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의 굴레 - 경성탐정록 두 번째 이야기 경성탐정록 2
한동진 지음 / 북홀릭(bookholic)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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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셜록 홈즈 페스티쉬, 셜록 홈즈의 캐릭터를 일제 시대 경성으로 옮겼던 <경성탐정록>을 보았습니다. 일제 때의 주옥같은 명작 소설 제목을 그대로 차용한 단편, 설홍주, 왕도손, 레이시치라는 캐릭터 등이 많은 독자들에게 즐거움을 주었지요. 그 작품의 속편을 기대했는데 드디어 볼 기회가 생겨 기뻤습니다.
 본 뒤 느낌은 한 마디로, 기대 이상이었습니다. 전작의 가벼운 분위기와 유머 등이 많이 줄었지만 대신 깊이는 그만큼 더해졌습니다.
 첫 번째 단편인 <외과의>는 설홍주 시리즈에서 처음 시도된 도서물로서, 약혼자를 두고 경성에서 한 기생과 어울리던 외과의사가 자신에게 매달리던 기생을 죽이고 시체를 처리하는 이야기입니다. 외과의로서 매우 섬세히 시체를 다루는 모습이 잘 묘사되어 있고, 콜롬보를 연상케하는 방법으로 사건을 해결하는 설홍주의 모습이 돋보입니다. 막판에 설홍주가 "감히 내 옷차림을 혼마치의 건달들이랑 비교하다니"라 할 때는 저도 모르게 웃고 말았습니다. 셜록 홈즈와 달리 설홍주는 옷차림에 신경을 꽤 쓰는군요.
 두 번째 단편인 <안개 낀 거리>는 전에 네이버 문학에도 소개되었죠, 안개 낀 거리에서 망치에 맞아 살해된 신타로는 원래 조선인으로서 자수성가한 사업가입니다. 하지만 사업 과정에서 적을 많이 만들었기 때문에 사건은 의외로 복잡해지죠,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가장 아쉬웠던 단편입니다. 설렁탕은 백정들의 음식이라는 언급이 있는데 제가 알기로는 선농당에서 임금이 제사 지내는 의식을 한 뒤 소를 잡아 끓인 탕이 설렁탕인데요. 그리고 용의자가 단지 그런(스포일러라 줄입니다) 이유만으로 자백한다는 점은 저로서는 이해가 가지 않더군요.
 세 번째 단편, 아니, 중편인 <피의 굴레>는 가장 마음에 들었습니다. 경성 제일의 극장 명수관의 사장 김명수가 잡지사에 광고를 하나 맡기면서 시작되는데 그것은 광고도 아니고 이상한 시입니다. 그런데 그 광고가 실리기도 전 김명수가 음료수에 섞인 독을 마시고 죽게 되자 잡지사에서는 설홍주에게 조사를 의뢰합니다. 설홍주는 타살의 흔적을 보고 사장 주변의 사람들을 조사하기 시작합니다. 이 작품은 전체적으로 구성도 좋고, 당대 사회에 대한 묘사도 매우 좋았습니다. 그 시에 있는 암호문과 과거로부터의 사연도 마음에 들었죠. 단지 용의자 수를 좀 늘려도 좋았을 거란 생각이 들더군요, 다른 사연을 좀 더 넣든지 해서요, 그 라무네라는 음료의 병과 그 구조를 그림으로 보여줬다면 더 이해하기가 쉬웠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네 번째 단편인 <날개 없는 추락>은 담벼락에서 시체가 발견되자, 여러 명의 용의자를 나열하고 그 가운데서 범인의 자백을 이끌어내는 설홍주의 활약이 돋보입니다.

 전체적으로 기대 이상의 수준이라 보면서 한국 추리소설의 미래가 밝음이 느껴졌습니다. 앞으로도 더 좋은 작품 내 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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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성탐정록 경성탐정록 1
한동진 지음 / 학산문화사(단행본)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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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경성탐정록, 잘 읽었습니다.
우선, 일제 때를 고증하느라 작가 분이 고생이 많으셨습니다. 후기를 보니 일제 때를 배경으로 한 이유를 ‘21세기에는 과학수사가 대세지만 정통 퍼즐 추리물을 쓰고 싶어서’라고 하셨는데, 하지만 식민지 주민들의 의식 수준과 일본의 강압적인 통치 등을 보여주는 데에도 그 의도가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예를 들어 용의자가 거지면 가차 없이 폭행부터 하는 경찰, 남자의 바람에는 관대해도 여자의 바람에는 엄격한 사회 통념, 겉멋만 든 모던 보이 등에 대한 불만을 설홍주는 기탄없이 말하고 있지요. 오늘날에도 이러한 통념이 별로 달라지지 않은 것 같아서 안타까운 적이 많습니다.
  그리고 설홍주가 사건 현장과 의뢰인을 분석하는 모습 등을 보았을 때, 역시 이름대로 셜록 홈즈의 영향이 느껴지지만, 설홍주는 불령선인적인 생각(물론 일본인들이 보기에)을 가지고 있는데도 일본 경찰을 돕고, 그러면서도 독립군을 밀고하거나 하지는 않는 모습을 보면서 당시 초강대국에서 활약하던 탐정인 홈즈와는 다른, 조선 지식인으로서의 한계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개인적으로 김내성의 <마인>은 한국추리문학사에서도 가장 훌륭한 작품 중 하나지만 일제 치하라는 환경을 잘 반영하지 못했다는 점이 아쉬웠는데, <경성탐정록>은 일제의 모습을 잘 볼 수 있었습니다. 

