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천천히 오래오래 소설, 잇다 1
백신애.최진영 지음 / 작가정신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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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천천히 오래오래_백신애와 최진영

말하자면 최진영작가님이다. 더 할말이 있을까 싶다. 구태여 붙여보자면 한국문학의 시초에 있었으나 현대까지 그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해 아쉬운 백신애 작가님의 작품세계까지 엿볼 수 있는 구성의 첫 시리즈. 이 시리즈가 아니라면 1930년대 여성 단체 활동을 하고, 시베리아를 유랑하며, 결혼 강요를 피해 동경으로 유학을 떠나는 식민지 시기 여성의 이력에 대해서 알 수 있었을까? 그러한 점에서 해당 작품은 근대 여성 작가와 현대 여성 작가간의 명맥을 잇고 그 재미와 가치에 대해서 다시 환기 시킨다는 가치로움이 더해진다. 구태여 읽지 않더라도 나라면 소장하였을 법한 작품이라는 이야기이다. 비록 1930년대에서 2020년대에 이르는 과정 속에서 여성의 역활과 지위는 바뀌지 않았음을 명백히 느끼면서 백신애 작가님이 글로써 삶을 이야기하였던 고난, 그리고 현대의 큰 사랑을 받는 작가로서 사랑의 힘에 대해 서술하는 최진영 작가님의 만남이 한 작품 속에서 이루어져 바라볼 수 있어 감사하다는 마음이 든다. 이와 같은 가치로움을 전달하고자 하였던 마음이 오늘날의 독자인 나에게도 오롯이 와 닿는다. 답답하고 참담한 현실일지라도 우리가 묵묵히 읽음을 지속해야할 이유를 다시 찾을 수 있게 되는 책.

✏️내가 원하는 건 취직, 월급, 적금, 월세에서 전세로. 근데 그런 걸 '원하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나?삶의 기본 조건 아닌가?

✏️나와 눈이 마주치자 순희씨는 미소를 지었는데, 어쩐지 서글픈 느낌이었다. 슬랙스 바지의 뒷무릎과 종아리 부분에는 하루 분량의 주름이 져 있었다.

✏️화나고 우울할 때는 빗속을 달리는 우리들. 누군가를 위협하지도 괴롭히지도 않고 지칠 때까지 달리기만 하는 순희씨와 나. 순희 씨의 눈동자를 지그시 바라보다 용기를 냈다.

✏️'소실, 잇다' 참여를 결정하고 백신애 선생의 소설을 읽었다. 1938년 발표현 [관인수기]의 여성 화자는 시간적 배경을 현대로 바꾸어도 전혀 이질감이 없을 것 같았다. 소설의 도입부에 나오는 문장인 "나를 영 사람으로 여기지 않더라"에 밑줄을 여러 번 그으며 생각했다. 선생님 저는 2022년 사람입니다. 현재에도 어떤 자들에게 여성은 사람이 아닙니다.

✏️1930년대 여성의 분노를 고스란히 이어받은 2020년대 여성의 광기 어린 이야기를 써볼까 생각했으나 시도조차 할 수 없었다. 소설이 아니라 분노를 쓸 것만 같았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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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뼘의 계절에서 배운 것
가랑비메이커 지음 / 문장과장면들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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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랑비메이커님의 글을 읽는 다는 것은 일상에 치인 피로와 스스로에 대한 비관적인 생각을 멈추고 나에게 빛과 영양분을 가득 넣어주는 시간처럼 느껴진다. 수 많은 책들 사이에서 한 켠에 정리해 끼워둔 문장과 장면들의 책을 꺼내는 순간은 나에게 온전한 휴식을 명하는 의식과도 같다. 그래서인지 볕이 좋은 주말에 작가님의 글을 읽은 경험이 유독 진하게 떠오른다. 가랑비메이커님이 이야기하는 자신의 실수와 아픔을 이야기할 때 조차 담담하며, 삶에 대한 사랑이 뚝뚝 묻어나는 따뜻한 시선이 좋다. 오늘도 계절을 감싸는 작가의 문장과 장면을 마주하며 나에게 조금 더 다정해지기로 결심한다. 나에게 다가올 한 뼘의 계절 더없이 소중하게 여기는 것을 시작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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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물아홉 생일, 1년 후 죽기로 결심했다 (반짝 에디션)
하야마 아마리 지음, 장은주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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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표를 세우는 것을 두려워하는 나에게, 놀라운 결과를 보일 2023년을 만들기 위해 시작한 29챌린져스. 기적이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아는 서른 살이기에, 스스로 만들어 낼 결과에 기대보기로 하였다. '끝이 있다'라는 것을 인식하는 순간, 인생의 마법이 시작된다는 문장에 기대어 보며.

결심히 흔들리고 힘들때마다 꺼내볼 수 있는 멋진 반짝에디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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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를 빛나게 할 일들이 기다리고 있어 - 내가 지금의 나에게 해주고 싶은 말
황현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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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이 주는 위로은 인간과 활자가 주는 위로와 결이 다르다. 음악을 통해 타인에게 마음을 전달하는 사람의 이야기가 기대되었다. 평소 작가가 사용하던 음표가 아닌 책의 문장으로 위로의 메세지를 담았다고 한다. 삶의 다양한 날들과 감정을 복기한 글에서 각자의 얼굴을 찾고 마주 보기를 바라면서.
22년의 끝을 누구보다 나의 마음 곁을 살피고, 나만의 걸음으로 나가고 돌아오길 바라는 마음으로 선물받은 웅진지식하우스의 책들.

