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의 용도 - 개정판 아니 에르노 컬렉션
아니 에르노.마크 마리 지음, 신유진 옮김 / 1984Books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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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의용도_아니 에르노/마크마리

아니 에르노와 마크마리의 단상이 함께 담긴 작품 사진의 용도. 사진과 함께 담긴 글을 읽으며, 그들이 생각한 사진의 의미와 유한한 삶에 대한 사유에 대해 엿볼 수 있었다. 그녀와 그가 함께 존재했던 순간의 기록물을 보며 함께 글을 읽는 다는 것은 꽤 흥미로운 일이었다. 나에게는 단조로운 일상생활에 그칠만한 순간 조차도, 그들에게는 영감과 삶에 대한 단상을 남긴다는 것이 인상깊었다. 아니 에르노의 순간들을 함께 느껴본다는 것은 그자체로 참 매력적이다. 남은 작품들 역시 기대하며 기다리고 또 읽어보리라.

나에게 이번 아니 에르노의 작품은 세 가지 주제로 기억남을 것 같다. 일상생활 속 순간에 대한 단상, 사진을 통한 기억와 기록, 그 기록물에 대한 사유.

📌'그러나 삶은 아무것도 말해 주지 않는다. 스스로 자신을 적지 않는다. 그것은 소리가 없으며, 형태도 없다.' -삶을 쓰다_아니 에르노 서문

✏️그 마지막 순간은 가장 감격스러웠다. 우리의 몸에서 벗겨져 나간 것들은 그들이 쓰러진 장소에서 추락한 자세 그대로 밤을 보냈다.

✏️지금 생각해보면, 나는 사랑 후에 어질러진 풍경의 상을 항상 보존하고 싶어 했던 것 같다.

✏️그러나 항상 내 물건을 가져올 때, 그 조화로운 형태가 파괴되는 순간에는 성스러운 장소의 유물을 더럽히는 것처럼 매번 내 가슴이 죄어들었다. 우리의 눈에 그것은 예술 작품만큼 아름다웠고, 옷감의 상호작용으로 인한 색의 혼합은 놀라웠다.

✏️내가 만났던 모든 남자들은 매번 다른 깨달음을 위한 수단이었던 것 같다. 내가 남자 없이 지내기 힘든 것은 단지 성적인 필요성보다는 지식을 향한 욕망에 있다. 무엇을 알기 위해서인가.

✏️내게 글쓰기란 모든 감각의 정지 상태다. 다만 그것을 탄생시키고, 일으킬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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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벅스 지리 여행 - 스타벅스에서 시작하는, 공부가 되는 지리 여행
최재희 지음 / 북트리거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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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벅스지리여행_최재희

아주 흥미로운 이론과도 같은 저자의 이야기들. 이 책의 카피에 나타난 홍대에서 애월까지의 두 곳 까페 모두 이용해보았고, 매일 아침에는 회사 앞 스타벅스를 지나치거나 이용한다. 19세기 후반 고종때부터 시작된 우리의 커피사랑과 문화. 그 중 하필 왜 스타벅스에 사람이 많은 가에 대한 지리선생님의 질문은 흥미를 자극하기에 충분하다.
스타벅스라는 장소 하나에 녹여낸 젠트리피케이션과 자본력의 움직임, 주변의 밀집환경까지에 대한 파악이 가능하다. 스타벅스와 스타벅스R의 입점차이에는 자본력을 갖춘 소비자의 동향에 달려있으며, 기대 매출액을 수십 번 넘게 시뮬레이션한 결과값이라는 사실. 특히 스타벅스라 하면 유동인구 반영이 대표적인 특징을 가지고 있는 만큼, 교통의 요지로서 우리나라 1등을 자랑하는 강남역 사거리 역시 강남R점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 더불어 전국적이고 세계적인 지리적 특징을 담아낸 마케팅의 결과 스타벅스. 이책을 따라 스타벅스를 충분히 여행해볼 가치가 있었다고 생각된다.

높은 자본력을 가진 막강한 대기업의 힘은 어느정도 절충될 필요는 있으나, 그들이 지리적으로 입점하고 독점해나가는 시스템을 통해 우리는 지리학적 특징을 공부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다는 사실이 흥미롭다. 그러면서도.. 제주 쑥떡 크림 프라푸치노 먹고 싶어지는 서평 왜인지 울적하다.

✏️일제강점기를 살던 천재 시인 이상도 커피를 사랑했습니다. 다방 '제비'를 열고, 정지용, 박태원, 이태준 등과 교류한 것은 흥미로운 일화입니다. 이상은 커피를 매게로 사람을 만나며 예술적 영감을 키워갔을 테죠. (이 문장이 왜 이리 좋을까..)

