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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레이션의 힘 - 말은 어떻게 예술이 되는가
박형욱.김석환 지음 / 예문아카이브 / 2018년 3월
평점 :
내레이션을 생각하면 대부분 TV 다큐에서 성우나 아나운서가 원고를 읽는 걸 많이 떠올립니다. 맞습니다. 내레이션이라면 다 그런거죠. 하지만 내레이션작업을 직접하는 성우들은 이 내레이션에 대해 다른 생각을 합니다. <내레이션의 힘>은 내레이션만이 가지는 힘에 포커스가 되어서 1부에서는 내레이션이 무엇인지를 설명하고 2부에서는 내레이션을 잘하는 훈련을 소개합니다. 이 책은 성우를 준비하는 분들의 전유물이 아니라 저자 박형욱과 김석환은 남들앞에서 이야기를 능숙하게 잘할 수있는 해법이 바로 내레이션에 있음을 증명합니다.
이 책은 성우 박형욱과 김석환의 공저입니다. 박형욱은 KBS성우 24기로 내레이션 전문성우라고 합니다. 우리가 타는 지하철방송맨트에서도 접할수있고, 무엇이든 물어보세요. 우리말겨루기, 관찰카메라24시 등에서도 목소리를 많이 접한 분이십니다. 금융사 ARS도 하셨다고 합니다. 그리고 김석환은 KBS성우 32기로 다양한 방송에서 내레이션을 했으며 2015년 한국PD대상 성우부분에서 최연소 수상을 하신분이십니다. 지으신 책에 <성우개론>도 눈에 띄입니다. 두 분모두 전문 내레이터로 내레이터의 의미를 누구보다 잘아시는 분이시고 이 내레이션만 잘해도 일반인들이 사회에서 고심하는 대중앞에서 말하기문제를 해결할 수있다고 합니다.
우선 내레이션이 무엇일까요? 내레이션은 간단히 보면 원고내용을 의지와 감정을 실어 표현하는 읽기라고 합니다. 그걸 증명하기 위해 저자들은 책의 서두를 영화 <킹스 스피치>에서 말더듬증으로 고생한 영국의 조지6세가 치료사 라이오넬로그의 도움을 받아 명연설을 한 사실을 인용합니다. 조지6세는 대중들과 프리토킹을 한것도 아니고, 웅변을 한것도 아닌 방송에서 원고를 보고 연설만 하게 도움을 주는 것으로 최고의 왕으로 성장하는 조지6세의 내레이션을 꼽습니다. 그가 한건 영화의 제목처럼 스피치를 한것이 아니라 내레이션만으로도 훌륭한 왕으로 존경받았다는 겁니다. 서점에 가면 각종 스피치책으로 말하기에 공포가 있는 사람들을 현혹하지만 정말 그들이 가져야 할 것은 스피치도 웅변도 낭독도 아닌 내레이션이라는 겁니다. 일반인 내레이션은 원고내용을 전할때 적절하게 진정성을 담게 하면 대중앞에서 만점으로 충분하다는 겁니다.
물론 전문 내레이션의 종류도 설명을 합니다. 그중에서 요즘 다큐를 보면 유명인이 내레이션을 하는 경우를 많이 볼수가 있을 겁니다. 신애라가 예능 <진짜사나이>에서 하는 것이나, 배우 최불암이 <한국인의 밥상>에서 구수한 톤으로 시청자들의 입맛을 돋구는 때나 현빈이 했던 MBC의 <아프리카의 눈물>도 있습니다. 이를 최근에 유행하는 유명인을 기용한 퍼스넬러티 내레이션이라고 합니다. 이 방식도 자칫 유명하다는 이유로 섭외를 해서 내레이션을 맡기다가는 프로그램 자체를 망칠수있기에 무척 조심해야한답니다.
정말 성우같은 내레이터가 되려면 발성, 발음, 호흡,공명, 음색까지 연습을 해야 합니다. 이 연습위에 감정선을 실어야 진정한 내레이션이겠죠. 이리 보면 내레이션은 매우 고차원적 작업입니다. 좀더 깊이 들어가면 소쉬르의 랑그와 파롤의 설명까지도 갑니다. 랑그는 형이상학적 언어이고 파롤은 개인에 체화된 언어로 랑그를 인식하고 파롤을 훈련하라고 합니다. 이러면 내레이션은 예술적 경지로 올라갑니다. 그러나 일반인도 충분히 따라할 수있는 방법을 소개한 책입니다.
그리고 저자들은 책을 잘읽는 방법을 촘촘한 그물망처럼 설명을 해줍니다. 드라이리딩방법도 흥미있는 방법입니다. 말그대로 감정없이 건조하게 읽는 법입니다. 이 정도로도 멋진 스피치가 된다는 겁니다. 방법은 느린속도로 표정은 무미건조하면서 눈빛은 살리라고 합니다. 마이크너머를 응시하며 말하라는 겁니다. 멀리보면 그곳까지 말이 잘전달이 된다고 합니다.
아무래도 스피치의 적은 긴장으로 떨어서 아무말잔치를 하는걸겁니다. 그 부분에 대한 대책도 포함됩니다. 긴장은 너무도 자연스러운 것을 인정하라고 합니다. 말하기전에 긴장이 되면 숨을 크게 쉬고 수다를 떠는 것도 도움이 된답니다.
개인적으로도 오늘 2번에 걸쳐 청중앞에서 말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직업이 강사가 아니다보니 말할 기회도 적고 성격도 내성적이라 많이 떨립니다. 그래서 오늘도 아무말잔치로 이불킥을 할 상황이었지만 나름 잘 넘어갔습니다. 이책을 읽은 내용처럼 대도록이면 천천히 진지하게 제 말을 전달하려고 노력하니 오늘 이불킥은 없을것같습니다. 어차피 내레이션도 훈련이라는 생각입니다. 좋은 선생님을 모시고 계속적인 훈련을 한다면 잠시 메모만으로도 청중들에게 저의 진심을 전할 수있을 겁니다.
내레이터는 "태초에 말씀이 있었다"라는 창세기 성경말씀처럼 메신저이며, 권력자이고 제사장이었다고합니다. 잘 훈련된 내레이터는 아마도 리더로의 자격도 따라올거라 봅니다. 성우지망생들에게는 당연히 필독서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