 제가 개인적으로 이번 단편집에서 가장 잘 되었다고 생각하는 작품은 <천변 풍경>입니다. 김두한의 등장도 좋았으며 당시 양극화가 심한 경성 풍경을 보여주기도 하였고(거지 소굴에서 고급 여관과 고급 요정으로 이어지는 장면), 모든 장치에 의미가 있음을 짐작할 수 있었지만 막판의 설명에는 감탄을 금할 수 없었습니다.
<광화사>도 훌륭했지만 마지막에 유력한 용의자가 한 사람만 나온다는 점이 조금 아쉬웠습니다. 처음에 용의자를 두어 명 정도 등장시켜 이 중에 누구일까 하고 짐작하게 만들었다면 더욱 좋았으리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요.

 그리고, 아쉬운 점을 뽑으라면 첫 작품인 <운수 좋은 날>에서 범인을 잡는 단서가, 왕도손이 만난 우연(스포일러가 될 것 같아 이렇게만 말하렵니다)이라는 점입니다. 물론 처음의 실종 사건과 나중의 납치 사건을 연결시키는 방법은 매우 훌륭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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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형, 탐정이 되다 인형 탐정 시리즈 1
아비코 타케마루 지음, 최고은 옮김 / 북홀릭(bookholic)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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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인형이 직접 인격을 가지고 사건을 해결하다니, 마치 <사탄의 인형>을 연상케 하는(?) 스토리라 처음에는 놀랐는데 사실 인형인 마리오 자신은 움직이지는 못하고 말만 하는 모양입니다. 이는 오바타 타케시의 만화 <어둠의 인형사 사콘>을 연상케 하는군요, 인형인 우콘과 인형사 사콘 콤비, 사콘의 또다른 인격인 우콘은 인형의 몸을 빌려 이야기를 하고, 우콘은 수다스럽고 사콘은 과묵하며, 우콘은 사교성이 좋고 사콘은 수줍음이 많고, 수사는 우콘이, 추리는 사콘이 하는 구조입니다. 그리고 사콘은 우콘이 없으면 추리를 하지 못하고, 가끔은 우콘이 강령술(사실은 사콘의 성대 모사지만)로 죽은 사람의 영혼을 부르는 일도 합니다.

이 작품도 여주인공인 오무츠와 인형사 토모나가가 사건에 휘말리고(시리즈물 주인공들의 공통점은 역시 우연히 사건에 휘말리기를 잘한다는 점이군요, 굳이 김전일, 코난이 아니라도) 이 사건을 마리오에게 설명해 주면 마리오가 추리해 냅니다.
글쎄요, <인형사 사콘>을 보고 봐서 그런지 그리 신선하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고 사건도 예상 외로 평이하게 진행되어서 솔직히 걸작이라는 생각은 들지 않습니다. 특히 두 번째 단편의 밀실 트릭(?)은 괜찮았다고 생각하지만 요즘 독자라면 그런 결말(스포일러 방지를 위해 생략)을 원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런 결말을 한다면 더욱 치밀하게 구성하거나 각종 정보를 제공하여야 하죠.
개인적으로 보았을 때 논리상 구성이 가장 좋았던 단편은 네 번째입니다. 마리오를 잃어버린 토모나가가 사건을 파헤쳐 가는 내용, 그런데 오무츠가 토모나가에게 강령술을 한다는 점은 조금 황당했습니다. 오무츠가 영능력자도 아닐 텐데...

가볍게, 재미있게 읽기 좋은 작품입니다. 후속편에서 마리오와 토모나가의 관계, 토모나가와 오무츠의 애정이 어떻게 전개될지 궁금하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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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백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18
미나토 가나에 지음, 김선영 옮김 / 비채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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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놀라운 작품입니다. 솔직히 말해 제가 좋아하는 스타일은 아니지만 전체적인 구성도 훌륭하고 문장도 힘이 있습니다. 인물 묘사도 좋습니다.

