틸리 서양철학사 - 소크라테스와 플라톤부터 니체와 러셀까지
프랭크 틸리 지음, 김기찬 옮김 / 현대지성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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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그만 시내로 나가면 철학관이란 간판을 봅니다. 사주나 관상을 보는 곳이죠. 인생의 길흉화복을 점쳐줍니다. 미래에 대한 불안감으로 존재하는 분야죠. 우리가 아는 철학의 시작도 이와 유사하지 않을까요. 인간보다 더 거대한 대자연에서 약한 인간이 생존하기 위해 묻습니다. 나는 누구이고 자연은 무엇인지 인간은 이러한 질문을 던지고 답을 쌓아간지 벌써 2500년이 지났습니다. 이러한 누적은 서점에 가면 두꺼운 '서양철학사'라는 책을 접하게 됩니다. 대표적인 서양철학사는 러셀의 철학사와 군나르 시르베는르의 철학사가 있습니다. 이 책은 2000년무렵에 나온 책이고 전통적으로는 <틸리 서양철학사>도 매우 많은 사랑을 독자들에게 받아 왔습니다. 한국에 소개된 것은 1998년 현대지성사에 의해 나왔다가 20년만에 재출간된 정통파 서양철학사입니다. 이 책을 먼저보고, 러셀책을 보면 좀더 철학의 깊이가 쌓을 듯하네요.

저자는 프랭크 틸리입니다. 1865~1934 소위 구한말에 태어나서 20세초 경제대공황을 겪고 돌아가셨네요. 미국에서 오가기도 힘든 시절인데도 독일의 하이델베르크 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았고 그 이후 미국으로 귀국하여 평생 프린스턴대학 철학교수를 했습니다. 이 책의 초판 출판연도가 1914년으로 학자로서 가장왕성하다는 50세전후에 집필하여 계속 개정판을 냈다고 합니다. 지금도 글로벌 세계가 격동기를 겪고 있지만 19세기후반과 20세기초 1차세계대전은 인류사에 빼기 힘든 역사적 기록을 간직한 한해일겁니다.

<틸리 서양철학사>는 800페이지가 넘는 분량을 자랑합니다. 그만큼 폭넓게 철학사를 다룬 책입니다. 이 책은 20세기초반 대학교재로 많이 채택이 되었다고 합니다. 교재로 택해질려면 공정성과 논란이 적어야 합니다. 틸리교수의 책이 학교교육에서 철학사로 가르치기에 적당한 것은 근대과학적 비판개념을 적용해서 철학사를 적용합니다. 일차자료인 철학자본인의 작품을 살피고 이 차 저작이 없다면 주변의 철학자의 평가를 모입니다. 문화, 예술, 도덕, 정치, 종교를 전체를 살피며 역사를 기술했다고 합니다. 아쉬운 점은 1914년이면 동양에 대한 지식이 일부는 전달이 되었을텐데, 동양철학을 신화적 종교적 교설이고 완전하 사유체제가 아니라는 점이 20세기초까지의 서구에서의 동양의 평가로 보아야할겁니다. 그런 이유로 그리스철학부터 시작한다고 선언합니다. 저자가 동양의 철학은 사유로의 가치가 떨어져서 세계의 철학은 서양철학뿐일수밖에 없고 당연히 당시 원제는 <철학의 역사 A History of Philosophy>였지만 우리가 만나는 책제는 '서양'을 추가하여 순수한 <서양의 철학사>가 될 수밖에 없던 이유입니다.

틸리의 서양철학사는 3부 22장 85테마로 구성됩니다. 1부는 고대철학이고 2부는 중세철학 3부는 근대철학입니다. 비중으로 보면 근대철학이 60% 고대철학이 27% 중세철학이 14%남짓됩니다. 근대철학이 르네상스를 포함하고 있어서 15세기로 보면, 고대철학은 1000년, 중세철학도 1000년 근대철학은 500년남짓한 기간을 포함합니다. 그리고 각 파트의 중요인물과 사상은 따로 작은 글씨로 보완설명을 해두었서 사전적 역할도 같이 하도록 해두었고, 중요저작이 있으면 각주처럼 따로 모아서 심층공부를 하도록 배려했습니다.

