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과 6펜스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38
서머셋 몸 지음, 송무 옮김 / 민음사 / 200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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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의 사람들이 추구하는 그런 삶에 어딘가 문제가 있다고 느꼈던 것은 그 무렵에도 강했던 내 타고난 기벽 때문이었는지도 모르겠다. 나도 그런 삶이 갖는 사회적 가치를 인정하고 있었다. 거기에는 잘 정돈된 행복이 있었다. 하지만 내 혈기는 좀더 거친 삶의 방식을 원했다. 그처럼 쉽게 얻을 수 있는 기쁨에는 무엇인가 경계해야 할 점이 있는 것 같았다. 내 마음속에는 더 모험적으로 살고 싶은 욕망이 있었다. 변화를, 그리고 미지의 세계가 주는 흥분을 체험할 수만 있다면 험한 암초와 무서운 여울도 헤쳐나갈 각오가 되어있었다.-36쪽

"사람이 남들의 비난을 의식하면서도 과연 편하게 살아갈 수 있을까요? 정말 아무렇지도 않으리라 장담하는 겁니까? 누구에게나 양심 같은 것이 있는 법 아닙니까? 언젠가는 이 양심에 걸리지 않겠어요? 부인께서 돌아가신다고 해봐요. 양심의 가책 때문에 괴롭지 않으시겠어요?"
~
"하실 말씀이 없으신가요?"
"있소. 당신 참 멍청한 사람이오."-64쪽

그와 관련하여 가장 헛갈렸던 문제는 바로 이 점이었다. 남들이 어떻게 생각하든 상관하지 않는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그것은 대체로 자신을 속이는 말이다. 그 말은 아무도 자신의 기벽을 모르리라 생각하고 자기 하고 싶은 대로 한다는 것을 뜻할 뿐이다. 또한 기껏해야 자기가 이웃의 지지를 받고 있기 때문에 다수의 의견과는 반대로 행동하고 싶다는 뜻을 나타낼 뿐이다. 자기가 속한 집단의 경향이 탈인습적이라면 세상 사람의 눈에 자신도 쉽사리 탈인습적으로 비치기 마련이다. 그렇게 되면 터무니없는 자존심을 가지게 된다. 위험 부담 없이 용기 있는 행동을 함으로써 자기 만족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도 인정받고 싶은 욕망은 문명인의 가장 뿌리 깊은 본능일 것이다.
~하지만 남이야 어떻게 생각하든 정말 전혀 상관않은 사내가 여기 있었다.
~"이것 보세요. 모두가 선생님 처럼 행동한다면 세상이 어찌 되겠습니까?"
"어리석은 소리를 하는군. 나처럼 살고 싶어 하는 사람이 많은 줄 아오? 세상 사람 대부분은 그냥 평범하게 살면서도 전혀 불만이 없어요."-75쪽

~나는, 양심이란 인간 공동체가 자기 보존을 위해 진화시켜 온 규칙을 개인 안에서 지키는 마음속의 파수꾼이라고 본다. 양심은 우리가 공동체의 법을 개뜨리지 않도록 감시하는, 우리 모두의 마음속에 있는 경찰관이다. ~남의 칭찬을 바라는 마음이 너무 간절하고, 남의 비난을 두려워하는 마음이 너무 강하여 우리는 스스로 적을 문안에 들여놓은 셈이다. 적은 자신의 주인인 사회의 이익을 위해 우리 안에서 잠들지 않고 늘감시하고 있다가, 우리에게 집단을 이탈하려는 욕망이 조금이라도 생기면 냉큼 달려들어 분쇄해 버리고 만다. 양심은 사회의 이익을 개인의 이익보다 앞에 두라고 강요한다. 그것이야말로 개인을 전체 집단에 묶어두는 단단한 사슬이 된다. 그리하여 인간은 스스로 제 이익보다 더 중요하다고 받아들인 집단의 이익을 따르게 됨으로써, 주인에게 매인 노예가 된느 것이다. ~ 그리고 양심의 지배를 인정하지 않는 사람에게는 온갖 독설을 퍼붓는다. 왜냐하면 사회의 일원이 된 사람은 그런 사람 앞에서는 무력할 수밖에 없음을 너무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77쪽

