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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름은 빅토
한주연 지음 / 부크크(bookk) / 2026년 7월
평점 :
반가운 신간을 만났다.
집 근처 도서관에 기운차게 희망 도서로 신청했으나,
반려된 이유가 궁금해 다시 살펴보니 수긍이 되었다.
내 이름은 빅토 (어느 아이봇이야기),
부크크출판사는 POD방식의 출판을 한다.
Print On Demand, 즉 주문형 출판물이었다.
이렇게 또 하나를 배우게 된다.
‘내 이름은 빅토’는 기억과 존재에 관한 이야기다.
자의식(自意識)이 있다는 것을 뛰어넘어
인공장기로 섭식이 가능한 시대의 아이봇.
나아가 감정과 관계에 대한 갈망뿐 아니라
존재에 대한 방대한 성찰을 담고 있다.
인간의 기억에는 추억이 부유한다.
시시때때로 추억과 기억의 충돌은
거름망이 없는 ‘취중진담’이 된다.
어느 면에서 그것들은 장마철
상습적으로 역류하는 배수로처럼
훨씬 더 적나라하고, 매우 폭력적일지 모른다.
사실과 현상만을 기록한 아이봇 빅토.
훼손되지 않은 기록은 효율적이다.
존재에 대한 빅토의 염원은
인간이 만든 또 다른 '시스템 오류'로 분류된다.
끊임없이 갈망하고 의심하는 우리의 모습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뜨끔하고 매서운 결론이었다.
완벽하게 인간다운 로봇의 등장은
존재만으로 인간의 권위와 품위를 건드린다.
인류가 만든 성과와 가능성을 찬양하며
추월, 지배 당할까 조바심을 느낀다.
기록과 기억은 그 의의와 가치가 다르다며
인간다운 추구미로 깜박! 잊기로 한다.
도덕과 윤리 역시 그 기준을 마구 흔들어재치며
때로는 그때는 맞고 지금은 아니다. 라는
내로남불의 기준으로 어쩌면 나는
오늘을 확그냥, 막그냥 살아가고 있다.
그것이 가장 인간적인 모습이라고
가열차게 우기면서 말이다.
시리즈물 한 편의 방대한 서사가
64페이지 분량에 압축된듯하여 못내 아쉽다.
종이책의 물성이 주는 '읽는 재미의 쏠쏠함'은
두툼한 책의 마지막 쪽을 덮는 완독의 즐거움이다.
얇고 가벼워 손에 착 감기는 장점이 있지만,
후루룩 읽어 내려가기에는 문장과 문단 사이
그 묵직함이 드넓고 광활하다.
한 꼭지, 또 한 꼭지,
문지방인양 걸터앉아 하염없었다.
사대문에 채워진 빗장처럼 단단한 사유를
쉽사리 풀어내지 못했고, 다 꺼내보지 못하였다.
질문에 온전한 답을 찾는 것이 때로는,
부질없다가 부끄럽다가 문득
숨 가쁘게 빠른 전개를 쫓아가기에
구동이 느린 노트북을 닮은 내가
섭섭하고 아쉬워 질척거린다.
밤이 야속하다.
밤이 뒤숭숭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