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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레이터 에런의 첫 번째 이야기 ㅣ 바람그림책 123
안드레아 비티 지음, 데이비드 로버츠 그림, 김혜진 옮김 / 천개의바람 / 2022년 3월
평점 :
우선 이 책은 시리즈임을 밝혀둡니다.
(사실 저는 몰랐습니다. 이 시리즈의 다른 책도 아직 미처 못읽었지요. 총 4권의 책이 앞서 나왔고, 모두 2학년 같은 학급 친구들 각자의 이야기입니다. 이 책을 다 읽고나면, 나머지 4권도 매우 읽고싶어지실 거예요.)
제가 이 책에 끌렸던 이유는, 저희 아이와 같은 2학년 아이들의 이야기였기 때문이지요.
유아기 아이를 키울 때는, 초등학생이면 참 큰 아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거친 아이들도 많아 보였구요. 그런데 막상, 내 아이가 2학년이 되어보니.. 여전히 참 순수하고 예쁜 아이들이더라구요.
아직 세상의 풍파도 모르고, 오히려 조근조근 자기 생각을 이야기 하는데.. 그것이 그렇게 감동적입니다.
요 또래 아이들 키우시는 분들은 많이 당해(?)보셨으리라 믿는데...
팩트폭격 장난 아니게 합니다. 아이들은 입에 발린 말을 할 줄 모르죠.
눈에 보이는대로, 자신이 느끼고 생각하는대로 말합니다.
그래서 더 귀염지고, 똘망한 아이들을 생각하며, 이 책을 펼쳤습니다.
우선 너무나 아름다운 표지가 눈길을 사로잡았습니다.
하지만 이 때 느낀 아름다움은 표면적인 것이었어요. 이 그림의 의미를 몰랐으니까요.
아마 이 책의 마지막 장을 덮고 다시 표지를 보면, 느낌이 다르실거예요.
에런은 '난독증'이라고 합니다. 아무리 노력해도 글자를 읽어내기가 쉽지 않았지요.
저는 난독증을 잘 모릅니다. 하지만, 에런의 그 마음은 너무나 잘 알 것 같았어요.
우리도 그럴 때 있지 않았나요?
아무리 노력해도 되지 않았던 일들.
그 일들이 나를 얼마나 주눅들게 하였고, 얼마나 지치게 하였으며, 얼마나 고통스럽게 하였는지...
그래서 이 대목이 참 마음에 와닿았어요.
그러고는 신발에 돌덩이라도 넣은 듯
발을 질질 끌며 학교로 갔어요.
배 속이 배배 꼬이고 머리가 지끈지끈 아팠어요.
에런은 언제쯤 자기 차례가 올지 잔뜩 겁에 질린 채로 기다렸어요.
어른인 저도, 회상만으로도 이렇게 마음이 한없이 가라앉는데...
저 2학년 아이에게는 얼마나 더 큰 고통이었을까 싶었어요.
그런데 말이죠...
에런은.. 너무나 대견한 아이였어요.
이 장면에서 진짜 폭풍 눈물이...
에런은 날아올라요.
나만의 방식으로 우뚝 서서 온 세상에 나를 보여주는 거예요.
어둠을 몰아내는 힘찬 불꽃이 작은 불씨에서 자라나듯,
가장 여린 영혼에서도 희망은 피어나요.
에런의 그림은 확실히 뭔가 달랐어요.
스스로 길을 찾았고,
에런이 이야기하고 싶은 것을 찾아내도록 도와주었어요.
오늘은 장애인의 날이죠.
저는 그런데 왜 장애인의 날이라고 이름을 지었는지 모르겠어요.
오히려 이 이름이 장애/비장애라는 선을 긋는 느낌이라서요..
장애라는 것이, 꼭 어떤 연민의 시선을 가지고 바라보아야 하는 것일까요?
나름의 방식으로 이 삶을 영유하는 것은, 어떠한 사람이든 생물이든 모두 동등하다고 생각이 들었어요.
육체적인 어려움을 가졌든, 정신적인 어려움을 가졌든,
누구에게나 삶을 살아가는데 어려움은 하나 이상 가지고 있는데..
왜 누구는 '장애인'이라는 지칭을 받아야하는지...
우리가 그저 조금더 친절하고, 조금더 배려하는 마음을 갖는다면.. (그것이 누구에게든 말이예요)
그러면 조금은 더, 에런의 이야기처럼 아름다운 이야기가 생겨나지 않을까요?
※ 이 글은 천개의 바람 출판사에서 해당 책을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