그때 나는 부인에게 약간 실망했던 것 같다. 그때만 해도 나는 사람의 인격이란 하나로 통일되어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런 휼륭한 여자에게 그토록 깊은 앙심이 들어 있는 것을 보고 가슴이 아팠다. 한 인간이 얼마나 다양한 특질로 형성되는지 아직 모르고 있었던 것이다. 이제는 한 인간의 마음안에서도 좀스러움과 위엄스러움, 악의와 선의, 증오와 사랑이 나란히 자리잡고 있음을 너무도 잘 안다.-85쪽

~고통을 겪으면 인품이 고결해진다는 말은 사실이 아니다. 행복이 때로 사람을 고결하게 만드는 수는 있으나 고통은 대체로 사람을 좀스럽게 만들고 앙심을 품게 만들 뿐이다.-90쪽

~그는 꿈속에서 살고 있었고, 현실은 그에게 아무런 의미도 없었다. 오직 마음의 눈에 보이는 것만을 붙잡으려는 일념에 다른 것은 다 잊고, 온 힘을 다해 자신의 격력한 개성을 캔버스에 쏟아붓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러고 나서 그림 그리기를 마치면, 아니, 그리기를 마친다기보다- 그림을 완성시키는 일은 좀처럼 드물었으니까- 자신을 불태운 열정을 소진시키고 나면, 그것에 관해서는 깡그리 잊어버리고 말았다. 그는 자기가 한 일에 만족하는 법이 없었다. 마음을 끊임없이 괴롭히는 환상에 비하면 일의 결과는 아무것도 아니었기 때문이다. -109쪽

"알지도 못하고 보지도 못한 사람들이 당신의 작품을 보고 감동을 받는다고 생각해 보십시오. 미묘하면서도 격력한 감동을 말예요. 기분이 썩 좋지 않겠어요? 누구나 힘을 행사하기를 좋아합니다. 사람의 혼을 움직여 연민아니 공포의 감정을 일으킨다면, 그보다 더 멋진 힘의 행사가 어디 있겠습니까?"
"멜로드라마 같은 소리"
"그럼, 왜 그림이 잘 됐나 못 됐나 신경을 쓰시죠?"
"난 신경 안 써요. 보이는 대로 그리고 싶을 뿐이지." -110쪽

"여보, 그 사람은 천재라니까. 당신은 설마 나를 천재로 생각지는 않겠지. 나도 내가 천재였으면 좋겠어. 천재를 볼 줄은 알지. 천재를 정말 진심으로 존경해. 세상에서 천재보다 굉장한 건 없어. 천재들에게야 그게 큰 부담이 되지만 말야. 천재들에게는 너그럽게 대해 주고 참을성 있게 대해 주어야 해."(스트로브)-130쪽

~그가 같이 가자고 하지 않아서 나는 마음이 놓였다. 문간에서 그와 헤어진 다음 홀가분한 기분으로 거리로 나왔다. 파리의 거리가 새삼 유쾌하게 느껴졌다. 바쁘게 오가는 행인들을 바라보노라니 절로 웃음이 나온다. 날씨는 맑고 햇빛은 밝다. 한결 짜릿한 삶의 기쁨을 느낄 수 있었다. 어찌할 수 없는 느낌이었다. 나는 스트로브와 그의 슬픔을 내 마음에서 털어내 버렸다. 삶을 즐기고 싶었다.-181쪽

"세상은 참 매정해. 우리는 이유도 모르고 이 세상에 태어나서 이제 어디로 가야 하는지도 몰라. 그러니 겸손하게 살아야지. 조용하게 사는 게 아름답다는 걸 알아야 해. 운명의 신의 눈에 띄지 않게 얌전하게 살아야지. 그리고 소박하고 무식한 사람들의 사랑을 구해야 하는 거야. 그런 사람들의 무지가 우리네 지식을 다 합친 것보다 나아. 구석진 데서 사는 삶이나마 그냥 만족하면서 조용하게, 그 사람들처럼 양순하게 살아가야 한단말이야. 그게 살아가는 지혜야.-184쪽

"당신은 자신의 확신에 용기가 없군. 목숨이란 아무런 가치도 없어요. 블란치 스트로브는 나한테 버림을 받아서 자살한 게 아냐. 어리석고 균형 잡히지 않은 인간이라 그랬지. 자, 이제 그만하면 그 여자 이야기는 충분하오. 전혀 중요할 것 없는 사람이니까. 갑시다. 내 그림을 보여줄 테니."-205쪽

