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이고 싶은 아이 (한정판 썸머 에디션) 우리학교 소설 읽는 시간
이꽃님 지음 / 우리학교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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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정, 가정, 신뢰, 소통, 폭력] 책을 읽는 내내 우리 사회와 내가 얼마나 많은 편견을 갖고 있고, 대중이 얼마나 여론에 휘둘리기 쉽고, 속이기 쉬운지, 그리고 진실을 알아내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많은 생각이 들었다.  

혼자서 행복할 수 없는 사람은 타인과 행복한 관계를 맺을 수 없고, 사랑받지 못하고 성장한 사람은 타인을 진정으로 사랑하기 어렵다는 것도. 그래서 가정에서의 무조건적인 사랑을 받고 자라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새삼 느꼈다. 

책을 읽으면서 계속되는 잔잔한 반전에 혼자 추측하고, 뒤집고, 놀라고를 반복했다. 

몰입감 있고,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흡입력있는 청소년 소설이었습니다.

소설 속에서 제일 불쌍한 인물은 죽은 서은이가 아니라 아무도 곁에 없는 주연이라는 생각이 든다.  


137쪽

서은은 대답 대신 한숨을 내쉬었다. 주연은 가슴이 쿵, 내려앉는 기분이었다. 그 한숨 한 번에 주연은 자신이 너덜너덜해지고 망가지는 것 같았고, 서은이 당장이라도 떠날 것 같았다.



160쪽

"내가 너 믿어 준다고."

한순간이었다. 주연의 어깨가 들썩이더니 일그러진 얼굴 위로 눈물이 쏟아졌다. 코끝이 빨개져 우는 주연의 모습은 마치 엄마를 잃은 어린아이처럼 보였다. 믿어 준다는 한마디 때문이었다. 그렇게 한참이나 주연은 울음을 터트렸고 장 변호사는 가만히 그 모습을 바라보았다. 깊은 고요 속에 오로지 주연의 울음소리만 구슬프게 차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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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도살장 (무선)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50
커트 보니것 지음, 정영목 옮김 / 문학동네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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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이 얼마나 세계와 인간을 잔인하고 무감각하게 파괴하는지 책을 읽어나갈수록 와닿았다.

세계 제2차대전 종전을 위해 이 책에 의하면 독일 드레스덴에 무참한 폭격으로 135,000명이, 도쿄 공중 공격으로 83,793명이, 히로시마 원자탄은 71,379명이 죽었다는 끔찍한 사실을 알았다. 나는 다만 히로시마 폭격에 대해서만 알고 있었을 뿐이다. 끔찍했다. 

책 뒷부분에 하버드 대학교 역사학 교수 버트램 코플랜드 럼포드라는 인물이 드레스덴에서 그 폭격을 겪었다고 말하는 빌리에게 말한다.

"그럴 수밖에 없었소.", "그게 전쟁이오." "그렇게 할 수밖에 없었던 사람들을 가엾게 여기시오."

빌리는 말한다. "괜찮았습니다." "다 괜찮습니다. 모두가 자신이 하는 일을 할 수밖에 없는 거지요. 나는 그걸 트랄파마도어에서 배웠습니다."

과연 럼포드의 권유대로 전쟁 상황이라 어쩔수 없으니, 학살을 결정한 사람들을 가엾게 여겨야 할까.

그걸 수긍한다면 우리도 빌리처럼 트랄파마도어로 순간이동을 끊임없이 해야하는 건 아닐까?

전쟁이 얼마나 인간을 무참히 죽이고 망가뜨리고, 생존자들의 삶까지 철저하게 파괴하는지 담담하게 빌리라는 인물의 삶을 메타버스처럼 조망해서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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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4쪽

또 그곳 어딘가에 봄이 있었다. 시체 광산은 폐쇄되었다. 병사들은 모두 러시아인과 싸우러 떠났다. 교외에서 여자들과 아이들은 참호를 팠다. 빌리와 그의 무리 나머지 사람들은 교외의 마구간에 갇혀 있었다. 그러다 어느 날 아침 일어나보니 문이 잠겨 있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유럽의 제2차세계대전은 끝이 났다.

빌리와 나머지 사람들은 어슬렁어슬렁 걸어 그늘진 거리로 나갔다. 나무들이 낙엽을 떨어뜨리고 있었다. 바깥에서는 아무 일도 벌어지지 않았다. 거리를 오가는 것은 전혀 없었다. 탈것이라고는 딱 하나, 말 두 마리가 끄는 마차가 버려져 있을 뿐이었다. 마차는 녹색에 관 모양이 었다.

새들이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새 한 마리가 빌리 필그림에게 말했다. "지지배배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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움베르토 에코의 지구를 위한 세 가지 이야기
움베르토 에코 지음, 에우제니오 카르미 그림, 김운찬 옮김 / 꿈꾸다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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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 소통, 환경문제] 움베르토 에코가 쓴 아주 짧은 술술 읽히는 3편의 단편이 삽화와 함께 실려 있다. 함께 행복해지기 위해서는 함께 변해야 하고, 나와 다르다고 서로 틀렸다고 외면하지 말고, 달라도 같이 어울릴 수 있는 방법을 같이 생각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해주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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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가난이 온다 - 뒤에 남겨진 / 우리들을 위한 / 철학 수업
김만권 지음 / 혜다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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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 복지, 기본권] 플랫폼 노동이나 디지털 기술이 불러오고 있는 새로운 사회 불평등에 대한 이야기와 기본소득, 기초소득 등 이를 위한 대안을 담고 있다. 

