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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소녀들의 숲
허주은 지음, 유혜인 옮김 / 미디어창비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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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형 142*209mm, 430쪽

이 책이 속한 분야(교보문고 기준)

국내도서> 소설> 영미소설> 영미소설일반

《사라진 소녀들의 숲》 은 조선을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영미소설이다

일생을 캐나다에서 보낸 작가가 한국의 역사에 대해 공부한 결과로 이 추리소설이 나왔다

외국에서 먼저 주목을 받고 한국으로 넘어 온 K 콘텐츠인 만큼

오히려 특별하게 느껴지고, 자랑스러운 마음이 들기도 한다(국뽕 가득(?))

인물의 심리를 잘 다루었다는 생각이 들고

스토리가 꽤 속도감 있게 전개된다

그래서 400페이지가 넘는 분량임에도 끊기지 않고 빠르게 읽어볼 수 있게 만든다



이 책은 강제로 집을 떠나 팔려가야만 했던 '공녀'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목차를 보면 소설 뒷 부분에 역사적 배경(p 423)에 대한 설명이 수록되어 있다

소설을 읽기 전 먼저 읽어보는 것을 추천한다

소설의 배경에 대해 알고 들어갈 수 있어 이해하기에 더욱 편하다



몇 년 전, 이 소설을 집필하기 시작했을 때 동생과의 관계에서 비롯된 이야기를 쓰고 싶었어요.

한동안 저희 자매는 사이가 소원하여 별다른 교류 없이 지냈거든요. (p 10)

내가 엄마와 대화를 나눌 때 가끔씩 하는 말이 있다

"가족은 몸이 좀 떨어져 있어야 마음이 더 애틋해진대."

다섯 명의 가족이 한 집에서 함께 살아가면서 이 생각은 더 강해지기도 한다

부대껴 살다보면 언제나 좋을 수는 없다는 것을 너무나도 잘 안다

10년이 흐른 지금, 작가는 동생과 가장 친한 친구가 되었다고 말한다

고민하고 노력해서 만들어낸 이 특별한 관계를사라진 소녀들의 숲》 에 담고 싶었다고 한다

소원했던 두 주인공이 나름 특별한 관계가 되어가는 과정을 지켜보는 것처럼 묘한 감정이 들었다



* 출판사 창비로부터 도서만을 제공받아 직접 읽고 썼습니다 *

"나방이 이렇게 위장하는 이유를 아느냐."
아버지는 당시 일곱 살밖에 되지 않았던 내게 말했다.
"자기에게 위해를 가할 것들에게서 벗어나기 위함이다."
- P26

숲이 나를 지켜본다.
잊지 않는 눈으로 매섭고도 고요하게. - P255

어린 시절 매월의 투정에 내 인내심이 바닥났을 때도,
내 거만한 태도에 매월이 뚱한 표정을 지었을 때도,
우리는 밖에 나오면 늘 손을 잡고 다녔다.
우리가 함께라는 사실이 안도감을 주었다.
딸들이 사라지는 이 나라에서, 나는 혼자가 아니었다. - P277

나는 악마라면 뾰족한 뿔, 날카로운 이빨로 만들어졌다고 상상했다.
선하고 점잖은 겉모습으로 빛나고 있을 줄은 꿈에도 몰랐다.
아버지의 말이 내 왼쪽 귀에 들렸다.
좋은 것들이 알고 보면 모조일 때도 있지. - P3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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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값의 비밀 - 양정무의 미술 에세이
양정무 지음 / 창비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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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형 152*210mm, 352쪽

이 책이 속한 분야(교보문고 기준)

국내도서> 예술/대중문화> 미술> 교양미술> 미술이야기

그림은 두 번 태어납니다.

화가의 손에서 한번, 그리고 컬렉터의 품 안에서 또 한번 태어납니다.

(...)

컬렉터는 작품의 두번째 창조자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그림의 역사에서 중요한 역할을 차지합니다. (p 5)

미술작품을 볼 때 우리는 흔히 예술성을 놓고 이야기를 다룬다

예술이라는 것은 ... 예술을 논하려면 ...

