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곱 번 죽은 남자 스토리콜렉터 18
니시자와 야스히코 지음, 이하윤 옮김 / 북로드 / 2013년 10월
평점 :
절판


니시자와 야스히코의 작품이 올해 한국에 처음으로 소개되었습니다. 하나는 <그녀가 죽은 밤>, 하나는 이 작품입니다. 그녀의 작품은 추리와 SF의 결합으로 유명하죠. 이번 작품 역시 이색적인 타임슬립물로서 1995년에 나왔습니다.

 

주인공 히사타로(큐타로라는 애칭으로도 불립니다)는 스스로 명명한 ‘반복함정’에 빠지는 특이한 체질입니다. 그 자신이 예측하지 못한 채 하루가 지나면 그 하루가 다시 반복되는 일이 무려 아홉 번이나 생기죠. 이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은 물론 자기 자신뿐입니다. 어느 해 설날, 히사타로는 외할아버지 댁에 세배를 드리러 갑니다. 집안은 외할아버지의 유산 때문에 매우 분위기가 나쁩니다. 히사타로의 어머니를 포함한 세 딸은 모두 유산을 노리고 있습니다. 그러다가 외할아버지는 방에서 누군가에 의해 살해되고 맙니다. 그러다가 히사타로가 정신을 차리니 외할아버지가 일어나 있었습니다. 다시 하루가 반복된 거죠. 히사타로는 하루가 다시 반복되고 있음을 느끼고 살인을 막기 위해 온갖 노력을 합니다. 기회는 아홉 번입니다. 과연 히사타로는 할아버지를 지킬 수 있을까요?

 

이 작품을 보면서 가장 먼저 생각난 것은 영화 <나비효과>입니다. 시간을 돌려서 특정한 시점으로 돌아갈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주인공이 자신에게 일어난 일을 돌이키기 위해 애를 써보지만 오히려 더욱 악화되기만 한다는 내용이죠. 어렸을 적 누구든 꿈꿨던 일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예를 들어 시험을 본 다음 날에 시간을 돌이켜서 정답을 모두 안 상태에서 다시 시험을 봐서 100점을 맞는다든지 말이죠. 그 점을 추리소설에 응용했다는 점이 무엇보다 신선했습니다. 주인공 히사타로를 비롯하여 유산을 둘러싼 친척들 간의 갈등, 이야기가 전개되어 감에 따라 그 동안의 사연이 드러나는 과정도 잘 묘사되어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마지막 반전도 훌륭했습니다.

단지 사촌간의 결혼이 일본에서는 가능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불가능하므로 우리나라 독자들에게는 쉽게 다가서지 않을 것 같았습니다. 또한 주인공의 로맨스(?)가 너무도 어색하게 표현된다는 점이 아쉽더군요.

새로운 발상의 추리소설은 독자들에게 늘 신선하게 다가오게 마련이죠. 이색적인 추리소설을 원하는 독자들이라면 환영할 만합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종착역 살인사건 - 제34회 일본추리작가협회상 수상작 미스터리, 더 Mystery The 2
니시무라 교타로 지음, 이연승 옮김 / 레드박스 / 2013년 10월
평점 :
절판


니시무라 교타로는 총 누계 판매 부수가 2억 부고, 발표한 작품이 500여 권 정도나 되는 일본 추리문학의 거장이자 또한 ‘여행 미스터리’의 대가이기도 합니다. 본 작품은 니시무라의 <침대특급 살인사건>, <야간비행 살인사건>을 잇는 세 번째 여행 미스터리로서 1981년에 나왔고 세 번이나 드라마화되었죠.

 

도쿄 우에노 역에서 한 청년이 칼에 찔려 죽으며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그의 몸에서 초대장이 발견되죠. 아오모리 역으로 가는 특급열차를 타고 동창생 7명이 만나자는 내용이었습니다. 피해자는 바로 그 동창 멤버 중 한 명이었죠. 그런데 가는 길에 그 일행 중 한 명이 기차 안에서 갑자기 사라졌다가 어느 하천에서 시체로 발견됩니다. 한편, 가메이 형사는 오랜 친구이자 고교 교사인 모리시타에게서 자신의 제자를 찾아 달라는 부탁을 받습니다. 그 와중에 그 7명의 동창생은 한 명씩 살해되기 시작합니다. 도쓰가와 경부가 이 사건을 담당하죠.

 

무리 없이 읽을 수 있을 만큼 간결하고 쉬운 문장과 각 인물들의 관계 묘사가 돋보입니다. 작품 뒤에 있는 작가의 말에서 니시무라 시작점이자 종착점이므로 인생이 보이기 때문에 ‘종착역’이라는 말을 좋아한다고 밝혔습니다. 그만큼 혼슈의 북쪽 끝인 아오모리에서 도쿄까지 간 사람들의 이야기가 간결하고 쉽게 묘사되어 있으며, ‘여행 미스터리’인 만큼 기차 일정에 대한 소개가 아주 잘 되어 있고, 이를 통한 트릭도 훌륭합니다. 뿐만 아니라 이들이 왜 살해되는지, 지금 어떻게 살고 있는지에 대한 설명을 통하여 작가가 사회적 약자 층에게 보내는 따뜻한 시선이 엿보이기도 합니다.