책 속에 나와 있는 기본소득이 가져오는 지속적 소비력의 효과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 첫째 부당한 노동 환경을 개선할 수 있는 협상력. 인간이 최소한의 지속적인 소비력을 갖추고 있다면, 부당한 환경에서 노동하는 걸 거부할 수 있게 된다. 쉽게 말해 ‘갑질’에 대항할 수 있는 힘을 준다.

- 둘째, 노동뿐만 아니라 가정 폭력, 성소수자 차별과 같은 부당한 행위에 대한 저항력을 높일 있다. 사회적 약자들에게 경제적으로 독립할 수 있는 여력이 지속적으로 주어진다면, 그들이 부당한 처우를 받을 때 ‘그만해!’라고 말할 수 있게 될 것이다. 

결과적으로  ‘지속적인 소비력’이 인간으로서 최소한의 존엄을 지킬 수 있는 방어막 역할을 해 준다는 것이다. 

세계 10위 안팍의 GDP에도 불구하고, 146개국중 59위인 행복지수와 자살률 1위라는 뼈아픈 현실은 개인이 해결할 수 없다. 그럼에도 우리 사회는 계속 개인의 책임과 노력을 더 강조한다. 개인에게 가난의 책임을 돌리지 않는 사회, 사회구조적으로 인간의 존엄성을 책임지는 사회에 대한 공론화가 시급하다. 


사족이지만 존대말로 쓰여 있는 책은 독서 시간이 더 드는 느낌이 든다. 존대말 표현이  아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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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모든 아침
파스칼 키냐르 지음, 류재화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1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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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나는 죽을 때까지 알지 못할 것 같은 

음악의 깊이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있는 짧은 소설이다.  

거친 바람 소리에서 아리아의 저음을 듣고,  

살아가는 기쁨을 추억하며 물, 물풀, 쑥, 살아 있는 작은 송충이에 음악을 짓고, 

공휴일도 없이 그저 묵묵히 음악으로 자신을 운명을 완성한다는 생트 콜롱브씨.

누구도 짐작 못하는 치열하고 열정적인 내면의 삶을 묵묵히 견디며,

말 할 수 없는 것을 말하는 음악을 만들어내는 운명의 임무를 완수하고,

마지막 순간 제자와 함께 연주하며 눈물 흘리는 모습에 묵직한 감동을 느꼈다.   

짧은 문장을 읽으면서 그의 주름살과 검버섯 핀 메마른 손이 보이고, 

음악이 아련히 들리는 듯했다. 

경험할 수 없는 것을 경험하게 해주는 소설의 힘을 느끼게 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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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8쪽-

~ "선생님, 마지막 수업을 부탁드려도 되겠습니까?"

마레 씨가 갑자기 활기를 띠며 물었다.

"내가 첫 수업을 해도 되겠소?" 생트 콜롱브 씨는 잘 들리지 않는 소리고 대꾸했다.

마레 씨는 고개를 끄덕였다. 생트 콜롱브 씨는 헛기침을 했고, 하고 싶은 말이 있다고 했다. 그는 거칠고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것은 어려운 일일세. 음악은 말할 수 없는 것을 말하기 위해 그저 거기 있는 거라네. 그런 의미에서 음악은 반드시 인간의 것이라고 할 수 없지. 음악이 왕을 위한 것이 아님을 알았는가?"

~  두 사람은 포도주병과 비올라 다 감바와 포도주잔들과 접시를 가지고 오두막으로 다시 돌아왔다. 마레 씨는 검은 케이프와 양털 가죽을 벗어서 바닥에 던져놓았고, 생트 콜롱브 씨는 자리를 만들고 오두막 한가운데, 하얀 달이 보이는 천장 가까이, 글 쓰는 탁자 바로 옆에 앉았다. 그는 손가락을 입술에 스쳐 침을 묻히더니 접시 바로 옆 짚에 싸인 포도주 항아리에서 떨어진 붉은 포도주 두 방울을 닦았다. 생트 콜롱브 씨는 붉은 모로코가죽 장정의 음악 노트를 펼쳤고, 마레 씨는 그의 잔에 잘 익은 붉은 포도주를 약간 따랐다. 마레 씨는 촛대를 음악 노트 가까이에 놓았다. 그들은 노트를 바라보고, 다시 덮고, 앉아서, 조율했다. 생트 콜롱브 씨는 허공에서 손을 저으며 박자를 세었다. 그들은 손가락으로 현을 짚었다. 그렇게 두 사람은 「눈물들」을 연주했다. 두 비올라 다 감바의 선율이 올라가는 순간 두 사람은 서로를 바라보았다. 두 사람의 눈에서 눈물이 흘렀다. 천장을 뚫고 들어온 빛이 오두막 안에 퍼졌고 그 빛은 어느새 노랗게 물들어 있었다. 눈물이 코에, 뺨에, 입술에 천천히 흘러내릴 때 두 사람은 동시에 웃었다. 마레 씨가 베르사유로 돌아간 것은 새벽녘이 되어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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