~우리는 무의식적으로, 상대방에 대한 나의 의견을 상대방이 얼마나 존중해 주느냐에 따라 상대방에게 미치는 나의 힘을 측정하는 경향이 있다. 자신의 힘이 미치지 못하는 사람들은 싫어한다. 그처럼 사람의 자존심에 아픈 상처를 주는 것은 없을 테니까. ~
"남을 완전히 무시해 버린다는 일이 가능할까요?" 나는 그에게 라기보다 나 자신에게 물었다. -206쪽

인격이 없었다? 다른 길의 삶에서 더욱 강렬한 의미를 발견하고, 반 시간의 숙고 끝에 출세가 보장된 길을 내동댕이치자면 아무래도 적지않은 인격이 필요했을 것이다. 게다가 그 갑작스러운 결정을 후회하지 않으려면 더더욱 큰 인격이 필요할 것이다. 하지만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
정말 아브라함이 인생을 망쳐놓고 말았을까? 자기가 바란 일을 한다는 것, 자기가 좋아하는 조건에서 마음 편히 산다는 것, 그것이 인생을 망치는 일일까? 그리고 연수입 일만 파운드에 예쁜 아내를 얻은 저명한 외과의가 되는 것이 성공인 것일까? 그것은 인생에 부여하는 의미, 사회로부터 받아들이는 요구, 그리고 개인의 권리를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따라 저마다 다를 것이다. 하지만 이번에도 나는 대꾸하지 않았다. 기사 작위를 가진 사람에게 내가 어찌 감히 말대꾸를 하겠는가.-259쪽

"내 경우만 보자면 그 사람에게 공감을 느낀 게 별로 이상할 건 없어요. 우린 서로 모르고 있긴 했겠지만, 결국 같은 것을 지향하고 있었으니까요."-27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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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의 상상력 : 교사와 부모가 함께 그리는 행복한 교육 - 교육과 미래 1 아로리총서 11
김찬호 지음 / 지식의날개(방송대출판문화원)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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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청소년들은 학업에서의 흥미, 자아 효능감, 동기 등에서 매우 낮은 점수를 받았다. 예를 들어 한국 학생들은 다른 나라 아이들보다 수학을 훨씬 잘하는데도 자신은 수학에 소질이 없다고 생각하고, 그래서 그 과목을 싫어한다. 그리고 새로운 과제에 도전 하려 하지 않는다. 실패에 대한 둘려움 때문에 자율적이고 능동적으로 배움에 임하지 못한다. 공부를 하면 할수록 학습 의룍은 떨어지고, 스스로의 한계를 적극적으로 돌파하려는 의지가 취약한 것은 뜨거운 교육열의 이면에 감춰진 그늘이다. -16쪽

<학교를 넘어선 학교>엘리엇 레빈
아이들에게서 실존에 대한 물음을 이끌어내려는 고민의 흔적이 보인다.
-과거의 인생 여정 지도
- 미래의 인생 여정 지도
- 이 세사에 가장 큰 고통은 무엇인가? 이 사회에 필요한 것들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 등
<어른이 된다는 것은> 칙센트미하이, <일이란 무엇인가>알 지니, <감각의 매혹>조엔 에릭슨 <열다섯 살, 꿈의 교실 편>MBC스페셜, 문화예술진흥교교육원싸이트 www.arte.or.kr,


-00쪽

교과서는 실제 생활에서 맞닥뜨리는 '변화구'를 거의 날리지 않는다. 따라서 학생들은 이러한 변화구를 어떻게 쳐야 하는지 모른다. 대신 학생들은 혼자 책상에 앉아서 일괄적으로 ㅈ정리되어 있는 문제들을 풀어나간다. 교사들은 이미 답을 알고 있고 답을 찾는 '올바른' 전략은 그 수업 시간에 다루는 교과서에 있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학교 밖 현실 세계에서 중요한 문제의 해결책은 처음에는 보이지 않다가 다른 사람들과 의논하는 과정에서 발견된다. <학교를 넘어선 학교>중-37쪽

