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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판에 딱 붙은 아이들 ㅣ 난 책읽기가 좋아
최은옥 글, 서현 그림 / 비룡소 / 2015년 4월
평점 :
정말 당황스러운 상황으로 시작합니다.
세 박자로 불리던 기웅이, 동훈이, 민수가 오해로 인해 불신이 쌓인 상태에서 칠판에 손이 딱 붙어버린다는...
반 친구와 부모님, 그리고 다양한 어른들(칠판 납품업자, 건설회사 변호사, 119 아저씨들, 만능박사, 무당 등....)은 손을 떼려 노력하지만 떨어지지 않습니다.
재밌는 건 어른이 연관되지 않을 때는 이 힘든 상황에도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연출된다는 거죠.
어른들만 등장하면 상황은 꼬일 대로 자꾸 꼬입니다.
보다 못한 기웅이와 민수가 말합니다.
"어른들은 자기 말만 참 잘하는 것 같지 않냐?"
"맞아 게다가 우리보다 뻥도 잘 치는 것 같아."
결국 아이들의 손은 아이들 스스로 얽힌 오해를 풀면서 스르르 떨어집니다.
더 재미있는 건 여기저기 손이 붙어버리는 사건들이 계속 벌어진다는...
서현님의 그림도 읽는 재미를 더해 줍니다.
글 내용도 그림도 참 신선하고 재미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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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9쪽-
교실은 다시 와글와글 시끄러워졌다. 어른들은 서로 다른 사람 말에는 귀를 기울이지 않았다. 아니, 아예 신경도 쓰지 않았다. 각자 자기 생각이 옳다고 굳게 믿는 것 같았다. 빨간 한복 아줌마는 여전히 깡충거리며 소리 질렀고, 민수 할머니도 열심히 대꾸했다. 신부님도 스님도 다른 사람들고 각자 바빴다. 만능박사님은 이렇게 시끄러운 상황에 눈길 한 번 돌리지 않고 꼿꼿하게 앉아 있었다.
121쪽-
~ 세 아이는 각자의 머릿속에 있던 '그 일'이 별거 아니라고 생각하자 픽 웃음이 새어 나왔다. 별일도 아닌 걸로 며칠 동안 속을 바글바글 끓였던 게 바보처럼 느껴졌다. 좀더 일찍 지금처럼 얘기를 나눴더라면 오해가 생기지도 않았을 것 같았다.
동훈이는 칠판에 발바닥이 아니라 손바닥이 붙은 게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만약 다른 곳이 붙었으면 또 게임에 빠져 아이들과 이런저런 얘기도 못 나누고 오해도 풀지 못했을 것 같았다.
작가의 말) 132쪽-
~ 나도 모르는 사이, 나에게 그런 습관이 생겼더라고요. '내가 듣고 싶은 말만 듣고, 듣기 싫은 말을 딱 자르고, 내 할 말만 하는 버릇'이요. 어느새 나도 내가 싫어하는 사람들을 닮아 가고 있었던 거죠. 귀를 틀어막고 자기 말만 하는 사람들을 말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