 썼는지조차 의심스럽다는 점인데, 이 장점은 단점이 될 수도 있습니다. 전작의 판도린은 곳곳을 헤매고 실수도 가끔 하는데 이번의 판도린은 전작과 달리 차분히 관찰자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범인을 잡아내기 때문이지요, 그래서 판도린의 성격이 잘 나타나지 않았다는 점이 아쉽습니다. 그리고 판도린이 자신의 재주(숨 오래 참기와 몇 가지 외국어 구사하기)를 이용하여 위기에서 빠져나오거나 했다면 더욱 좋았으리라 생각되는군요.

여러분에게 꼭 권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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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 있는 시체의 죽음
야마구치 마사야 지음, 김선영 옮김 / 시공사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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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미국 곳곳에서 죽은 사람들이 다시 살아나는 기이한 현상이 벌어집니다. 이상한 점은 죽었다 살아나는 사람들의 사인, 연령 등 어떤 점에서도 공통점이 없다는 사실이죠. 과연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요?
 그 와중에, 이 사건의 무대는 미국 북동부의 작은 마을인 툼스빌로 옮겨집니다. 이 마을은 발리콘 가가 운영하는 오래된 장례 회사로 유명하죠, 현재 주인인 스마일리는 늙어서 은퇴했고 장남인 존이 꾸려 나가고 있습니다.
 스마일리는 유언 발표 때문에 오랜 시간 동안 인연을 끊고 지낸 아들 스티븐을 찾는데, 스티븐은 이미 죽고 그 아들인 그린(본명 프랜시스)은 발리콘 가로 향합니다. 그런데 도착한 뒤 그린은 할아버지 스마일리의 초콜릿을 먹고 죽게 됩니다. 그러나 되살아나고 있는 시체들처럼 자신도 살아납니다. 하지만 자신은 정신만 멀쩡하고 움직일 수도 있지만 숨도 쉬지 못하고, 오감도, 신경도, 혈액도 죽은 다음입니다. 그린은 누가 스마일리를 죽이려 한 걸까 의심하고, 자신의 몸을 방부 처리하여 죽음을 숨기고 살인사건을 파헤치기 시작합니다.

 어떻게 보면 좀비 영화와 같은 내용이죠, 단지 좀비가 지능도, 의지도, 살아 있을 때의 기억까지 가지고 활동한다는 점이 큰 차이지만요.
 그리고 죽었다가도 다시 살아나는 이가 그린 하나만이 아니라는 점이 이야기를 매우 복잡하게 만들고, 그만큼 독자로서의 사건 예측을 힘들게 만듭니다. 그리고 발리콘 가 사람들이 내놓는 죽음에 대한 철학, 서양 고전의 걸작 추리소설들에 대한 오마주, 전형적인 정통 추리물로서의 전개 등이 돋보입니다. 그러면서도 분위기가 시종일관 어둡지는 않습니다. 중간중간 여주인공 체셔가 벌이는 아마추어 탐정으로서의 활약은 웃음을 충분히 자아낼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이 죽음에 대한 철학이 장식물이 아니고 사건 동기와 트릭을 밝혀내는 데 큰 도움이 되는 등 구성이 매우 돋보이고, 무엇보다도 비논리적인 상황을 논리적으로 끌어낸다는 점이 추리물과는 맞지 않다고 생각되기도 하지만 이 작품 속의 논리로 치면 모두 맞아 떨어집니다. 전체적으로 보면 재미있다는 점에는 무조건 한 표입니다.

 정말 걸작이라는 표현이 아깝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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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탐정 소설 에스프레소 노벨라 Espresso Novella 1
윌러드 헌팅턴 라이트 지음, 송기철 옮김 / 북스피어 / 201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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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윌러드 헌팅턴 라이트, 20세기 영미권을 대표하는 추리작가 중 하나인 S. S 반 다인의 본명입니다. 그는 어렸을 때부터 누구보다도 총명했고 성장 후에 문학평론가로 활동하다가 1920년경 병을 얻어 2년 가까이 요양 생활을 하게 됩니다. 그 동안 책을 읽을 수 없자 의사의 허락을 받고 가벼운 오락소설인 추리소설을 2년간 읽고는, "이 정도면 나도 쓸 수 있겠다."라며 곧장 추리소설가의 길로 나섰고, 그 동안 침체기였던 미국 추리문단에 굉장한 활력을 불어넣은 작가입니다. 제가 좋아하는 작가인 엘러리 퀸 또한 반 다인에게 자극받아 추리작가가 되었다고 하니 개인적으로도 은인(?)인 셈이죠.

 

 이 책은 반 다인이 쓴 추리소설 개론서라 할 수 있습니다. 에드거 앨런 포우부터 시작하여 1920년대 후반까지의 여러 추리작가와 작품을 다루고 있지요, 특히 당시 빈약했던 미국 추리문단을 크게 비판하는 듯한 언급이 여러 번 보입니다.하지만 홈즈를 비롯하여 르코크, 아노, 포튠 등 여러 탐정 캐릭터와 작품에 대한 해설이 매우 자세히 나오며 추리소설에 대한 반 다인의 애정이 듬뿍 묻어나는 비평서입니다.