한국의 부모들은 대개 아이의 삶에 별로 관심이 없다. 아이의 관심에 집중하지 않는다. 이미 정해 놓은 목표를 부과하면서 그 기준으로 현재를 재단하기 때문이다. 다행히(?) 아이의 관심사가 오로지 공부여서 학교 공부와 대학입시 준비에만 힘을 쏟는다면 부모로서 걱정할 것이 없을 것이다. 하지만 정말로 다행스럽게도, 대부분의 아이들은 그렇지 않다. 그들의 마음에는 언제나 변화무쌍한 욕망과 호기심이 꿈틀거린다. 그것은 독특한 재능으로 수렴될 수 있지만 지리멸렬한 유희와 일탈로 긑날 소도 있다. 부모의 눈에 전자의 가능성은 잘 포착되지 않고, 후자의 비극적 시나리오만 클로즈업된다. 그래서 공부와 관계없다고 여겨지는 일들은 점점 감시와 규제의 대상이 된다.-79쪽

~대화에서의 핵심은 공감이다. 상대방의 경험을 듣는다는 것은 그냥 객관적인 사실들만을 딱딱하게 접수하는 것이 아니다. 인간의 경험에는 반드시 느낌이 함께 배어들게 마련이다. 그 뉘앙스와 결의 자초지종을 따라가면서 자신의 감정을 이입하는 능력이 바로 공감 능력이고, 정서지수(EQ)란 바로 이런 것이다. 그것이 얼마만큼 가동되느냐가 대와의 밀도와 즐거움을 좌우한다. 이것은 부모 자녀 사이에 많이 결핍된 부분이기도 하다.-84쪽

~자신의 경험이나 느낌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면서도 대단히 높은 수준의 지성을 요구하거나 촉발한다. 사고 능력이나 토론 역량도 그러한 토대 위에서 훨씬 튼실하게 구축될 수 있다. 정말로 깊은 지성은 자기 안에서 세상을 만나는 경험에서 비롯된다. 그리고 감정을 사유의 대상으로 객관화할 수 있다면 상당한 수준의 인식에 올라서 있다고 할 수 있다. 삶을 매개로 대화한다는 것은 그토록 심오한 의의를 내포하고 있다. 그러한 대화에서 부모에게 요구되는 것은 질문을 적절하게 던지는 능력이다. 그를 위해서는 잘 경청할 줄 알아야 한ㄴ다. 대와에서 경청이 얼마나 중요한지는 많은 사람들이 강조해온 바다. '적극적 청취active listenin'라는 개념이 있듯이, 듣는다는 것은 결코 그냥 수동적으로 정보를 수신하느 것이 아니다. 상대방의 발화發話를 적극적으로 북돋고 그가 말하고자 하는 바 의ㅡ미의 흐름이 유연하게 ㅇ이어지도록 유도해야 한다. 마치 판소리에서 고수의 역할처럼 장단으로 호흡을 맞춰 주고 맞장구쳐 주면서 분위기를 띄우는 것이다. 대화에 집중하는 태도와 표정, 그리고 적절한 타이밍과 질문이 핵심이다.-85쪽

'호텔 가족'이라는 말이 있다. 일본의 어느 정신과 의사가 만들어낸 개념이다. 한집에 살면서도 식구들은 저마다 자기 방에만 갇혀지내기 때문에 대화가 없을 뿐 아니라 아예 관심조차 없는 가정을 말한다.-95쪽

~'한국교육은 이웃집 아줌마가 망친다'는 말처럼, 다른 아이보다 한 치라도 뒤질세라 불안해하며 자녀를 닦달하는 마음은 서로를 매개로 증폭되면서 집단 노이로제로 악화되는 속성이 있다. 그 불안과 두려움은 그대로 아이에게 전가된다.
그 결과 아이들의 성장판에 심각한 결함이 생긴다. 다른 나라에서는 사춘기에 접어들면 아이들이 서서히 부모의 자장권을 벗어나 인간관계를 다양하게 확장하고 경험의 폭을 넓혀간다. 그런데 한국의 청소년들은 오히려 더욱 부모의 지배 아래 들어가게 된다. 그들의 일상과 인생은 부모에 의해 기획되고 관리되는 것이다. ~
~지금 한국의 많은 젊은이들에게 성장에 꼭 필요한 좌절과 극복의 경험이 생략된다. -122쪽

