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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학의 배신 - 시장은 아무것도 주지 않는다
라즈 파텔 지음, 제현주 옮김, 우석훈 해제 / 북돋움 / 2011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영국 런던 출신 농민운동가의 <경제학의 배신>(원제 The Value of Nothing)은 자유시장주의의 폐허와 실패 인정을 통한 우리가 진정 만들고 싶었던 사회, 그걸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에 대한 철학적이고 윤리적인 이야기다.
 

시장만능주의의 정체, 복지 아닌 이윤추구

가치를 가격으로 환산해 소비자와 공급자의 자유로운 경제활동을 돕는 시장, 자유시장주의주의는 기업과 정부의 어떠한 간섭도 배제되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그러나 2008년 금융시장이 붕괴하면서 혼란에 빠졌고, 급기야 연방준비제도 이사회의장 그린스펀은 시장구조의 결함을 인정하기에 이르렀다. <경제학의 배신>은 시장만능주의에 대한 실패의 인정, 그리고 근본적 대책을 찾으려는 노력. 그 새로운 방안에 대한 모색이다. 제목이 본문의 내용을 충분히 드러내지도 못한 감이 있다.  


첫 번째 전제는 이렇다. 시장은 욕구 충족을 위한 거래가 아닌, 이윤추구를 위한 거래공간이 되었다. 시장을 움직이는 보이지 않는 손은 힘있는 이윤 추구자들의 정치에 놀아난다는 것이다.  이윤추구라는 인간의 이기적 본성으로 기인한 시장은 더 나은 세상으로 나아갈 수 없도록 부추긴 절대적인 경제결함이다. 


기업의 이윤추구의 문제, 장기적 공적 비용(사회, 생태적 비용) 간과

막대한 이익 추구를 위해 파생 비용을 사회에 맡기는 기업, 세계화를 빙자해 자원 약탈하고 오염발생 산업 수출하면서 오존층 파괴하고, 산림벌채 등 생태적 손실은 빈곤국에 전가한다. 저자는 200달러짜리 햄버거가 사회 생태적 비용 간과한 4달러 햄버거 되는 제품 가치를 제대로 반영 못하는 단기적 이윤추구의 시장 가격에 주목한다.

또한, 기업의 특성과 미국정신의학회의 정신 장애 진단 편람 비교하며, 많은 기업이 정신병질 특성을 가진다고 주장한다. 법적 체포행위, 거짓말을 반복하고 개인의 이익을 위하고 단기의 이익을 위해 장기적 희생을 간과하며, 타인의 행복을 침해하고, 최대한 법을 위반하는 등을 열거한다. 한국에서도 많이 본 대목이다.  


시장에 적절한 규제와 관리 필요인식, 누가, 어떻게 결정할 것인가에 대한 대안 제시

저자는 또 민주주의의 환상을 이야기 한다. 정당정치, 대의정치, 투표권 행사가 민주주의를 향한 국민의무의 전부인가 반문하고 모든 이가 발을 담가 변화를 만들어 내는 정치가 보이지 않는 손이 시장을 휘두루지 않고, 인간에게 필요한 시장으로 제대로 돌아가게 하는 힘이라고 말하며, 세계 속 자신의 권익과 지속가능한 삶의 연속을 위해 느리지만 변화를 추구하는 다양한 집단을 소개한다.

그는 일례로 지속가능 영농 지원하는 라 비아 캄페시아, 종자은행 만든 인도 안드라 프라데시의 데칸개발공동체, 공립교육 확대한 브라질 포르투알레그레.. 판자촌 거주민들이 집에서 쫓겨나지 않을 권리 등을 소개한다. 

모든 이가 참여하는 느림의 정치, 더불어 사는 삶, ‘가치’로의 복귀

책이 궁극적으로 제시한 대안은 공유지의 발견과 대항운동이다. 공유지는 식민지 개척 이전 누구나 출입하여 과실 식량 가져갈 수 있는 공공의 땅, 대항운동은 개인의 권리 가질 권리를 되찾으라는 주문이다.

그가 제시한 대안을 요약하면, 인간이 이기심 뿐만 아니라 이타심과 공정성의 욕구 또한 갖고 있으며 그 본성을 통한 ‘가치’ 중심적 사회로의 복원이 필요하다는 것이 핵심이다. 사유재산권 인정에 대한 풀이도 유독 기억에 남는다. 사유재산권은 평등과 지속가능한 삶 유지를 위한 수단이다. 행복은 행복자체의 추구에 있지 않고 더불어 사는 삶, 행복을 추구하는 과정을 통해 이룰 수 있다. 나아가, ‘정치’를 외면하지 않고 우리 스스로 민주주의를 구현하려고 동참할 때 비로소 이뤄진다.  

누군가를 돌보아야 같이 행복해진다  


돈 때문에 죽어야 할 경제적 고통은 없어야 한다. 돈의 중요성에 더 많이 응답한 자일수록 삶의 질은 더 낮았다. 기본적인 수준을 넘어서면 경제성장이 더이상 국민의 평균 행복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경제와 시장에 대해 되돌아 볼 대목이다. 욕구나 욕망 아닌 복지를 위한 필요를 충족시키는 사물의 실제 가치를 찾는 능력을 갖추는 것(좋은 삶, 행복에 관한 고대 그리스인의 정의), 나누는 과정을 통해 행복해진다는 걸 깨닫는 것, 세상의 흐름에 방관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권리를 찾아나서는 것, 그것이 잘못 매겨진 가격의 삶에서  ‘가치있는 세상’으로 환원시키는 느리지만 가장 흔들리지 않는 바람직한 길일런지 모른다. 하긴 이윤지향적 시장에 대체 무엇을 기대할 수 있단 말인가.
 

경제에 관한 이야기지만, 어떻게 살 것인가. 행복은 무엇인가를 생각하게 하는 철학적이고 도덕적인 책이고 강경한 필체가 느껴진다. 더불어 경제학 등 전문용어를 사전처럼 중간중간 알기 쉽게 소개한 것이 장점이고, 각장이 들어가기 전 철학자와 경제학자들의 잠언같은 짧은 글을 읽는 재미가 제법 쏠쏠하다. 책을 읽고나면, '시장은 아무 것도 주지 않는다'가 아니라, '현재의 시장은 우리의 삶을 황폐화하고 있다'는 사실에 눈뜬다. 지속가능한 삶을 위한 저렴한 가격 뒤에 숨은  '생태적 비용'과 기업의 실체를 낱낱이 들여다본 것도 큰 수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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