첫 번째 고백부터가 매우 강렬합니다. 중학교의 한 여교사가 자신이 담임을 맡은 반에서 은퇴 선언을 하면서, 네 살짜리 자신의 아이가 학교 수영장에서 죽었는데 자살이 아닌 타살이고, 범인이 바로 그 반 학생이라는 사실을 알리고, 그 학생 둘에게 자신의 뜻대로 보복을 했음을 알립니다.
이 한 편이 1부로서, 단편이라면 이대로 끝났을 겁니다. 하지만 단편 하나가 될 만큼 강렬한 1장에 이어 뒤에도 2부, 3부에 따라 이 사건 관계자들이 자신들의 입장, 어린 시절까지 곁들여서 사건을 서술해 나가고, 결국 마지막에는 반전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미야베 미유키의 <나는 지갑이다>를 연상케 하는 구성입니다. 물론 물건이 말하지는 않지만, 사건 관계자들이 이야기를 하나씩 한다는 점에서 비슷합니다. 하지만 읽는 내내 유쾌하지 않더군요, 어린 살인자, 그것도 법적인 책임을 물을 수 없는 나이, 그보다 더 어린 피해자, 그리고 사건 관계자들이 한 명씩 억지로 자기 정당화를 하는 점에서 불쾌했습니다. 특히 제 자식만 감싸는 부모들은 더욱 그렇고요.

진정 죄악의 근원, 비극의 근원은 무엇일까요? 범인들의 이기심일까요, 엉뚱한 목적을 가진 사이코패스 때문일까요, 아니면 그들의 환경일까요? 범죄란 어디에서나 일어날 수 있고, 희극적인 범죄는 없다는 점은 굳이 말할 필요도 없지만 정작 범죄 자체와 그로 인한 제 2, 제 3의 비극을 보니 정말 뒷맛이 씁쓸합니다.
하지만 매우 훌륭한, 잘 만들어진 범죄소설이라는 점은 분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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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엄지손가락 지문
리처드 오스틴 프리먼 지음, 원은주 옮김 / 시공사 / 201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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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1907년에 출간되었으며 손다이크 박사가 첫 등장하는 작품이기도 합니다. 알려져 있다시피 손다이크 박사 시리즈는 오늘날 CSI를 비롯한 과학수사 탐정 시리즈의 원조이고 또한 도서 추리물의 원조 중 하나이기도 합니다. 물론 이 작품은 도서물이 아니지만요. 전에 단편집 <노래하는 백골>에서 도서물을 본 터라 본격물에서의 손다이크, 그것도 데뷔작이라는 점에 기대를 많이 하였습니다.

내용은 간단합니다. 한 보석 상인의 집 금고 안에 있던 거액의 다이아몬드가 도난당하고, 단서라고는 금고 안에 있던 메모지 안에 찍힌 지문뿐입니다. 이 지문의 임자는 보석 상인의 조카인 루벤으로서 그는 꼼짝없이 범인으로 몰리게 됩니다. 손다이크 박사는 조수인 폴튼, 친구이자 이 작품의 해설자인 저비스와 함께 루벤의 누명을 벗기기 위하여 수사에 나서게 되지요.

사건 자체는 매우 단순하고 살인사건도 일어나지 않습니다. 중간에 손다이크가 두 번 범인에게 위협을 받는다는 점이 전부입니다. 그러나 그 사건을 가지고 과학적으로 사건을 검증해 나가는 과정이 매우 세밀하게 묘사되어 있으며 특히 마지막에 법정에서 손다이크의 변론은 훌륭한 법정물로서의 성격도 보여줍니다.

이 작품에서 가장 인상적인 인물은 역시 손다이크입니다. 역대 탐정 중 가장 완전한 인물 중 하나라 평가받는 손다이크 박사의 매력은 작품 전체를 통해 유감없이 발휘됩니다. 잘생긴 외모와 탁월한 언변, 그리고 과학적인 두뇌, 특히 손다이크에게 배달된 편지를 통하여 편지를 보낸 이의 특징을 추리해 내는 손다이크의 모습은 결코 셜록 홈즈에게도 뒤지지 않습니다. 손다이크가 홈즈보다 먼저 출간되었다면 오늘날 명탐정의 대명사는 손다이크였을 겁니다.

아쉬운 점은 스포일러라서 말씀드리기 어렵습니다. 그리고 솔직히 저비스가 중간에 사건의 관련 인물 중 한 여성에게 개인적인 관심을 갖게 되는 대목을 보니 저비스가 조금 음흉하게(?) 느껴지더군요, <네 개의 서명>에서 왓슨이 모스턴에게 사랑을 느끼는 과정은 괘 자연스러웠지만 말입니다.

손다이크 박사의 데뷔작이라는 점만으로도 충분히 소장 가치가 있는 책입니다. 손다이크 시리즈가 더욱 많이 출간되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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