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트레크 저택 살인 사건
쓰쓰이 야스타카 지음, 김은모 옮김 / 검은숲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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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쓰쓰이 야스타카의 <로트레크 저택 살인사건>입니다. 이 이야기는 1990년도에 출간된만큼 신본격의 하나라고 보아야겠죠, 이야기 전개도 <로트레크 저택>이라 불리는 어느 저택에 사람들이 초대되고 그 가운데 살인 사건이 일어난다는, 아주 전형적인 Whodunit(누가 그랬는가) 형식의 추리소설이지요.

 

 앙리 드 툴루즈 로트레크는 어렸을 때 다리를 다쳐 자라지 못하게 되었고, 파리 뒷골목을 생생하게 화폭에 담아낸 화가로 유명합니다. 이 작품의 무대인 로트레크 저택은 로트레크의 작품을 많이 모아뒀기에 그렇게 불리고 있지요. 더욱이 우연히도 이 작품의 주인공 또한 로트레크처럼 어렸을 때 다리를 다쳐 난쟁이이고 직업은 화가입니다.

 이 저택에 화가를 비롯한 젊은 예술가들과 저택 주인과 그 딸, 그녀의 친구 등 여러 명이 모이게 된 날, 젊은 여인 한 명이 총에 맞아 죽는 사건이 일어납니다. 그리고 올 때마다 지하실 소각로에서 옷이 발견되지요.

 

 전체적으로 가볍게, 쉽게 읽을 수 있는 책이고 거기다 서술 트릭이 돋보여서 나중에 작가가 "00페이지 0행으로 가면 이해할 수 있다"고 복습(?)까지 시켜 주는 점이 장점입니다. 그 덕에 다시 보는 재미도 좋았고요. 아쉬운 점은 범행 동기가 그리 석연찮은 데다 솔직히 추리소설을 웬만큼 많이 읽으신 분들은 금방 범인을 예상하리라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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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 바닥의 달콤함 플라비아 들루스 미스터리 1
앨런 브래들리 지음, 성문영 옮김 / 문학동네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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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에 대한 서평이 워낙 좋아 매우 기대하고 보았습니다.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 법이라 했는데 이 작품은 조금도 기대를 저버리지 않더군요. 제목도 그렇고 11세 소녀 탐정이 등장한다는 점에서 어린이용이 아닐까 걱정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이 작품은 말 그대로 '3대가 같이 읽을 수 있는' 작품이라 할 수 있습니다.
배경은 1950년대의 영국이며, 여주인공 플라비아 들루스는 한 유서 깊은 집안의 막내딸로 두 언니와는 거의 원수나 다름없이 지내고 있습니다. 두 언니는 늘 플라비아를 구박하고, 플라비아는 화학 실험에 광적인 취미를 가지고 있어 그 때마다 언니의 화장품에 자신이 만든 약을 타는 등의 복수를 하며 늘 집안은 시끄럽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집 뜰에서 도요새가 부리에 우표가 꿰인 채로 발견되고, 뒤이어 뜰에서 한 남자의 시체가 발견됩니다. 플라비아는 그 남자가 자신의 아버지를 협박하던 이임을 기억하게 되고 얼마 후 플라비아의 아버지가 살인죄로 체포됩니다. 당황한 플라비아는 자신이 그 남자를 죽였다며 경찰에 자수(?)하는 등의 소동을 벌이다가 결국 자신의 힘으로 사건을 해결하기로 하고 수사에 나섭니다. 그리고 아버지와 죽은 남자의 학창 시절 악연, 진귀한 우표의 행방불명 사건에 대하여 알게 되지요.
이 작품을 읽는 동안 그 심각한 사오항에도 온갖 유머, 망상을 내놓는 플라비아의 재치에 늘 웃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살인 사건은 단 한 번이고, 플라비아의 수사는 거의 소동 피우기에 가깝지만 그 과정이 정말 잘 자여져 있더군요.
단점이 있다면 반전이 약하고, 중간중간 각 캐릭터가 가진 사연이 너무 많다는 점입니다. 그렇게 해서 조금 얇게 만들었다면 더 많은 사람들이 부담없이 볼 수 있었을텐데요.

