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강 머리 앤 Art & Classic 시리즈
루시 모드 몽고메리 지음, 설찌 그림, 박혜원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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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소중한 친구 앤에게.

안녕 앤! 아주 오랜만에 너를 다시 만났구나. 내가 초등학교에 다니던 어린 시절에 네가 나오는 만화를 보았고, 책으로도 너를 만났지.

이제는 세월이 흘러서 나에게 두 아이가 생겼어. 믿어지니? 아직도 어린 시절에 너를 만나서 행복했던 기억이 생생한데 벌써 내가 아줌마가 된 거야.

요즘 한국에는 너에 대한 책이 많이 나오는 것 같아. 이러한 분위기가 무척 마음에 들어. 사람들이 내 친구의 매력을 알아준다는 것이 기쁘지 않을 리 없으니까.

너의 이야기가 다양한 방식으로 출판되고 있어. 이번에 내가 읽은 것은 예쁜 일러스트와 함께 보는 책이란다.

예쁜 책 덕분에 푸른 숲이 펼쳐지고 투명한 강물이 흐르는 너의 곁으로 금방 돌아갈 수 있었어.

빨강 머리 앤!

너를 떠올리면 나는 다시 소녀가 되는 것 같아. 말이 많아도 사랑스러운, 상상력이 풍부한 소녀인 앤!

흔들리는 마차 위에서 초록색 지붕 집을 처음 발견하고 활짝 미소 짓던 너의 얼굴을 떠올리면 기분이 좋아져.

하지만 매슈와 마릴라가 원한 사람은 네가 아닌 남자애였지. 미혼의 남매 그리고 입양한 아이. 지금 생각하면 네 가족의 구성이 참 독특해.

지금은 다양한 가족의 형태를 인정하는 분위기이지만... 그 당시에는 아주 파격적인 가족의 형태였잖아. 이런 의미에서 너는 시대를 무척 앞서 나간 것 같아.

너는 스스로 못생기고 매력도 없다고 생각하지만 너는 많은 사람의 사랑을 받는 소중한 존재야. 나는 네가 동화에 나오는 완벽한 공주님들 같지 않아서 더 좋았어.

그리고 너의 친구 다이애나도 무척 좋아해. 너와 다이애나가 함께하는 장면을 읽으면 나도 그 사이에서 티타임을 하고 있는 것 같아.

너희들이 웃으면 나도 웃고 너희가 설레면 내 가슴도 두근거렸어. 둘의 우정이 무척 근사해.

네가 다이애나와 처음 만나는 장면을 읽는데, 내 가슴에 잊고 지낸 친구들의 이름이 떠오르더라......

친구가 생긴 것을 무척 기뻐하고, 가진 것이 많지 않아도 친구에게 무엇인가 주려고 하고, 초콜릿 반쪽을 준비하면서도 들뜬 모습이 감동적이야.

나에게도 그런 소중한 친구들이 있었는데 나의 무관심 때문에 멀어진 것 같아서 아쉬워.

너와 이렇게 다시 만나서 어색하지 않고 좋은 것처럼 그들과도 이런 느낌이 들면 좋겠다.

너와 오랜 시간 멀어져 있었지만 나는 가끔 생각해. ‘이럴 때 앤라면 어떻게 할까?’

나에게 당연한 것들이 너에게는 무척 소중하게 느껴질 거야. 너의 눈으로 보면 세상 모든 것이 아름답고 감사해져. 미움을 느낀 사람도 이해할 수 있는 용기가 생겨.

이 글을 빌려서 너에게 고맙다고 말하고 싶다. 어린 시절에 만난 너는 나의 좋은 친구였고 지금도 든든한 친구야. 너의 예쁜 마음 때문에 많은 것을 배우고 깨달았어.

이제는 너를 내 아들과 딸에게 소개해 주고 싶어. 그러면 너는 다시 십 대 소녀로 돌아가서 아이들의 친구가 되어주겠지. 내가 할머니가 되고 손주들이 생겨도 너를 소개해 줄 거야. ^^

그리고 이제 와서 고백하는데, 네가 무척 싫어했던 길버트를 나는 좋아했단다. 철이 들기 전에 장난꾸러기 시절부터 좋아했어.

‘엄청나게 잘생겼지만, 여자애들을 심하게 괴롭히는’ 길버트의 소개 글을 읽고 ‘엄청나게 잘생겼다’는 부분에 매혹 당한 것 같아. 하하하 ㅋㅋ

그런데 나중에 길버트가 얼마나 근사해졌니! 위기에 처한 너를 구해주고 학교 일자리도 양보했잖아. 길버트와 좀 더 일찍 좋은 친구로 지냈으면 좋았을 거라는 생각이 들어서 아쉬웠단다.

이후에 너에 대해서 다양한 이야기가 이어졌지만, 나는 소녀 시절의 너의 이야기가 가장 좋아. 나는 네가 영원히 어른이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했어. 철이 드는 것이 좋은 것만은 아니니까.

그리고 네가 어른이 되면 메슈와 마릴라는 노인이 되고, 그럼 그들과의 이별을 준비해야 하니까.

어른이 되어서 다시 읽으니 알겠어. 너라는 존재는 나에게 친구 이상이었어. 나는 너의 인생에서 기쁨과 감사를 배우고, 우정을 배우고, 사랑 그리고 이별의 모습을 만났던 것이구나.

빨강머리 앤. 너와 함께 있으면 살아있는 것이 기쁘다는 생각이 들어. 지금 당장은 기쁜 일이 없더라도 즐거운 상상을 할 수가 있어.

모퉁이를 돌면 어떤 것이 나올지 알 수 없는 인생이지만, 너라면 이렇게 말을 하겠지. ‘최고의 길이 기다리고 있을 거라 믿는다’고.

반가웠다. 다시 만나서...... 좋은 계절에 우리 다시 만나자.

사랑한다. 나의 영원한 친구 빨강머리 앤!


(이번 서평은 편지글 형식으로 작성했어요.)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작성한 솔직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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