감각적인 눈으로 작품을 보며 고상한 이야기만을 해야 할 것 같지만

《그림값의 비밀》 을 쓴 교수 양정무는

가장 세속적이라고 할 수 있는 '돈'을 기준으로 이야기를 풀어낸다

사실 자본주의에서의 미술작품의 가치는 결국 돈으로 매겨진다

예술과 자본은 떼어낼 수 없는 현실적인 상관관계가 있다

최근 우리나라에서는 이건희 회장의 작품 컬렉션이 전시를 통해 공개되면서

작품의 가치에 대해, 그리고 컬렉터의 역할에 대해 한 번 더 생각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우리가 이 책을 통해서 조금 더 건강하게 미술작품을 받아들여 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책의 껍질(겉표지)을 열어보면 익숙한 미술 작품이 독자들을 반긴다

빈센트 반 고흐의 <해바라기>

겉표지를 씌웠을 때와 안 씌웠을 때의 차이가 극명한 것을 보고

북디자인에 신경을 많이 썼다는 느낌을 받았다

겉표지를 이용해 느낌의 차이를 준 점이 《그림값의 비밀》을 잘 설명해주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

빈센트 반 고흐의 말 중에 좋아하는 말이 있다

열심히 노력하다가 갑자기 나태해지고,

잘 참다가 조급해지고,

희망에 부풀었다가 절망에 빠지는 일을

또 다시 반복하고 있다.

그래도 계속 노력하면 수채화를 더 잘 이해할 수 있겠지.

그게 쉬운 일이었다면,

그 속에서 아무런 즐거움도 얻을 수 없었을 것이다.

그러니 계속해서 그림을 그려야겠다.

이 책을 통해 고흐의 그림 이야기 그리고 삶의 이야기,

사후의 이야기까지 재미있는 스토리를 알게 되니

더욱 정이 가는 예술가가 되었다



미술 에세이답게 목차 디자인도 눈길을 끈다

클로드 모네의 <수련: 구름> 의 한 부분으로 디자인 했다

/

아직도 어렵게 느껴지는 것이 사실이지만

이 책을 통해 미술작품 투자의 세계를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었다

예술과 자본의 이야기를 어렵지 않고 재밌게 잘 풀어낸 듯 하다

그리고 단순히 궁금했던 부분까지도 Q&A를 통해 해결 가능했다

예를 들면

Q. 한국에서 가장 비싼 미술작품은 무엇인가요?

Q. 작품의 제작원가는 작품 값에 얼마나 영향을 끼치나요?

와 같은 사적인(?) 궁금증까지 풀어볼 수 있었다


그림값의 비밀을 알고 싶다면 《그림값의 비밀》

* 출판사 창비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썼습니다 *


그림은 두 번 태어납니다.
화가의 손에서 한번, 그리고 컬렉터의 품 안에서 또 한번 태어납니다.
(...)
컬렉터는 작품의 두번째 창조자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그림의 역사에서 중요한 역할을 차지합니다. - P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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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 타일
김금희 지음 / 창비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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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형 128*188mm, 312쪽

이 책이 속한 분야(교보문고 기준)

국내도서> 소설> 한국소설> 한국소설일반

정식 출간 전 창비로부터 가제본을 받았다

(지금은 정식 출간 되었습니다!)

크리스마스 선물같았던 김금희 작가의 신작 《크리스마스 타일》을 읽으며

나의 한 해는 어땠는지 되돌아보게 되었다

열심히 일을 하다 도망치듯 회사를 나왔다

새로운 분야를 공부하며 새로운 사람들을 만났다

처음 해보는 운동을 시작했다

여러 병원에 다니며 건강을 챙겼다

코로나 이후 3년 만에 해외여행을 다녀왔다

다사다난 했던 올 한 해, 하지만 나쁘지만은 않았다

언제나 그랬듯 기꺼이 지난 시간을 보내고

일상의 타일들을 이어붙여 꿋꿋하게 채워지는 새해를 맞이하고 싶다

메리 크리스마스


/


누구나 아슬한 줄 하나쯤은 가지고 산다고 생각한다

그 줄 위에 올라 나름 줄을 잘 타기도 하고

가끔은 위태롭게 흔들리기도 하며

그렇게 줄 위의 감각을 느끼고 버티며 살아간다

《크리스마스 타일》은 일상을 살아내는 마음에 생긴 조그마한 생채기를

따뜻한 손바닥으로 어루만져주는 이야기들을 담고 있다

총 일곱편의 연작소설에는

조금씩 연결되어있는 인물들의 크리스마스 이야기를 각각 담았다

울 것 같은 마음을 꾹 눌러 참고 있을 때

누군가의 위로를 받으면 왈칵 눈물이 쏟아져 버리는

아이같은 마음이 된다

그 위로는 각자가 가진 일상과 아픔을 공유하는 것으로 충분하다



<당신 개 좀 안아봐도 될까요>는 일곱편의 이야기 중 가장 좋았던 이야기다

이십년 가까이 함께 한 반려견을 떠나보내고 상실을 견디고자 애쓰는 세미의 이야기를 담았다

강아지의 조건 없는 사랑과 존재가 주는 따스한 온기를 경험해본 사람이라면

그 생명체를 사랑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언젠가, 그리고 많은 확률로 나보다 먼저 떠날 것이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온마음으로 기꺼이 그 생명을 사랑해버리고야 마는 마음은 설명할 방법이 없다

