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도살장 (무선)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50
커트 보니것 지음, 정영목 옮김 / 문학동네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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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이 얼마나 세계와 인간을 잔인하고 무감각하게 파괴하는지 책을 읽어나갈수록 와닿았다.

세계 제2차대전 종전을 위해 이 책에 의하면 독일 드레스덴에 무참한 폭격으로 135,000명이, 도쿄 공중 공격으로 83,793명이, 히로시마 원자탄은 71,379명이 죽었다는 끔찍한 사실을 알았다. 나는 다만 히로시마 폭격에 대해서만 알고 있었을 뿐이다. 끔찍했다. 

책 뒷부분에 하버드 대학교 역사학 교수 버트램 코플랜드 럼포드라는 인물이 드레스덴에서 그 폭격을 겪었다고 말하는 빌리에게 말한다.

"그럴 수밖에 없었소.", "그게 전쟁이오." "그렇게 할 수밖에 없었던 사람들을 가엾게 여기시오."

빌리는 말한다. "괜찮았습니다." "다 괜찮습니다. 모두가 자신이 하는 일을 할 수밖에 없는 거지요. 나는 그걸 트랄파마도어에서 배웠습니다."

과연 럼포드의 권유대로 전쟁 상황이라 어쩔수 없으니, 학살을 결정한 사람들을 가엾게 여겨야 할까.

그걸 수긍한다면 우리도 빌리처럼 트랄파마도어로 순간이동을 끊임없이 해야하는 건 아닐까?

전쟁이 얼마나 인간을 무참히 죽이고 망가뜨리고, 생존자들의 삶까지 철저하게 파괴하는지 담담하게 빌리라는 인물의 삶을 메타버스처럼 조망해서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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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4쪽

또 그곳 어딘가에 봄이 있었다. 시체 광산은 폐쇄되었다. 병사들은 모두 러시아인과 싸우러 떠났다. 교외에서 여자들과 아이들은 참호를 팠다. 빌리와 그의 무리 나머지 사람들은 교외의 마구간에 갇혀 있었다. 그러다 어느 날 아침 일어나보니 문이 잠겨 있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유럽의 제2차세계대전은 끝이 났다.

빌리와 나머지 사람들은 어슬렁어슬렁 걸어 그늘진 거리로 나갔다. 나무들이 낙엽을 떨어뜨리고 있었다. 바깥에서는 아무 일도 벌어지지 않았다. 거리를 오가는 것은 전혀 없었다. 탈것이라고는 딱 하나, 말 두 마리가 끄는 마차가 버려져 있을 뿐이었다. 마차는 녹색에 관 모양이 었다.

새들이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새 한 마리가 빌리 필그림에게 말했다. "지지배배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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