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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나를 죽이고, 하지만 나는 아직 나를
전포롱 지음 / 양양하다 / 2026년 5월
평점 :
📚 나는 나를 죽이고, 하지만 나는 아직 나를
✦ 전포롱
✦ 양양하다
전포롱 작가를 처음 만난 건
제가 일하는 웅진북클럽 마음무럭 전집을 통해서였다.
토마쓰리의 그림과 전포롱 작가의 글이
함께 만들어내던 그 세계는
이상하게도 오래 품고 있던 담요처럼 따뜻하고 포근했다.
책장을 넘길 때마다 마음 한구석이
조용히 데워지는 기분이 있었는데,
이번 첫 시집에서도 그 감각을 다시 만날 수 있어 반가웠다.
아니, 어쩌면 더 깊게 만났다고 해야 맞겠다.
이 시집은 제목부터 마음을 멈춰 세운다.
나는 나를 죽이고, 하지만 나는 아직 나를…
어딘가 위태롭고, 솔직하고,
그래서 더 쉽게 지나칠 수 없는 문장이다.
프랑스에서 죽음을 생각했던 한 사람이,
예상하지 못한 풍경 앞에서
다시 삶 쪽으로 몸을 돌리게 되는 이야기.
뜨거운 햇살 아래 피어 있던 꽃들,
무심히 불어오던 공기,
이유 없이 눈에 들어온 아름다움 같은 것들이
한 사람을 붙잡아 세웠다는 사실이 오래 마음에 남았다.
거창한 위로나 대단한 해답이 아니라,
그저 살아 있는 세계의 작은 장면들이
삶을 다시 선택하게 만들었다는 것이.
시집 곳곳에는 여전히 슬픔이 있다.
쉽게 사라지지 않는 우울도 있고,
스스로를 미워하던 시간의 그림자도 남아 있다.
그런데 이상하게 이 책은 무겁기만 하지 않다.
전포롱 작가 특유의 따뜻한 일러스트가
그 감정을 조용히 감싸 안아주기 때문이다.
꼭 “괜찮아”라고 말하지 않아도
옆에 가만히 앉아 등을 토닥여주는 사람처럼.
특히 이번 시집에서 일러스트를
함께 볼 수 있다는 점이 참 좋았다.
전포롱 작가의 글이 품고 있는 온기와 그림의 결이
너무도 자연스럽게 맞닿아 있어서,
한 권의 시집이라기보다 한 사람의 마음을
천천히 산책하는 기분이 들었다.
이 책은 삶이 마냥 아름답다고 말하지 않는다.
오히려 살아가는 일이 얼마나 버겁고,
때로는 스스로를 지워버리고 싶을 만큼 아픈지 솔직하게 보여준다.
그런데도 끝내 한 줄기 빛 같은 문장을 남긴다.
“그래도 살아보자”고.
누군가 지금 많이 지쳐 있다면,
이유 없이 자꾸 마음이 가라앉는 날들을 지나고 있다면,
이 시집이 조용한 쉼표가 되어줄지도 모르겠다.
큰 소리로 위로하지 않아 더 진심처럼 느껴지는 책.
읽고 나면 내 마음에도 작은 꽃 한 송이가
놓여 있는 기분이 드는 시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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