사랑하는 강아지의 생각이 많이 나서

일곱편의 이야기 중 유독 이 이야기를 읽을 때 눈물을 많이 흘렸다

세미는 반려견 설기를 보내주는 과정으로

주변 사람들에게 연락해 개를 보여달라는 부탁을 한다

모두가 기꺼이 약속 장소에 나와주는 것만으로

덤덤하게 사랑하는 마음을 공감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 덤덤한 마음은 왠지 모르게 나를 더 아프게 했다



김금희 작가의 편지와 좋아하는 두 분의 추천사를 붙여요


여러분, 안녕하세요, 김금희입니다.

열 번째 책 《크리스마스 타일》을 펴내면서 여러분께 겨울 인사를 드리고 싶어요.

한해를 정리하며 며칠 전 다이어리를 살펴보았는데요,

달마다 적혀 있는 문장들에서 일년을 보내는 흐름을 읽어볼 수 있었어요.

2월에는 "계단을 하나하나씩 밟으면 실현될 수 있겠지"라고 적었고

9월에는 "회의가 들 때가 있더라도 이 마음을 오래 가져가고 싶다"라고 썼더라고요.

"정말 괜찮아서 여기 있는 건가 잘은 모르겠네"라는 4월의 말과

어느 책에서 옮겨 적었는지 이제는 기억나지 않는,

"그녀는 그에 대한 존경심을 잃고 자신에 대한 존경심도 잃은 상태였죠"라는 문장도 인상적이었습니다.

대부분 불안하고 작아지고 혼자인 듯한 마음을 이겨보고 싶어서 스스로에게 사인을 보냈던 것이겠지요.

여러분의 일년도 크게 다르지 않았으리라 생각합니다.

정말 수고하셨어요.

우리가 채워나갔던 이 일상의 타일들로 다시 꿋꿋하게 채워지는 2023년이 되기를 바라겠습니다.

저 역시 그 일상의 구원을 위해 더 힘을 내겠습니다.

평화를 빕니다, 메리 크리스마스

2022년 11월

김금희 드림.


김이나 작사가

지금이라도 주변 풍경에 현미경을 갖다 대면 훔쳐볼 수 있을 것만 같은 이 이야기들은

온몸에 힘을 풀고도 단숨에 읽을 수 있는 편안하고 묘한 흡인력을 가졌다.

가끔씩 하루하루 미세하게 흠집이 나서 그만큼 비뚤어진 채로 아슬한 균형을 잡고 있는 마음을

끄집어내어 닦고 주물러서 다시 집어넣고 싶을 때가 있다.

김금희 작가는 이야기를 통해 그 상상을 현실로 만들었다.

박정민 배우

꼬마전구와 캐럴을 끄고 난 이 계절이 얼마나 말랐는지, 그럼에도 얼마나 포근한지, 그리 간단하지만은 않은 겨울을 작가는 온몸으로 받아내며 글을 적어내린 것 같다. 책을 덮고 한참을 되새겼다. 잎은 지지만 관계는 익어 짓물러가는 것이 겨울이라고. 옷깃을 여미는 척 가슴을 오므려 슬픔을 감추는 계절이 찾아왔다고. 동시에 도리어 편안해지기도 했다. 그 계절 안에서 설렘과 그리움을 자각하며 삶을 살아내는 이들로 인해, 내게도 올겨울을 살아낼 자신이 생긴 모양이다. 그들이 건네는 동질감과 위로가 참으로 깊고 뭉근한 덕이다. 그리고 또 하나, 김금희 작가의 언어를 꼭 연기해보고 싶다는 소망을 재차 품게 됐다. 여태껏 망측하고 남사스러워 추천의 글에 이런 표현을 해본 적이 없지만, 늘 가슴속에 품고만 있던 소망이 이번 기회에 소원이 되어 조심스레 적어본다.