인간의 성장과 생활에서 정서적 자원을 생성하는 일차적인 관계는 가족이다. 특히 근대 도시화 이후 지역사외가 해체된 상황에서 부모의 역할은 사회화 과정에 결정적이다. 타자ㅏ에게 자신이 전폭적으로 받아들여진다는 것을 확인하면서 세상은 살 만한 곳이라는 느낌을 갖도록 해주는 상대는 바로 부모다. 부모와의 관계가 탄탄하고 안정된 가운데 자라난 사람은 세상에 대해 긍정적인 시선을 가질 수 있고, 자신감을 가지고 인생 길을 찾아나갈 수 있다. 또한 교우 관계를 원만하게 맺고 타인과 효과적으로 소통하면서 협동하는 사회적 지능도 발달한다. 바로 그 점에서 한국의 젊은이들은 치명적인 결함을 갖고 잇다. 미래에 대한 두려움을 갖고 인간관계의 어려움을 겪는 이유의 상당 부분은 부모와의 관계 부전不全에서 찾을 수 있다. 한마디로, 부모는 아이들의 삶에 결정적인 지렛대다. 그러데 그토록 중요한 부모와의 고나계가 온전하지 못하다는 것은 인격 성장에 심각한 결함이 되기 쉽다.-127쪽

~누구나 저마다 생각의 집을 짓고 살아간다. 그것이 있기에 이 엄청난 정보들을 처리할 수 있고, 자신만의 주체적인 관점으로 세상을 해석할 수 있다. 말하자면 그것은 인간으로서 삶을 가능하게 하는 토대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생각은 인간을 일정한 틀 속에 가두어 두는 굴레가 되기도 한다. 사물을 늘 같은 방식으로만 받아들이게 하며서 무수히 다양한 가능성과 대안들을 찾지 못하게 만드는 것이다. 타자에 대한 편견이나 선입견은 그로 인해 빚어지는 전형적인 결과물 가운데 하나다. 그러한 고정관념은 자신의 능력에 대해서도 한정지을 때가 많다. 성장과 교육의 과정에서 우리는 '나는 무엇 무엇은 할 수 없다'는 생각을 갖게 되는 듯하다.-13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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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이 인간인가 - 아우슈비츠 생존 작가 프리모 레비의 기록
프리모 레비 지음, 이현경 옮김 / 돌베개 / 200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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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인들에게 히틀러의 시대가 얼마나 치욕적인지를 생각해 봤습니다.
씻지 못할, 아니 씻어내선 절대 안될 과거일것입니다. 
대대손손 자신들의 나약함과 비겁함을 곱씹어야 할 것입니다.
인간이 인간이기를 포기하고, 포기하게 만든 이 학살의 현장을 우리들도 두고두고 기억해야 할 것입니다.
히틀러나 그 추종자들이 명령하고 선도했지만, 그 일을 이루어 낸 것은 개개인이었습니다.
개개인의 암묵적 합의가 저지른 일이기에 더 아프고 비참합니다.
당하는 사람이나 군림하는 사람이나 같은 동물일수 밖에 없는,
인간이기를 포기하지 않고는 살아나가기 힘든,
그저 동물적인 생존의 욕구로 이어나가는 힘겨웠던 그들의 나날이 저까지 부끄럽게 만들었습니다.
그 상황에 처하면 저도 그냥 하나의 동물로서 살것이기에,
인간이기를 포기할 것이 자명하기에 비참했습니다.
그리고 작지만, 이와 유사한 일들이 지금도 쉼없이 일어나고 있기에, 
저 또한 비겁한 독일인들처럼 그 현장을 외면한 채 오욕의 나날을 살아 가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아픔을 주는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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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228
인간을 파괴하는 것은 창조하는 것만큼이나 어려운 일이다. 쉬운 일도, 간단한 일도 절대 아니지만 독일인, 당신들은 그 일에 성공했다. 당신들의 눈앞에 온순한 우리가 있다. 우리 때문에 두려워할 필요는 전혀 없다. 반란 행위도, 도전적인 말도, 심판의 눈길조차 없을테니까.
~우리는 망가지고 패배했다. 이 수용소에 적응할 수 있었다 해도, 마침내 우리의 식량을 마련하는 법을 배우고 고된 노동과 추위를 견디는 법을 배웠다 해도, 그리고 우리가 다시 돌아갈 수 있다 해도 그 사실은 바뀌지 않는다.
우리는 침대 위로 메나슈타를 들어올렸다. 우리는 죽을 나누었고 배고픔이라는 일상적인 분노를 가라앉혔다. 그리고 이제는 수치심이 우리를 짓눌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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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이 인간인가 - 아우슈비츠 생존 작가 프리모 레비의 기록
프리모 레비 지음, 이현경 옮김 / 돌베개 / 200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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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베는 육체적으로 가장 편한 수용소다. 그래서 아직 의식의 씨앗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거기서 의식이 다시 깨어난다. 그리하여 공허하고 긴 날, 허기나 노동이 아닌 다른 것들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리고 그들이 우리를 어떤 상태로 만들려고 한 것인지, 우리 중 몇 명이나 죽었는지, 이것이 어떤 삶인지 진지하게 생각하게 된다. 상대적으로 평화로운 울타리인 카베 아에서 우리는 우리의 인간성이 아주 연약한 것이며 이 인간성이야말로 우리 생명보다 더 위태롭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러므로 고대의 현인들은 '사람은 언젠가 죽게 마련'이라는 교훈을 남기는 대신, 지금 우리를 위협하고 있는 이런 큰 위험을 상기시키는 게 옳았을 것이다. 수용소 안에서 자유로운 안간들에게 메세지를 전하는 것이 가능했다면 그 내용은 바로 이런 것이었으리라. 지금 여기서 우리를 괴롭히는 것을 당신들 집에서 겪지 않도록 주의하십시오.-80쪽