단점은 역시 1981년도 작품이라 그런지 기차 일정표 트릭을 식상하고 느낄 사람도 많다는 점입니다. 또한 마지막에 이렇다 할 반전이 없고 동기 설명이 잘 되어 있지 않습니다. 차라리 범인이 자백하는 장면을 넣었다면 이해가 잘 되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니시무라 교타로의 작품은 그 질과 양에 비해 국내에 번역된 권수는 적은 편입니다. 일본 미스터리에 관심이 많은 독자라면 그의 작품을 읽어 보시기를 권합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세종특별수사대 시아이애이 - 서빙고, 화마에 휩싸이다
손선영 지음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3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시아이애이, 듣자마자 CIA(미국 중앙정보부)가 생각나는군요. 하지만 배경은 미국이 아니고 한국, 그것도 조선 세종 재위기입니다. 손선영 작가는 단행본으로 <합작>, <죽어야 사는 남자>를 발표한 바 있는데 이번에는 처음으로 세종 때를 배경으로 한 팩션 사극을 냈습니다. 거기다 조선을 대표하는 음악가인 박연과 세종 때의 천재 발명가인 장영실이 탐정 역을 맡아 사건을 해결한다는, 흥미 있는 설정을 담고 있군요.

 

세종 5년(1423), 명나라 황제의 조선 세자 책봉 칙사단이 오기 전에 연회에 쓸 얼음을 준비하기 위해 궁궐 관리들이 서빙고에 가지만 서빙고 안에서 웬 사람이 불길에 휩싸여서 달려 나옵니다. 빙고 안에서 사람이 불에 타 죽다니 이 때문에 도성에는 온갖 괴상한 소문이 돌기 시작하고, 세종은 박연과 장영실을 불러 시아이애이(示芽理埃吏). 즉 ‘조짐을 미리 보고 세속을 다스리는 관리’라는 특별 수사팀을 결성하여 서빙고 화재 사건을 조사하도록 지시합니다. 그러다가 이 사건이 운종가(조선시대 최대 번화가, 지금의 안국동에서 광교 일대)의 무뢰배들과 상인들은 물론 칙사 방문과도 관련이 있으며 결국에는 역모를 꾀하는 이들이 있음을 알게 됩니다.

진지한 주제를 무겁지도 가볍지도 않게 풀어낸 작가의 솜씨가 돋보이는 작품입니다. 약소국으로서 세자 책봉까지 명나라의 허락을 받아야 하고 이 칙사단이나 명나라 상인들이 아무리 조선에게 무리한 요구를 해도 들어줘야 하는, 조선의 아픔이 잘 표현되어 있고 중간 중간에 조선의 예를 빗대어 오늘날의 시국을 비판하는 모습도 보입니다. 또한 조선을 배경으로 하였으나 이 사건이 이보다 몇 년 전에 있었던 정난의 변(1399~1402까지 주원장의 넷째 아들인 주체가 자신의 조카인 건문제를 몰아내고 황제 자리에 오른 모반 사건)과도 관련이 있다는 설정이 돋보입니다.

등장인물 또한 매력적입니다. 모든 이들이 잘 살 수 있는 나라를 만들어 나가려는 세종, 양반이면서도 천민 출신 악공을 스승으로 삼는 박연, 천민인 관노 출신인데도 세종의 특별 배려로 면천되어 벼슬을 하며 여러 가지 물건을 만들어 내는 장영실, 이들이 형제의 의를 맺었다는 설정이 조금 무리 같기는 하지만 겸손한 태도를 잃지 않는 박연, 사투리를 쓰고 말더듬이지만 누구보다도 머리 회전이 빠른 장영실은 물론 운종가의 대부인 강호동, 관기였다가 거상으로 성장한 서윤 등 각 캐릭터의 묘사가 생생히 되어 있습니다.

결말부를 보니 속편을 예고하는 듯하더군요. 이 콤비의 활약을 다시 볼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오시리스의 눈 엘릭시르 미스터리 책장
리처드 오스틴 프리먼 지음, 이경아 옮김 / 엘릭시르 / 2013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오스틴 프리먼의 대표적인 캐릭터는 역시 손다이크 박사죠. 우수한 두뇌와 각 분야에 걸친 해박한 지식, 준수한 외모를 지닌 법의학 교수인 그는 역대 탐정 중 가장 완벽한 인물이라는 평을 받는 캐릭터이기도 합니다. 이 작품은 1911년, 손다이크 시리즈 중 세 번째로 나왔습니다.