* 출판사 창비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썼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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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오랜만에 행복하다는 느낌 에세이&
백수린 지음 / 창비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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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형 117*188mm, 232쪽

이 책이 속한 분야(교보문고 기준)

국내도서> 시/에세이> 나라별에세이> 한국에세이

행복 수집가 🍀 Happiness Collector

: 타인의 말이나 시선에 휘둘리지 않고

나 자신과 평화롭게 있을 수 있는 상태를 찾아가는 사람

행복 수집가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쓸모 없는 것을 사랑하는 일은

사소한 것까지 사랑할 줄 아는 섬세함을 가진 사람만이 할 수 있다고 믿는다

《아주 오랜만에 행복하다는 느낌》의 글 속에서

평화롭게 산책하며, 내 일상의 행복을 수집해 봤다




"우리는 모서리와 모서리가 만나는 자리마다 놓인

뜻밖의 행운과 불행, 만남과 이별 사이를 그저 묵묵히 걸어나간다.

서로 안의 고독과 연약함을 가만히 응시하고 보듬으면서."

백수린





행복 수집 1


책과 함께 받아 본 작가님의 편지




행복 수집 2


매일매일 끼고 다니던 반지가 끊어졌다

손가락은 허전했고,

함께 반지를 맞췄던 친구들 진진이 생각났다

예전부터 꼭 해보고 싶었던 것이 있었다

왁스 카빙 원데이 클래스

열심히 서치하고 한 곳을 정해 예약했다

조금은 엉성했지만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완성 된 반지는 택배로 받았다

송알 원데이 클래스 선생님께서 택배비를 서비스로 해주셨다

허전한 손가락을 다시 채웠고

애정 담뿍 소중한 반지가 생겼다




행복 수집 3


미루고 미루던 치과 치료를 받기 시작했다

너무 미룬 탓에(기억도 잘 안 날 정도지만 최소 5년이상 미룸) 입 안은 엉망이 되어버렸다

깨진 치아의 신경치료와 망가진 잇몸을 치료하기 위한 신경치료도 필요하고,

사랑니는 4개 모두 발치, 가벼운 충치도 있다 .....

겁이 많아 스트레스를 왕창 받아버렸다

그리고 치료하는 동안에는 음식을 제대로 먹을 수 없어서 강제 다이어트까지 ..

(지금은 잠시 먹을 수 있게 됐다!)

요리 척척박사 챈이가 계란죽을 만들어주고 (너무 맛있었다 .. 다 먹어버림)

빵 먹고 싶다는 한 마디에 동한이는 부드러운 빵을 한 가득 사주고

졍은 잇몸케어에 좋다는 치약을 선물해줬다 (임산부들도 쓰기 좋은 거래요!)

너무 큰 행복을 수집해버렸다

고맙습니다 .. 🍀💚




* 출판사 창비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썼습니다 *

미래 쪽으로만 흐르는 시간은 어떤 기억들을 희미하게 만들어버리기도 하지만,
장소는 어김없이 우리의 기억을 붙들고
느닷없이 곁을 떠난 사랑하는 것들을 우리 앞에 번번이 데려다놓는다. <장소의 기억, 기억의 장소> - P21

생의 의지를 가지고 태어난 각각의 것들이 자라나면 자라나는 대로 그냥 두고 보는 것.
이것이 게으른 나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원예 방식이다. <마당 없는 집> - P46

강아지의 눈을 가만히 들여다볼 때면,
나는 이 넓은 우주에서 우리가 만나
이렇게 서로에게 특별해질 수 있게 만든 힘이 무엇일지 궁금해지곤 했다.
우리의 존재가 서로에게 깃들고,
이렇게 서로를 비춰주는 조그만 빛이 될 수 있게 해준 그 힘이. <사랑의 날들> - P104

나는 내가 나의 등 뒤에 남겨두고 떠나는 그것이 무엇인지 정확히 알지도 못했고,
삶과 죽음 중 무엇이 더 두려운 것인지도 도무지 알 수 없었다. <5월> - P1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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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로버 (양장) - 제15회 창비청소년문학상 수상작
나혜림 지음 / 창비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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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모든 상상이 이루어지는 곳에

온 걸 환영해, 소년.

만약에.

그 한마디면 신세계를 맛볼 수 있어.

선택은 인간이 하는 거야."

평범하고 싶지만

십몇 년차 인생에 참을 것이 너무도 많은,

평범하지 않은 중학생, 정인.