이 작품을 보는 내내 로버트 서덜랜드의 <악마 호수의 비밀>이 생각나더군요, 이 작품은 19세기 개척 시대의 캐나다를 배경으로 살인 누명을 쓴 아버지의 무죄를 증명하기 위한 14세 소년의 활약을 그려낸 작품인데 여주인공 역시 아버지의 무죄를 밝히기 위하여 뛰고, 그러다가 진범까지 잡아낸다는 점에서 같았습니다.
필리스 휘트니의 작품(우리나라에는 한 편밖에 소개되지 않았지만), 미국의 청소년용 모험 탐정물과 같은 분위기지만 캐릭터의 독특함과 짓궂음은 그 시리즈들을 능가합니다. 절대로 플라비아를 적으로 삼으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더군요.
플라비아 시리즈가 여섯 편으로 기획되었다고 하는데 다음 작품도 빨리 소개된다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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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자살 미스티 아일랜드 Misty Island
도진기 지음 / 들녘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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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진기 작가의 <정신자살>을 읽었습니다. 들녘의 <Misty island>, 즉 안개가 낀 섬 시리즈의 첫 편이더군요. 작가 분이 현직 판사라 바쁘실 텐데도 꾸준히 책을 내 주시는군요.
 우선 편집자 중 반가운 이름이 있어서 좋았습니다. 그리고 이 책을 읽은 분들 중 나쁜 평을 한 분은 없었기에 아주 기대하고 보았습니다.
 이 이야기는 먼저, 1년 전 아내의 가출 이후 피폐한 삶을 살고 자살까지 생각하게 된 길영인이라는 이가 정신자살, 즉 몸 대신 마음을 죽여서 번뇌 없이 살게 해 준다는 광고를 보고 정신자살연구소에 가게 되는 이야기를 담은 수기에서 시작합니다. 하지만 시술을 받고도 아내에 대한 기억이 없어지지 않은 데다 그의 주변에서 계속 살인 사건이 일어나게 되기까지 합니다. 아내의 정부로 의심되던 남자의 아내, 그리고 그 남자까지 살해되지요.
 고진은 사건 뒤에 이탁오가 있음을 알게 되자, 4년 전 이탁오와의 악연을 기억하며 사건의 조사에 나서게 됩니다. 그러나 사건을 파헤칠수록 이야기는 점점 복잡해지죠.

 최근 읽어본 추리소설 중 가장 괜찮은 작품 중 하나입니다. 판사였던 고진이 뒷골목에서 활약하는 변호사가 된 사연도 볼 수 있었고,  범인의 정체가 오늘날 보기에는 약간 식상하였지만 그렇게 된(스포일러라 말씀드리긴 힘들군요) 이유에 대하여 이런 접근방법도 있구나 하는 생각에 감탄하였습니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중간의 트릭이 약간 억지스러웠고 과연 그렇게 쉽게 남을 속일 수 있을지 모르겠다는 점입니다. 그리고 결말이 충격적이라 하신 분들이 많지만 제가 보기에 이런 결말은 조금 '오버' 같더군요. 솔직히 에도가와 란포의 어느 작품(스포일러입니다)과 비슷하기도 하고. 

 하지만 충분히 훌륭한 작품입니다. 특히 한국 추리문학에서 주인공의 라이벌 악역 캐릭터는 매우 드문데 이탁오는 매우 훌륭한 예가 될 수 있더군요. 제가 가장 매력적이라고 생각하는 악당은 범죄학 연구가 스타일, 즉 범죄 자체에 흥미와 기쁨을 가지고 행하는 이입니다. 이탁오가 다음 편에도 등장한다면 더욱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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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수께끼 풀이는 저녁식사 후에 수수께끼 풀이는 저녁식사 후에 1
히가시가와 도쿠야 지음, 현정수 옮김 / 21세기북스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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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서 서점대상을 수상한 단편집입니다. 솔직히 전에 일드 <부호형사>를 보고 너무도 실망하였기에 재벌 여형사라는 설정에 약간의 거부감을 느끼긴 하였습니다만 아주 좋은 단편집이더군요.
 