오늘은 맑은 날이다. 우리는 시력을 되찾은 맹인처럼 주위를 둘러본다. 서로의 얼굴을 본다. 한 번도 밝은 태양 아래에서 얼굴을 본 적이 없다. 어떤 사람은 웃기도 한다. 배만 고프지 않다면!
인간의 본성에 따르면 슬픔과 아픔은 여러 가지를 동시에 겪더라도 우리의 의식 속에서 전부 더해지는 것이 아니라, 정확히 원근법에 따라 앞의 것이 크고 뒤의 것이 작다. 이것은 신의 섭리이며, 그래서 우리가 수용소에서도 살아갈 수 있는 것이다. 자유로운 삶에서, 인간이 만족할 줄 모르는 존재라는 말을 그토록 자주 듣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사실 이것은 인간이 애초에 완전한 행복의 상태를 누릴 수 없어서라기보다 불행의 상태가 지니는 복잡한 성질을 늘 충분히 인식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수없이, 차례대로 늘어선 그 불행의 이유들이 단 하나의 이름을, 가장 큰 이유의 이름을 갖게 된다. 그 이유가 힘을 잃어버릴 때까지 말이다. 그런데 그때 우리는 그 뒤로 또 다른 이유가 등장하는 것을 본다. 비탄에 잠길 정도로 충격을 받는다. 하지만 실제로는 그뒤로 또 다른 이유들이 줄을 서 있다.
-110쪽

그리하여 겨우내 우리의 유일한 적이었던 추위가 가시자 우리는 배가 고프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그리고 똑같은 오류를 범하며 오늘 "배만 고프지 않다면!"하고 말하는 것이다.
그러나 어떻게 배가 고프지 않기를 바랄 수 있단 말인가? 수용소 자체가 배고픔이다. 우리 자신이 배고픔, 살아 있는 배고픔이다.-111쪽

~인간들을 뚜렷하게 구별짓는 두 개의 범주가 존재한다는 것 말이다. 그것은 구조된 사람과 익사한 사람이라는 범주다. 상반되는 다른 범주들(선한 사람과 악한 사람, 지배로운 사람과 멍청한 사람, 비겁한 사람과 용기 있는 사람, 불행한 사람과 운 좋은 사람)은 그다지 눈에 띄게 구별되지 않고 선천적인 요소가 적어 보이며, 무엇보다 복잡하고 수많은 중간 단계들을 허용한다.-132쪽