 

 비록 반 다인 이후에 더 많은 추리소설이 나왔고 이 작품은 오늘날 보면 매우 식상하고 정보가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 수도 있습니다. 추리소설에 관심이 있는 분이라면 반 다인이 쓴 추리소설 비평서가 한국에 번역되었다는 사실만으로도 소장 가치가 충분한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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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진 살인사건 긴다이치 고스케 시리즈
요코미조 세이시 지음, 정명원 옮김 / 시공사 / 201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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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가 어렸을 때, <세계명탐정대백과>라는 만화책을 본 적 있습니다. 세계 각국의 명탐정을 한 명씩 소개하고 그 대표작을 만화로 엮어낸 만화단편집인데, 그 중 한 편이 <혼진살인사건>이었고 이를 통하여 긴다이치라는 탐정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고교생이 되었을 때 "할아버지의 이름을 걸고!"를 외치는 소년탐정 김전일, 즉 긴다이치의 손자 시리즈를 보면서 긴다이치라는 탐정을 기억하게 되었지요, 그러다가 이나가키 고로가 주연했던 드라마 <이누가미 일족>을 보게 되었고, 그 때부터 긴다이치 시리즈를 다시 보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 다음 해부터 매년 긴다이치 시리즈가 소개될 때마다 한 편도 빼놓지 않고 모두 보았지요.

 

 그러다가 긴다이치 코스케의 데뷔작이 <혼진 살인사건>임을 알게 되었고 그 작품을 통하여 다시 볼 수 있었습니다.

 큰 부자인 이치야나기 집안의 장남 겐조가 결혼을 하던 날, 의 후계자인 겐조의 결혼식 날, 기분 나쁘게 생기고 손가락은 세 개밖에 없는 남자가 그 주변을 어슬렁거립니다. 그 다음날 새벽, 거문고 소리가 울리며 곧 비명 소리가 들립니다. 사람들이 달려가지만 신혼부부는 모두 처참하게 칼을 맞아 죽었습니다. 문제는 현장에는 침입 흔적이 없고 방은 잠긴, 말 그대로 밀실 살인사건이지요. 현장의 병풍에는 피 묻은 세 개의 손가락 자국이 찍혀 있었습니다. 

 신부의 아버지는 미국 생활할 때 자신이 원조해 주었던 긴다이치 코스케 탐정을 불러 사건을 맡기게 되지요, 긴다이치는 저택의 구조를 이용한 범인의 대담한 트릭을 알아차리게 됩니다.

 

 스포일러라 자세히 말씀드리지는 않겠지만 제가 보기에는 범인의 트릭은 핏자국 처리를 제대로 하지 못하면 완전히 들통날 것 같더군요, 하지만 일본 추리소설과 밀실, 그리고 일본 가옥 구조를 이용한 트릭 등이 매우 돋보이고 무엇보다도 '일본의 홈즈'라 할 수 있는 긴다이치 코스케, 그 전설의 시작이라는 점만으로도 소장 가치는 충분합니다.

 그 뒤에 있었던 <우물은 왜 삐걱거리나>와 <흑묘정 사건> 또한 매우 재미있게 본 단편이었습니다. 특히 <흑묘정 사건>은 역시 앞서 언급한 <세계명탐정대백과>에도 실려 있었기에 감회가 새롭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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셜록 홈스와 베이커가 소년 탐정단 - 큐피드의 눈물 도난 사건 미스터리 야! 11
마나세 모토 지음, 지세현 옮김 / 들녘 / 201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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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셜록 홈즈..., 이 작품에는 '홈스'라 되어 있지만 역시 홈즈가 저에게는 더 익숙하군요.

 셜록 홈즈라는 이름은 추리소설이라는 장르가 존재하는 한 불멸의 이름이라 할 수 있지요, 또한 홈즈 시리즈만큼 페스티시가 많이 나온 시리즈도 없을 겁니다.

 이 작품은 일본 작가 마나세 모토의 페스티시입니다. 왓슨이 미국으로 가자 혼자 남은 홈즈를 베이커가 소년 탐정단이 돕게 되지요, 같은 컨셉으로 위긴스(베이커 소년 탐정단의 리더)를 주인공으로 한 작품도 있지만, 이 작품에서는 원작에는 등장하지 않은, 리암 메건이라는 소매치기 소년을 주인공으로 하고 있습니다.

 괴도 집단 '흑장미단' 때문에 런던 전체가 골치를 앓고 있을 때, 주인공 리암은 홈즈의 일을 돕다가 살인에 쓰인 것으로 보이는 칼을 발견하게 되고, 뒤이어 귀족 가문인 파린토시 가문에서 진귀한 오팔이 사라지고 밀실 살인사건까지 일어나게 됩니다. 리암은 사건의 목격자 중 하나로서 홈즈에게 도움을 청하지만, 뒤이어 여러 사건이 일어나지요.

 

 무난한 수준의 탐정소설입니다. 밀실, 목격자, 탐정, 그리고 런던 하층민의 삶을 고증하려는 작가의 노력도 돋보입니다. 리암과 그 아버지의 갈등도 잘 표현되어 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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