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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페, 가로등을 켜는 아이 ㅣ 열린어린이 그림책 10
일라이자 바톤 지음, 테드 르윈 그림, 서남희 옮김 / 열린어린이 / 2005년 11월
평점 :
[가난, 가족, 부모, 자존감] 사람의 의지를 꺾는 건 '가난'보다 '사람'이라는 걸.
그것도 부모가 자존감에 제일 큰 영향을 미친다는 걸 일깨워주는 그림책이다.
아빠는 아프고 엄마는 돌아가시고, 형제자매는 많은 소년 페페.
씩씩하게 일자리를 구하러 다니다가 어렵게 얻은 가로등지기.
기뻐하는 페페와 형제자매와 달리 아빠는 화를 낸다.
성실하게 가로등을 켜고, 관리하는 페페는
"넌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놈이 될 거다."
"꼴도 보기 싫다. 너 때문에 창피해서 못 살겠어!"
라는 아빠의 말에 서서히 삶의 의욕을 잃어버린다.
동생 아순타가 사라지고, 페페가 켜지 않아 컴컴한 거리를 보면서 아빠는 깨닫는다.
"아순타가 무서워하고 있을 거야. 오늘 밤에 가로등을 켜는 일은 아주 중요하단다...... 그러니 페페야, 제발 불을 켜다오. 그럼 네가 무척 자랑스러울 것 같구나."
라는 말에 다시 거리로 나서고 아순타를 찾아서 돌아오게 된다.
아직 자아가 정립되지 않은 순수한 아이에게 부모의 한 마디가 얼마나 큰 상처가 되는지,
나의 모습을 성찰하게 한다.
한 장 한 장 작품을 감상하듯 보게 되는 삽화가 책의 깊이를 더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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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에서)
"오빠, 난 크면 오빠처럼 되고 싶어. 나도 가로등을 켜고 싶어. 그게 제일 좋은 일인 것 같아."
"제일 좋은 일이라고?"
페페가 궁금해서 물었어요.
"오빠는 어둠을 쫓아 버리잖아."
아순타가 말했어요. 페페는 빙그레 웃으면서 동생을 더욱 꼭 껴안아 주었어요.
이제 페페는 마지막 가로등을 올려다보았어요.
"아순타야, 오늘 밤엔 네가 이걸 켜 볼래?"
페페는 동생이 막대기를 잡는 걸 도와주었어요.
집으로 오는 길에 아순타는 페페의 팔에 안겨 잠이 들었어요.
페페는 고개를 똑바로 들고 걸었어요. 눈도 다시 초롱초롱해졌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