만일 엘리아스가 다시 자유를 찾게 된다면 인간사회의 가장자리에, 감옥이나 정신병원에 갇혀 살게 될 것이다. 하지만 여기, 이 수용소에는 범죄자도 정신병자도 없다. 지켜야 할 도덕률이 없기 때문에 범죄자가 없으며, 우리가 하는 행동이 우리기가 상상할 수 있는 모든 것일 뿐 우리에게 자유의지란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정신병자도 없다
~확고한 내적 지혜를 갖지 않은 사람에게, 삶에 뿌리를 내리는 데 필요한 힘을 자신의 의식으로부터 끌어낼 줄 모르는 사람에게, 유일한 구원의 길은 엘리아스에게로, 어리석은 행동으로, 그리고 음흉한 잔인성으로 이어진다. 다른 길들은 모두 막다른 골목이다.-148쪽

~나는 지금 내가 이렇게 살아 있게 된 것이 로렌초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물질적인 도움 때문이라기보다는 그의 존재 자체가 나에게 끝없이 상기시켜준 어떤 가능성때문이다. 선행을 행하는 너무나 자연스럽고 평범한 그의 태도를 보면서 나는 수용소 밖에 아직도 올바른 세상이, 부패하지 않고 야만적이지 않은, 증오와 두려움과는 무관한 세상이 존재할지 모른다고 믿을 수 있었다. 정확히 규정하기 어려운 어떤 것, 선善의 희미한 가능성, 하지만 이것은 충분히 생존해야 할 가치가 있는 것이다.
~이 책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인간이 아니다. 그들의 인간성은 땅에 묻혔다. 혹은 그들 스스로, 모욕을 당하거나 괴롭힘을 줌으로써 그것을 땅에 묻어버렸다.
~하지만 로렌초는 인간이었다. 그의 인간성은 순수하고 오염되지 않았다. 그는 이 무화無化의 세상 밖에 있었다. 로렌초 덕에 나는 내가 인간이라는 사실을 잊지 않을 수 있었다.-187쪽

쿤은 생각이 없는 사람이다. 그는 옆 침대의 그리스인, 스무 살 먹은 베포가 내일모레 가스실로 가게 되었다는 걸 모른단 말인가? 베포 자신이 그것을 알고 아무 말도 없이 침대에 누워 아무 생각도 하지 않은 채 작은 전등만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는 게 보이지 않는단 말인가? 다음 선발 때는 자기 차례가 올 것임을 모른단 말인가? 그 어떤 위로의 기도로도, 그 어떤 용서로도, 죄인들의 그 어떤 속죄로도, 간단히 말해 인간의 능력 안에 있는 그 무엇으로도 절대 씻을 수 없는 혐오스러운 일이 오늘 벌어졌다는 것을 쿤은 모른단 말인가?
내가 신이라면 쿤의 기도롤 땅에 내동댕이쳤을 것이다.-198쪽

인간을 파괴하는 것은 창조하는 것만큼이나 어려운 일이다. 쉬운 일도, 간단한 일도 절대 아니지만 독일인, 당신들은 그 일에 성공했다. 당신들의 눈앞에 온순한 우리가 있다. 우리 때문에 두려워할 필요는 전혀 없다. 반란 행위도, 도전적인 말도, 심판의 눈길조차 없을테니까.
~우리는 망가지고 패배했다. 이 수용소에 적응할 수 있었다 해도, 마침내 우리의 식량을 마련하는 법을 배우고 고된 노동과 추위를 견디는 법을 배웠다 해도, 그리고 우리가 다시 돌아갈 수 있다 해도 그 사실은 바뀌지 않는다.
우리는 침대 위로 메나슈타를 들어올렸다. 우리는 죽을 나누었고 배고픔이라는 일상적인 분노를 가라앉혔다. 그리고 이제는 수치심이 우리를 짓눌렀다.-228쪽