저자는 철학사를 설명할때 전체적인 패턴을 맞추고는 있지 않습니다. 오로지 시대별 학자별 개념이해를 위해 인물과 개념 그리고 반론 학문별영역(신학, 윤리학, 생물학, 우주론, 형이상학, 정치학) 개념적용과 철학자의 참여 그리고 논쟁까지 세세하고 꼼꼼하게 정리하고 있습니다. 저는 내세를 믿지않습니다 그러면에서 에피쿠로스학파의 영혼학이 흡족합니다. 영혼은 모든 신체에 퍼져있고 신체가 해제될 때(죽음) 그 능력을 상실하는 것말입니다. 내세가 있어서 우리는 두려운 것아닐까요. 중환자실에 달려있는 홀터모니터에서 심장뛰는 소리가 뚜~하고 멈추면 영혼이 저승으로 날아가는 것이 아니라 모래처럼 흩어져 무로 돌아가는 것이란 의미죠. 죽음이 두려움이 되어서 인간은 고통스러운것이니까요.

서양의 중세는 종교의 시대로 이해를 합니다. 교황이 유럽을 지배하던 시기. 그것을 저자는 철학이 종교로 피신한 시대라고 합니다. 어쩌면 다양다종한 잡신(?)들이 논리적 체계를 갖추는 시대일겁니다. 종교가 번듯한 기업이 되어 위계와 체계를 잡아가는 시대죠. 그러면서도 신비주의로 감싸진 철학을 쏟아냅니다. 신비적 존재가 로고스라는 엔진을 탑재하고 감각세계를 다스립니다. 이러한 중세가 13세기로 접어들면서 중세합리주의인 스콜라철학이 절정의 꽃을 피우면서 르네상스로 넘어갑니다. 종교로부터 인간은 다시 태어납니다. 대륙과 영국의 합리주의라는 이름으로 말입니다.

르네상스시기가 되면서 다시 그리스전통으로 복귀를 하면서 합리론이 대세가 됩니다. 이 전통이 영국의 경험론과 독일의 관념론으로 분화되고 다시 프랑스에 의해 실증주의로 진화해갑니다. 20세기에 독일의 현상학, 영미의 실재론 미국으로 와서는 실용주의로 사회 전반적 보통교육에 깊은 뿌리를 내립니다. 이러한 시대를 거치며, 데카르트, 스피노자, 로코, 흄, 라이프니치, 볼테르, 칸트, 피히테, 헤겔, 쇼펜하우어, 니체, 존스튜어트 밀 등 우리에게 최소한 이름만은 들어본 사람들이 세상의 고민을 고상(?)하게 나열합니다.

철학도 축적의 학문이고 인문적 논쟁속에 성장해온 인간학입니다. 인물사중심의 개론서에 가깝기에 관심가는 세부학파나 철학자의 저서를 읽을 욕망을 들끓게 합니다. 철학을 기술한지 2500년이 넘었는데도 우리는 흔히 우리 시대를 철학이 부재한 시대라고 칭합니다. 무언가 든든한 코어가 없이 흩날리는 부나비처럼 여겨져서 일까요. 과거의 역사란 특히 철학의 연대기는 바로 인간이 인간으로 나를 물은 기록들입니다. 농업과 의료의 혁명으로 우리는 누구나 80세 전후를 사는 세대를 맞이 했습니다. 어떤 삶을 사느냐가 높고 낮음 좋고 나쁨이라 여기는 것도 편견일지 모릅니다만 나를 좀더 생각해보고 사색하는 삶, 좀더 단단하게 마음을 다듬는 길이고 그것이 좀더 태풍속에도 바위뒤에 큰 안식처를 만드는 과정겁니다. 우리는 지쳐있고 쉴데가 필요하기도 합니다. 얼마전에 겪었던 사이비종교에 빠지는 것보다 이러한 정통 철학에 의지해보는 것도 나쁜 것이 아닌듯합니다. 팬더믹공포로 인해 우리 사회는 락다운되어 있습니다. 두꺼운책이 이리 끝날지는 정말 몰랐습니다. 다시 사회적거리두기는 2주밀어진다고 합니다. 빨리 정상으로 돌아갔으면 하네요.

<틸리 서양철학사>는 한번읽어서 정리될 책도 아니고 평생 다지고 살피고 그리고 사색해야 하는 일의 시작이었으면 합니다. 고통이 번뇌처럼 폭폭수가 되는 작금, 한줄의 글이라도 발견하고 쉼터가 될 위대한 스승을 만난다면 아무리 두꺼운 책이라도 이해를 덜하더라도 그것이 의미일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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