폐지를 주워 생계를 이어가는

할머니와 단둘이 살고 있으며

그저 백만원을 모으는 게 꿈이다.

지옥에서 휴가를 나온 악마, 헬렐에게

정인의 삶은 무너뜨리기 쉬운

먹잇감으로 보인다.

그저 인간의 욕망을 흔들면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 맹랑한 소년이

한마디도 안 진다는 걸 알기 전까진!




누구보다 수학을 잘 하던 정인

현실로부터 셈을 배워 셈이 밝아져 버렸다고 한다

정인을 보며 어김없이 안타까움 같은 마음을 느꼈는데,

일찍 철이 들어버린 아이들을 보면 느끼는 마음이었다

복지관 선생님이 권하는 후원에 대해

날을 세우고 벽을 치는 정인을 보며

기꺼이 도움을 받아도 된다고 말해주고 싶었다

흔들림 많은 주변 환경들 속에서도

흔들림없이 굳건하게 본인을 지켜내는 정인을 보며

어느새 정인을 응원하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본인이 옳다고 생각하는 것을 믿고 단단함을 유지하는 것

말은 쉬워보여도 현실로 다가오면 결코 쉽지 않은 일들을

어린 정인에게 배우기도 했다

/

친구인 재아에게 설렘을 느끼는 정인

헬렐 벤 샤하르(악마)의 말들을 재치있게 받아치는 정인

을 보며 요즘 학생들의 당돌한 모습을 보는 듯 했다

일찍 어른이 되어버린 정인에 대한 안타까운 마음을 잠시 접고

영락없는 중학생의 모습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 장면들이었다


/

결국 정인은 유혹을 이겨내고 자신만의 길을 간다

스스로를 단단하게 만든다

청소년문학 이나 영어덜트문학 은 20대 후반을 살아가고 있는 나에게

오히려 더 큰 울림을 주는 문학이 되었다

이 시대를 함께 살아가고 있는 청소년들은

어떤 마음으로 이 문학들을 읽고 어떤 감상을 내어놓을지 궁금해진다




하지만 아주 사라진 것은 아니었으니, 녀석은 어둠 속에 웅크린 채 누군가 자신과 눈을 마주치길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이 검은 고양이는 정인을 떠나 또 다른 정인을 찾아다니고 있다

책을 받았을 당시 선물이라고 생각했던 예쁜 엽서와

그 뒤에 담긴 헬렐 벤 샤하르의 편지

어쩌면 선물이 아니었을지도......

(언제든 나에게도 찾아 올 수 있다는 재밌는 생각을 했다)


* 출판사 창비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썼습니다 *

존재하는 사람은 때때로 잊히지만 존재했는지조차 의문인 사람은 오래 기억된다. - P9

"악은 손끝이 섬세하니까.
바닷물을 반으로 가르는 거대한 이벤트성 기적은 보기에만 그럴듯하지.
정말로 효과가 있는 건 사소한 섬세함이거든.
그럴듯하게 모사해서 삶에 녹아드는 거 말이야.
환경 호르몬이나 미세먼지, 미세 플라스틱처럼." - P105

"말이 좋지 그냥 괴롭히는 거잖아요."
"그럼 그 애가 한 짓은? 죄의 대가는 뭘로 치르지?"
"에이. 그게 중요한가요? 눈에는 눈 하다간 온 세상 눈이 다 멀 텐데."
(...)
"이게 세상이야, 소년.
세상은 미움을 먹고 잔인함을 열매로 맺지.
인간은 그 열매로 술을 담그고.
괴롭다면 조금 취한 채로 사는 것도 괜찮아." - P109

그냥, 그게 할머니와 정인의 방식이었다.
자신이 못나 보인다 싶으면 학교 뒤꼍에 숨었고 약해졌다 싶으면 그림자 속으로 기어 들어갔다.
그리고 눈을 감았다.
안 보이는 척, 모르는 척, 슬쩍 덮어놓고 살다 보면 지나갔다.
어떻게든 살아졌다. - P156

"응달에서 피는 꽃도 있어요."

‘꼭 꽃을 피워.‘
그래. 그 클로버처럼. - P226

(작가의말)
사람들은 극복하는 인간을 좋아한다지만 사실 저는 그 말을 믿지 않습니다.
극복하지 않아도 괜찮으니 그냥 하세요.
뭐 어떻습니까, 딱히 다른 할 일도 없잖아요.
그러다 보면 언젠가 피어날 겁니다.
응달에서도 꽃은 피니까요. - P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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