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꿈 : 광주의 조천호 군에게 인생그림책 16
고정순 글.그림, 권정생 편지 / 길벗어린이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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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권정생 작가님이 1988년 5월 15일에 쓰신 편지가 모티브가 되어 만들어진 그림책이다. 이 편지는 잊혀져있다가, 2021년 5월 17일 권정생 작가 14기 추모식에서 공개되었다고 한다.

간단히 소개하자면, 권정생 작가는 동경에서 태어나 해방된 이듬해인 1946년에 우리나라에 왔다. 가장 유명한 작품은 <강아지똥>과 <몽실언니>가 아닐까 싶다. 권정생 작가의 주인공들은 강아지똥, 지렁이, 거지 할머니, 장님 등 대부분 소외받은 인물이다. 이렇게 여러 편견과 선입견 때문에 버림받고 따돌림 당해 온 모든 것들에게 따스한 시선를 보내는 작품들을 많이 만들었다.

또한, 고정순 작가 역시, 사람이 사는 데 필요한 것들을 고민하며 그림책을 만든다고 소개한다. 내가 아는 작품으로는 <옥춘당>, <돌아오지 못한 아이들> 정도인데, 이 외에도 다양한 작품을 쓰고 그렸다. 그리고 이 작가님도, 잊혀져가는 상처나 소외된 사람들에 대한 위로가 묻어나는 작품을 많이 하셨다.

그래서..

권정생 작가가 남긴 이 편지를…
고정순 작가가 그릴 수 밖에 없었겠구나 싶었다.

책에서 아이는 꼭 “아빠아~!”하고 부른다. 사랑과 애정과 애교와 귀여움이 잔뜩 담긴 그 목소리가, 정말 내 귓가에 울리는 듯 하다.

그러면서 아이는 빨리 아빠처럼 큰 사람이 되고 싶다고 한다.
“나무처럼 쑥쑥! 꽃처럼 활짝!”

이유는 비밀이다. 아이의 아빠에 대한 사랑이 이 책 한가득 묻어나온다.

“아빠아~!”
“아빠아~!”

그냥 아빠만 부르는데도, 가슴이 먹먹해져 온다.

권정생 작가는 편지에서 말한다. 5•18 민주화 운동이 터진지 8년이 지나서야, 그런 일이 있었는지 알았다고.
당시 신문에 실린, 아버지의 영정사진을 안고 있는 저 어린 아이(바로, 조천호 군)를 보고서야, 이 나라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깨닫고, 그 아이에게 편지를 남긴 것이었다.

역사는 사라지지 않는다. 과거는 지워지는 것이 아니다.
과거를 지우려하는 순간, 잊으려 하는 순간.
비극적인 역사는 다시 되풀이된다는 것을.
우리 모두는 알고 있다.

“정말 우리는 몰랐다고 말해도 될까” - 권정생 작가의 편지 중

꼭 다시 한 번 곱씹어 볼 말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이런 책들을 아이들과, 또 어른들과도 나누어야 한다. 어쩔 땐, 모르는 것이 죄가 되고, 모르는 것이 비극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고정순 작가의 수채화가 번진 듯이 담담하게 슥슥 그려진 그림과 순수한 아이의 말들은, 아름다우면서도 너무나 슬프다. 그러면서도 위로해주고, 보듬어주는 느낌이 든다. 이 책이, 편지가, 고정순 작가님을 꿈에서까지 따라간 이유를 이제는 알겠다.

* 고정순 작가님의 인터뷰도 함께 보면 좋을 듯 하다.
https://youtu.be/E4CU5jO0WnA


이 책은 길벗어린이 서포터즈 활동으로 책을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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