그러므로 이성과 다른 도구로, 혹은 카리스마 넘치는 지도력을 앞세워 우리를 설득하려고 애쓰는 사람을 신뢰해서는 안 된다. 우리의 판단과 우리의 의지를 다른 사람에게 위임할 때에는 신중에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 진짜 선각자와 가짜 선각자를 구별하기란 어렵기 때문에 모든 선각자를 의심의 눈으로 보는 것이 좋다. 그들의 주장을 일단 거부하는 것이 좋다. 그것의 단순성과 눈부심이 우리를 들뜨게 한다 해도, 무상으로 그것을 얻을 수 있기 때문에 편리하다고 생각되더라도. 훨씬 더 소박하고 덜 흥분되는 진실, 차근차근, 지름길로 가지 않고 공부와 토론과 추론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진실, 확인되고 입증될 수 있는 진실에 만족하는 게 훨씬 더 좋다.-30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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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을 자유 - 로쟈의 책읽기 2000-2010
이현우(로쟈) 지음 / 현암사 / 201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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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을 해야 하나? "우리는 어떤 형태의 지속되고 훈련된 수련 또는 주체의 변화를 위한 수련"에 전념해야 하고 "개인 스스로 발견하고 가상자아에 대한 자신의 느낌을 키워야 한다."-30쪽

~이 사서는 자신의 책들을 좀더 잘 알기 위해서 일부러 어떤 책도 읽지 않는다. 350만 권에 달하는 장서들을 알기 위해서 그가 정한 원칙은 자신이 맡은 모든 책들에서 제목과 차례 외에는 절대로 읽지 않는 것이다. 그래야만 '총체적 시각'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관점에서 보자면 "책 속으로 코를 들이미는 자는 교양에는 물론이요 심지어는 독서에도 틀려먹은 사람"이다. 그렇지 않은가? 교양이란 무엇보다도 '오리엔테이션'의 문제이며, 저자의 주장대로 중요한 것은 이런저런 책을 읽었다는 것이 아니라 그것들 전체 속에서 길을 잃지 않는다는 것일 테니까.-45쪽

자신이 배운 것, 자기가 옳다고 공감하는 것을 실천, 실습할 때, 곧 가르칠 때의 기쁨이 '학습'(어린 새들이 날갯짓하는 걸 바라보는 기쁨!). 이 때문에 '학습'은 혼자만의 '공부'로는 얻을 수 없는 '배움의 변증법'을 달성한다. 물어서問 배우고學 이를 실천하라習! 인간의 길이고 인문 학습의 길이다.-59쪽

<청춘을 읽는다><고민하는 힘>강상중, <읽지 않은 책에 대해 말하는 법>피에르 바야르, <책 열권을 동시에 읽어라> 나루케 마코토, <위험한 독서>김경욱, <전방위 글쓰기>김봉석, <강의- 나의 동양고전 독법>신영복, <행복한 인문학>임철우 외, <교양- 사람이 알아야 할 모든 것>디트리히 슈바니츠, <논어는 진보다>박민영, <남자를 토라지게 하는 말, 여자를 화나게 하는 말>데보라 태넌, <서사철학>김용석, <번역의 탄생>이희재,<예브게니 오네긴>알렉산드르 세르게비치 푸슈킨, <장정일의 독서일기><노무현-상식 혹은 희망>장정일, <미술관에서 인문학을 만나다>박이문 외, <승자독식사회>로버트 프랭크 외, <유럽적 보편주의>이매뉴얼 월러스틴, <4천원 인생>안수찬 외, <괴물의 탄생>우석훈, <지방은 식민지다>강준만, <다시, 민주주의를 말한다>도정일 외, <미국이 세계를 망친 100가지 방법>, <이것이 인간인가>플리모 레비, <유러피언 드림>레러미 리프킨, <아케이드 프로젝트>ㅂ발터 벤야민<= 읽을 책.. -00쪽

~언어학자로서 저자가 우려하는 것은 세계의 각 언어로 전승되고 보존되어온 지식을 우리가 잃어버릴지도 모른다는 점이다. 그에 따르면, 우리는 번역할 때 한 언어에서 다른 언어로 직덥 건너갈 수 없으며 항상 현실 세계를 거쳐서 가야만 한다. 이때 각 언어는 세계를 보고 나누고 구분하는 각기 다른 관점을 갖고 있으며 이에 따라 그것이 그려내는 현실 세계의 지도도 다를 수밖에 없다. 즉 각 언어는 사물이 존재하는 방식에 대해서 각기 다른 통찰력을 제공해주며 우리에겐 그러한 대안적인 세계관이 필요하다. 한 언어의 소실은 곧 인간의 경험을 이해할 수 있는 한 가지 대안의 상실이다. 게다가 보다 중요하게는 다른 언어와의 상호작용만이 우리 각자의 언어를 더욱 유연하고 창조적으로 만들어준다.-13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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