 솔직히 단편 여섯 편 모두 추리소설에 익숙하신 독자라면 쉽게 범인도 트릭도 알아맞힐 것입니다. 특히 두 번째 단편인 <독이 든 와인은 어떠십니까>는 정말 실망스러울 정도로 간단하더군요. 그 외 모든 단편들이 특별할 것 없는 전형적인 안락의자형 탐정입니다. 물론 때로는 가게야마도 현장에서 활약하지만요.
 그러나 <저택섬>이 그랬듯이 히가시가와 도쿠야는 재미있는 인물 설정으로 그러한 상투성을 극복합니다. 이 단편집의 주요 인물은 재벌 2세임을 숨기고 형사로 재직 중인 호쇼 레이코와 그 집사인 가게야마, 자동차 재벌 2세인 경부 가자마쓰리입니다. 왜 재벌가 사람이 그것도 둘씩이나 형사를 하는지에 대한 이유는 그리 뚜렷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주인공은 역시 집사 가게야마죠, 레이코가 퇴근하면 늘 리무진을 끌고 나와 저택으로 모셔 가고, 레이코가 만찬 혹은 포도주를 한 잔 하면서 사건 이야기를 하면 곧장 그 사건의 진상을 파악하는, 전형적인 안락의자 탐정입니다. 
 그리고 집사 탐정이라는 설정은 아이작 아시모프의 <흑거미 클럽>에 나오는 헨리 잭슨, 황성현의 <북쪽 휴양지>, <듀바리 부인의 초상화>에 나오는 코더 클레이그 등이 있으나 가게야마는 이들과는 달리 집사에 대한 편견을 완전히 깹니다. 주인 아가씨를 거의 바보 취급하고 할 말은 다 하면서도 사건을 해결하는 탐정 가게야마는 근래 찾아보기 어려운, 매력적인 탐정 캐릭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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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형사 피터 다이아몬드 시리즈 1
피터 러브시 지음, 하현길 옮김 / 시공사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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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브시의 피터 다이아몬드 시리즈가 드디어 한국에 정식으로 소개되다니 정말 반갑군요. 피터 러브시는 <가짜 경감 듀>를 비롯하여 각종 역사 미스터리로 유명한 인물로 플롯의 명수로 손꼽힙니다.

 피터 다이아몬드 시리즈의 1편인 이 작품의 내용을 간단히 소개하면, 호수에서 어느 날 여인의 사체가 발견되고 그녀가 유명한 전직 탤런트임이 알려지면서 피터 다이아몬드 경정이 이 사건을 맡게 됩니다.
 사건을 수사해 나가는 도중 피해자가 남편과 사이가 별로 좋지 않았으며, 살인 사건이 일어나기 직전 그녀의 남편이 맡았던, 제인 오스틴의 편지가 도난당했음을 알게 됩니다. 다이아몬드는 끈질긴 수사를 하지만 여러 가지 어려움을 겪고, 중간에 결국 사표를 쓰게 됩니다. 하지만 인연 탓인지 사건에 대한 수사는 계속하지요. 결국 다이아몬드는 피해자가 마약 중독자였음을 밝혀내고 그 사건이 생각보다 복잡함을 알게 됩니다.

 이 작품의 구성은 매우 뛰어납니다. 살인 사건은 단 1회인데도 지루하지 않고 중간에 복잡한 사건이 일어나며, 무엇보다도 사건과 별 관계 없어 보이는 일들이 하나로 연결된다는 점, 특히 그 연결시키는 방식을 각 부마다 해설자의 시점을 바꾸는 방법을 이용한 점이 훌륭합니다. 그 과정에서 영국의 유명한 고대 도시 바스에 대한 묘사가 이어지고, 바스에서의 제인 오스틴 이야기와 관련 전시회 등이 언급되다 이들이 모두 전체 사건과 관련이 있음이 밝혀지는 점이 돋보였고, 특히 마약범과 다이아몬드가 유적에서 벌이는 추격전은 정말 박진감이 넘쳤습니다.  

 그리고 주인공 피터 다이아몬드 역시 인상 깊었습니다. 이름처럼 차갑고 빛나는 추리를 기대했습니다만, 예상 외로  성질과 끈기, 근성으로 무장한 캐릭터더군요, 하지만 충분히 매력적이고 정의감 강한 주인공입니다. 제가 보기에 본격 추리소설의 탐정은 크게 두 가지 유형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하나는 끈기형, 다른 하나는 천재형이라 하면 될까요, 즉 온갖 실패와 좌절을 겪는 과정, 고뇌 등을 바로 옆에서 생생하게 볼 수 있는 탐정과, 초능력처럼 보일 정도로 천재적인 능력을 발휘해 범인을 잡아내는 탐정입니다. 다이아몬드는 전자라 할 수 있습니다.

피터 다이아몬드 시리즈 소개를 보니 다음 편이 더 재미있을 것 같습니다.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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