 

작품은 어느 날 손다이크 박사가 수업 중에 한 남자의 기이한 실종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시작됩니다. 백만장자이자 이집트학의 권위자인 존 벨링엄이 친척 집에 찾아갔다가 집 밖으로 나오지도 않은 채 실종된 것입니다. 근처에서 실종 당일 몸에 지니고 있었던 스카라베 장식만이 발견되지만 그가 어디 있는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2년 후, 이 작품의 화자이자 의사인 버클리는 존 벨링엄의 동생 고드프리를 진료하기 위해 왕진을 갔다가 그 딸인 루스에게 호감을 느끼게 되죠. 유산 문제 때문에 여러 가지 말이 오가던 가운데 늪지에서 존 벨링엄의 것으로 추정되는 유골이 발견되면서 문제가 일어납니다. 과연 그것이 존 벨링엄의 시체일까요?

 

프리먼의 대표작으로 꼽힌다는 명성이 헛되지 않은 작품입니다. 이집트 고고학의 권위자와 관련된 사건인 만큼 이집트학과 법의학을 작품에 아주 교묘하게 이용하였고 특히 손다이크 박사가 법의학 지식을 이용하여 사건을 설명하는 대목을 완전히 이해하려면 전문 지식이 조금 필요해 보였지만 명쾌하였습니다. 또한 버클리와 루스의 사랑 이야기까지 전체의 흐름을 해치지 않고 자연스럽게 나타나 있어 보기 좋습니다. 그 외 캐릭터에 대한 묘사도 생생합니다.

아쉬운 점은 뒤에 해설에도 나와 있듯 오늘날 이러한 방법으로 시체 처리를 했다면 금방 들키고도 남는다는 점입니다. 단지 그 당시에는 이러한 방법도 있었다. 하는 정도지요.

손다이크 시리즈 중 하나이며 오스틴 프리먼의 대표작인 만큼 추리소설 팬으로서 읽을 가치가 충분합니다. 또한 본문 뒤에 있는 법의학 해설 또한 꼭 읽어보기를 권합니다. 신문에 <범죄는 흔적을 남긴다> 시리즈를 연재했던 유영규 기자가 쓴 글로서 이 작품을 오늘날의 관점에서 보았을 때에 대한 설명이 자세히 나와 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셜록 미스터리
J.M. 에르 지음, 최정수 옮김 / 단숨 / 2013년 10월
평점 :
절판


셜록 홈즈라는 이름은 추리소설 마니아들에게는 남다른 의미가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홈즈 시리즈는 전 세계의 모든 추리작가들에게 많은 영향을 주었으며 추리소설에 조금 관심이 있는 사람치고 홈즈 단편 하나 읽어본 적 없는 이는 없을 것입니다. 또한 수많은 작가들이 코난 도일에 대한 헌정으로 홈즈의 패러디 및 페스티시, 연구서 등을 발표하기도 하였습니다.

 

이 작품은 그러한 셜록 홈즈 마니아들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스위스 마이링겐의 어느 산 속에 있는 베이커 스트리트 호텔에서 홈즈 학회가 개최되었습니다. 그러던 도중 폭설로 인하여 사흘 동안 그 호텔은 고립되지요. 그러다가 구조대원이 왔는데 호텔 내부는 이상할 정도로 조용했습니다. 문을 연 뒤 안을 수색하다가 냉장고를 열었는데, 그 안에서는 시체들이 여러 구가 나옵니다.

현장을 찾은 레스트레이드 경감은 죽은 사람들이 남긴 수기나 메모, 녹음자료 등을 보면서 추리를 해 나갑니다. 학회를 취재하기 위하여 웨이트리스로 위장하고 들어간 기자, 홈즈를 느끼기 위해 7퍼센트 코카인을 맞는 사람, 홈즈의 증증손자를 자처하는 이, 홈즈가 찍혔다는 영상 자료를 가지고 있다는 이까지 여럿이 이 학회에 참가하여 소르본느 대학 홈즈학과 정교수 자리를 놓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었습니다. 그 와중에 일어나는 살인사건, 진상은 어떨까요?

 

셜록 홈즈 마니아를 소재로 고립된 산장에서의 살인이라는 배경까지, 추리소설 마니아라면 충분히 마음을 끌 만한 소재를 가지고 있는 작품입니다. 거기다 중간 중간 등장인물은 물론 주변 사람들이 셜록 홈즈의 미공개 사건이나 혈통, 그의 여자관계 등에 대하여 이러쿵저러쿵 논하는 재미도 있더군요. 코난 도일이 이 작품을 읽는다면 뭐라고 할지 궁금할 정도였습니다.

아쉬운 점은 아무리 이들이 홈즈 마니아라고 해도 홈즈학과 정교수가 되기 위하여 살인까지 불사한다는 설정은 별로 공감이 가지 않습니다. 거기다 마지막 반전에서 단지 그런(스포일러라 언급하지 않겠습니다) 행동을 했다는 이유만으로 그 사람이 범인이라 짐작하는 이유에 별 근거가 없어 보이더군요.

추리소설로서의 재미도 있고, 셜록 홈즈를 소재로 했다는 점에서도 매우 좋은 작품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