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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특별수사대 시아이애이 - 서빙고, 화마에 휩싸이다
손선영 지음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3년 10월
평점 :
시아이애이, 듣자마자 CIA(미국 중앙정보부)가 생각나는군요. 하지만 배경은 미국이 아니고 한국, 그것도 조선 세종 재위기입니다. 손선영 작가는 단행본으로 <합작>, <죽어야 사는 남자>를 발표한 바 있는데 이번에는 처음으로 세종 때를 배경으로 한 팩션 사극을 냈습니다. 거기다 조선을 대표하는 음악가인 박연과 세종 때의 천재 발명가인 장영실이 탐정 역을 맡아 사건을 해결한다는, 흥미 있는 설정을 담고 있군요.
세종 5년(1423), 명나라 황제의 조선 세자 책봉 칙사단이 오기 전에 연회에 쓸 얼음을 준비하기 위해 궁궐 관리들이 서빙고에 가지만 서빙고 안에서 웬 사람이 불길에 휩싸여서 달려 나옵니다. 빙고 안에서 사람이 불에 타 죽다니 이 때문에 도성에는 온갖 괴상한 소문이 돌기 시작하고, 세종은 박연과 장영실을 불러 시아이애이(示芽理埃吏). 즉 ‘조짐을 미리 보고 세속을 다스리는 관리’라는 특별 수사팀을 결성하여 서빙고 화재 사건을 조사하도록 지시합니다. 그러다가 이 사건이 운종가(조선시대 최대 번화가, 지금의 안국동에서 광교 일대)의 무뢰배들과 상인들은 물론 칙사 방문과도 관련이 있으며 결국에는 역모를 꾀하는 이들이 있음을 알게 됩니다.
진지한 주제를 무겁지도 가볍지도 않게 풀어낸 작가의 솜씨가 돋보이는 작품입니다. 약소국으로서 세자 책봉까지 명나라의 허락을 받아야 하고 이 칙사단이나 명나라 상인들이 아무리 조선에게 무리한 요구를 해도 들어줘야 하는, 조선의 아픔이 잘 표현되어 있고 중간 중간에 조선의 예를 빗대어 오늘날의 시국을 비판하는 모습도 보입니다. 또한 조선을 배경으로 하였으나 이 사건이 이보다 몇 년 전에 있었던 정난의 변(1399~1402까지 주원장의 넷째 아들인 주체가 자신의 조카인 건문제를 몰아내고 황제 자리에 오른 모반 사건)과도 관련이 있다는 설정이 돋보입니다.
등장인물 또한 매력적입니다. 모든 이들이 잘 살 수 있는 나라를 만들어 나가려는 세종, 양반이면서도 천민 출신 악공을 스승으로 삼는 박연, 천민인 관노 출신인데도 세종의 특별 배려로 면천되어 벼슬을 하며 여러 가지 물건을 만들어 내는 장영실, 이들이 형제의 의를 맺었다는 설정이 조금 무리 같기는 하지만 겸손한 태도를 잃지 않는 박연, 사투리를 쓰고 말더듬이지만 누구보다도 머리 회전이 빠른 장영실은 물론 운종가의 대부인 강호동, 관기였다가 거상으로 성장한 서윤 등 각 캐릭터의 묘사가 생생히 되어 있습니다.
결말부를 보니 속편을 예고하는 듯하더군요. 이 콤비의 활약을 다시 볼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