✏️동네 상권의 임대료 안정은 영세 상인들의 임대료부담 완하로 이어지고, 그런 면에서 스타벅스가 밀집한 상권은 이미 영세 상인이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높은 임대료를 자랑하는 공간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기후변화에 따른 커피 산업의 위기는 피할 수 없는 숙명과도 같다. 커피 업계의 공룡 기업 스타벅스라도 기후변화는 피해갈 수 없는 이유는, 커피 생산량은 커피 가격을 결정하는 바로미터이기 때문이다. 수요에 맞게 원두가 제대로 공급되어야 가격이 안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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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없이 많은 바닥을 닦으며 - 어느 여성 청소노동자의 일기
마이아 에켈뢰브 지음, 이유진 옮김 / 교유서가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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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없이 많은 바닥을 닦으며_마이아 에켈뢰브/이유진

일기, 에세이 혹은 수필계의 대표작이라고 부를 수 있는 마이아 에켈뢰브의 수없이 많은 바닥을 닦으며가 새롭게 개정된 판본으로 만날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출판사의 지원을 통해 빠르게 만날 수 있게 되어 너무나 기뻤다. 청소노동자로서 또한 엄마로서, 야간학교의 학생으로서 다양한 역할을 수행해내는 삶 속에서 그녀의 삶을 얼마나 빛나는가. 청소노동자로서 인생을 바라보는 통찰력은 또 얼마나 감탄스러운가. 나는 생각한다. 이 세상에서 노동의 가치로움을 아는 것은, 삶의 지혜를 아는 것과 유사할 것이라고. 그런 그녀의 글과 기록물들을 가감없이 읽어내릴 수 있는 이시간이 나에게 참 소중하다.

그녀의 글이 나에게 이야기 하는 것 같다. 너는 왜 너의 삶을 이리 소진시켜버리고 있느냐고. 왜 더 귀하게 대하지 못하느냐고. 그 목소리에 나는 점점 작아지지만, 결코 책을 붙잡은 손을 놓치는 않는다. 이것조차 없다면 나는 버텨낼 자신이 없으니까.

✏️1965년 12월 10일
어제 저녁 야간학교 종업식이 있었다. 수업을 마치고 우리는 커피를 대접받았다. 나는 굉장히 좋은 성적을 받았다.

✏️1966년2월8일
총선 한 주 전에 드는 생각과 고민.
오늘 저녁의 해결책을 찾았다. 기회가 되는 대로 정당이 어떻게 구성되었는지, 정당이 무슨 일을 해왔는지 등에 대해 공부를 많이 할 것이다. 어렵더라도 경제학 강의를 들어야 한다. 할 수 있는 한 스웨덴의 무역수지, 경상수지, 경제를 배워야 한다. 그러면 아마도 다음 총선에서는 더 나은 투표를 준비할 수 있을 것이다.

✏️나는 학교 책상에
늘 앉고 싶다
나는 그 자리에서 내 인간적 가치를 얻었다
하지만 아, 찾아내기가 얼마나 어려웠는가.

하지만 행복한 시간은 너무 빨리 지나간다.
이제 봄이 오면 나는 졸업한다
나이가 어렸다면
분명히 더 오래 공부했겠지.

확실히 기분상 어린 느낌이지만
몸은 쓰러질 지경이다
나는 우리 학교에서 마츠를 데려와야 한다
면목이 없을지라도.

나는 언어를 공부할 작정이었다
영어와 프랑스어 둘 다를
하지만 아무리 씨름을 많이 했어도
스웨덴어조차 공부할 시간이 없었다.

그런고로 이제 작별을 고한다
사랑하는 학교에게
나는 곧 노파가 되어
세상을 떠나리라.

📚1967년2월1일
오늘 밤에는 미래가 두렵다. 공장이 하나둘씩 차례로 문을 닫는다.
자동화와 컴퓨터가 없는 곳은 없다. 잘살 수 있으리라는 희망을 품고
복지국가 스웨덴으로 이제 막 이주해온 외국인이 딱하지만 이곳 역시
다른 곳 못지않게 사정이 좋지 않다는 현실을 이제 알아야 한다.
(...)
대신 전쟁 물자에 쓰이는 돈은 사막지대를 경작하는 데 사용되어야 할 것이다.
오늘 밤 나는 두렵다.

✏️책을 곁에 둔다면 외롭지 않다. 독방에 갇혀 있어도 고독하지 않다.
책을 가지고 다니기 때문에 책과 함께 하지 않아도 내면에는 책이 있는
셈이다. 책의 세계에 한번 발을 들여놓으면 원하는 곳 어디든지 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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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테 『신곡』 강의 교유서가 어제의책
이마미치 도모노부 지음, 이영미 옮김 / 교유서가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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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읽고 있는 책_단테신곡강의

교유서가에서 절판되었던 이마미치 도모노부의 단테신곡강의를 재출간하였다. 두껍고 큰 판형으로 제작되었으나, 이 판형보다 넘치는 지성을 꾹꾹 눌러 담고 있으니 수납 및 휴대에 용이성 따위는 논의하지 않겠다.