📌침묵을 견디는 것만으로도 위로가 되니까

✏️그날 나는 '위로'라는 단어에 대해 생각했다.
말없이 누군가를 위로할 수 있다는 것.
아니, 어떤 순간에는 침묵을 견뎌주는 것만이
누군가에게 위로가 될 수 있음을 알았다.

✏️모든 것이 끝난 뒤에야
비로소 기억나는 것들이 있다.
이미 지나가버린,
죽은 것 같았던 기억들 속에서
살아갈 힘을 얻기도 한다.
시작과 끝은, 기억은,
이토록 오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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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을 때마다 조금씩 내가 된다 - 휘청거리는 삶을 견디며 한 걸음씩 나아가는 법
캐서린 메이 지음, 이유진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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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을 때마다 조금씩 내가 된다_케서린 메이

책을 사는 속도를 책을 읽는 속도가 따라가지 못하다보면 왕왕 발생하는 일이 있다. 저자의 전작이 내 책장 속에 들어있는데, 후속작을 만나게 될 때. 이럴때면 자연스럽게 의도했던 일인양 전작을 슬며시 꺼내 읽으며 시작하지만, 무슨 일인지 이 책은 지난 책과 달리 당장 읽어보아야겠다는 충동에 휩싸였다. 30대 후반이 되어서 자폐 스펙트럼 장애의 진단을 받고, 생존을 위해 험난한 지형의 해안길을 걷고 또 걸으며 자신의 삶을 온전히 바라보고자 하였던 작가의 기록이 담겨있다.
자폐스펙트럼장애의 진단을 받은 이의 삶은 나와 다를까. 아니라고 생각한다. 누구나 불행과 고통 속에서 살아가지만, 이를 어떻게 통찰하며 살아가느냐는 나에게 달려있다는 자명한 사실을 다시 한번 깨닫게 해주는 작가의 문장들. 인생의 힘겨운 순간을 '겨울'에 비유하였던 전작에서, 제목을 읽고 단숨에 결제까지 이르게 했던 작가의 힘은 무엇이었는지 이번 작품을 통해 경험해볼 수 있었다.

삶을 바라보는 숭고한 시선과 섬세한 문장이라 소개한 글이 더없이 적절하다 느끼면서.

✏️긴 터널을 통과하는 시간
그게 지금 내 심정이다. 스스로에게 나는 뭔가 다른 사람이라는 믿음을 주입하면서 설득하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 나는 다시 혼자가 된다. 내가 사는 이 고장, 길을 따라 걷는 사이 나의 것이 되어가는 이들 장소에서 만나는 낯선 환대에 경이로움을 느끼며,
어쩌면 나는 이곳의 일부가 되어가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상심하지 않는 법
겉으로는 배우자를 완벽한 짝이라 생각하는 체하면서 속으로는 그의 단점 때문에 어느 날 사랑의 감정이 사라질지 모른다고 여기며 살아가는 것보다는 차라리 이게 낫다. 나는 이런 관계에 감사한다. 아니, 최소한 이런 진솔함에 감사한다. 내가 어떻게 해도 그는 내 곁에 있다. 그는 나를 정확하게 보고, 어찌 됐든 내 곁에 머물 것이다. 나는 그가 언제나 내 곁에 머물러 있을 것을 믿는다.

✏️머물고 싶다
마지막 수백 킬로미터를 걷는 동안 어딘가에서, 나는 생각의 순환을 정리했고 이제 사회로 돌아갈 준비가 되었다. 나는 은둔에는 소질이 없나 보다. (...) 나는 내 가족과 함께 있는 법을 다시, 아니 어쩌면 처음으로 배우고 싶다. 이 장소 저 장소를 거쳐가는 것을 그만하고 싶다.
이제 한 곳에 머무는 법을 배우고 싶다.

✏️나를 돌본다는 것
걷기를 하면서, 이것이 또 다른 명상이 될 수도 있음을 깨달았다. 걷기도 명상과 똑같은 선물을 준다. 내 두뇌는 걷기에서 생겨나는 문제들에 골몰하고, 내 의식의 자아가 그런 생각에 사로잡혀 있는 동안 다른 사고 과정들은 수면 아래에서 유지된다. 오랜 도보를 하는 처음 몇 시간 동안 나의 머릿속은 새로운 생각과 통찰로 채워진다. (...) 걷기가 아니였다면, 나는 내가 누구인지 깨닫지 못했을 것이다. 전에는 그것을 깨달을 여지가 전혀 없었다.

✏️결국 돌아가야 할 곳
어쩌면 나는 스스로를 변호하고 싶은 건지도 모른다. 어쩌면 내가 어쩔 수 없음을 알고서, 다른 사람들처럼 쉽게 참을성을 발휘할 수 없음을 알고서, 다른 사람들처럼 쉽게 참을성을 발휘할 수 없음을 알고서, 사람들이 나를 조금이라도 더 사랑해주기를 바라는 건지도 모른다. (...) 나는 때때로 일종의 특권을 요구하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내 친구들이 나를 앞서가며 유능한 어른으로 성장하는 동안 나는 서툴고 버벅대기만 했지만 그건 내 잘못이 아니라고 말할 수 있는 특권을. 그렇게 해서 내 자격지심을 떨쳐낼 수 있다고 생각하면 혹하는 게 사실이다.

#걸을때마다조금씩내가된다 #우리의인생이겨울을지날때 #아스퍼거증후군
#자폐스펙트럼장애 #웅진지식하우스 #웅답하라 #웅답하라2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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