많은 철학자와 저명한 작가들에게 영향력을 끼친 고전 단테의 [신곡]. 저자는 이를 50년 남짓 공부하며, 난해한 고전을 강독하는 것에 막힘이 없다. 저자의 도움을 받아 고전과 현시대의 적절한 해설및 연구서를 공부해볼 수 있게 되어 더없이 기쁘다. 내 서재 속에 오래 오래 자리를 지키며 지성이 필요한 순간 자신의 존재를 빛낼 것만 같다.

해당 작품에 대한 저자의 내공 및 철학은 다음 문장으로 대체하여 설명하고 싶다. "우리는 위대한 선구자가 시대의 억압에 어떻게 대항했는지, 어떻게 자신의 한 계에 도전했는지를 배울 수 있을 것이며, 무엇보다도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이 인간으로서 보다 잘살고 진정한 행복을 얻기 위해 어떻게 생각해야할 것인지, 어떻게 행동해야할 것인지를 배울 수도 있을 것이다. 추방당한 삶 속에서도 자기 자신과 신에게 충실했던 한 인간이 인류에게 보낸 선물이 바로 [신곡]이다."

✏️단테의 신곡을 읽는 일은 우선 클래식에서 배운다고 생각하는 편이 좋겠다. 즉 자기 자신이 그 속으로 들어가 공부하고 참여한다는 마음가짐이 필요하다. 단테를 공부하는 것은 고전에서 배우는 일의 하나라고 생각한다. 그것은 바로 단테에게 배우는 것이다.

✏️단테 신곡연구의 두번째 의미는 휴머니즘을 체득하는 데 있다. 고전 연구를 통해 언어를 익히고 숙달해가는 것이 본래 의미이다. 언어를 익히고 숙달해 가는 것이란 언어를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언어에 걸맞도록 살아가는 것, 그리고 자기 자신이 한 말에 대해 책임감을 가지고 그에 맞게 행동하는 것까지도 포함한 말이다.

✏️우리의 인생이 불안정할 때에는 손에 고전을 잡을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고난이 잠시 비켜 갔을 때, 가끔 다가오는 행복한 시기에 고전을 읽어둠으로써 고난을 이겨낼 힘을 간직할 수는 있다.

✏️자신이 거쳐 온 운명을 되돌아보면 인생은 설계대로 살아진 게 아니라,. 전혀 함께할 가능성이 없을 듯한 사람과 연결되거나 천재지변과 전쟁에서도 기적적으로 살아남아 지금 여기에 살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이번에 단테를 공부함으로써 서양 대표적인 고전을 배우고, 또한 휴머니즘의 인간, 바로 휴머니스트가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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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치 인형 - 제11회 정채봉 문학상 대상 수상작 샘터어린이문고 70
소연 지음, 강나율 그림 / 샘터사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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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치 인형_소연/강나율

어린 자식을 잃은 늑대, 미국에서 적응하지 못한 생활을 하는 한국인 아이, 일하러 떠난 아빠를 기다리며 각박한 환경을 떠나지 못하며 홀로 남은 소수민족아이 루이치. 모두 하나의 상실을 껴안고 살아가는 존재들에 대한 이야기.
어쩌면 결말이 보이는 이야기를 담은 동화이다. 그러나 인물들이 불편하고도 안타까운 현실세계를 살아가는 순간을 보여주며, 그 순간에 몰입하며 충분히 행복해하는 모습과 그림은 더없이 따뜻하다. 나의 행복과 외로움, 애틋함과 상실의 감정들은 어떤 순간에 어떻게 표출되고 있는가. 모든 것이 얼어 버리는 지독한 겨울을 살아가는 이들의 이야기가 그 답을 생각해보게 만든다. 각각의 인물들의 이야기를 곱씹어보며 스스로와 대화해볼 수 있는 기회를 가져본다.

✏️할머니가 말했어. 외로울 땐 별을 보라고. 아빠가 보고 싶을 때, 떠난 친구 디야니가 그릴울 때, 돌아가신 할머니가 생각날 때 나는 별읠 봐. 모든 것은 연결되어 있으니까.

✏️시끼스. 나바호 언어로 '친구'라는 뜻이야. 친구는 내 슬픔을 대신 지고 가는 사람이라는 말이 있어. 신발 두 짝 가운데 한 짝 같은 사람이지.

✏️모두 떠났지만, 언젠가는 다시 만날 거라고 믿어. 별빛이 빛으로 말해주고, 나무가 향기로 알려 주고. 흩날리는 모래가 나에게 속삭여.

📌나는 겨울을 맞이하는 것이 힘들었는데, 디야니는 그 모습조차 아름답다고 노래를 불렀다. 디야니는 봄, 여름, 가을, 겨울 가운데 어느 계절도 아름답지 않은 순간은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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