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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소한 발견 - 사라져가는 모든 사물에 대한 미소
장현웅.장희엽 글.사진 / 나무수 / 2010년 1월
평점 :
품절
표지에 나란히 쓰인 작가 소개글을 보면서 형제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함께 작업했다는 말에 다정함이 느껴진다.
초,중,고등학교때가 아니라 각자의 직업을 가지고 있으면서 공동작업을 할 수 있다는 것과, 의견을 물었을 때 흔쾌히 참여하겠다는 말이 눈웃음짓게 만든다.
아주 작은 물건이여서, 늘 함께 하는 것이여서, 이미 오래전 잊혀져버린 물건이여서 느끼지 못했었다.
책 제목 그대로 작가가 관심을 갖고 들려준 물건의 이야기는 흔히 우리도 어디서나 볼 수 있는, 가지고 있었던 것들이다.
탁상달력.
; 아마 시간이 흐를수록 나의 계획들이 흰 여백을 채워나갈 것이다. 그리고 또 변함없이 후회하고 아쉬워하며 행복해할 것이다. 그런 기억들이 하나둘씩 모여 변함없는 일상을 만들고, 사소하지만 따뜻한 우리의 시간을 채워나가 주겠지.
올해도 잘 부탁해.
내 책상엔 아직 작년달력이 새달력과 나란히 어깨를 견주고 있다. 업무일정이 비슷한 이유도 있지만, 기념일이라든지 동료의 생일은 네모반듯한 칸안에 크게 동그라미를 쳐주어야 잊지 않을 것 같은 느낌이다. 아주 올드스럽지만,
작가와 비슷한 생각을 한다.
지난해 2월을 보면서 무사히 알차게 보내서 다행이야 - 라든지,
이달 - 꽤 여유있었어. 이 공연 참 좋았지! - 라든지,
아,, 곧 3월 달력에서 이 한 장 떼어내버리고 싶어.. 또 바빠지겠지,, 겁나.. - 라든가 말이다.
물론 베이스로 오늘도 화이팅하며 좀 더 성실하게 보내자는 마음을 먹는다.
이런 생각을 가져오는것이 탁상달력이였다는것을, 새삼 깨닫게 되는 글이다.
나침반
;인생을 살다보면 길을 잃기도 한다. 앞으로 나아가지도 못하고 제자리에서 발만 동동 구른다. 어느 방향으로든 일단 한 발 디디면 어떻게든 되겠지, 하는 마음으로 길을 나서본다. 훗날 돌이켜보면 아무것도 아닐수도 있지만, 어느 방향으로든 결정을 내려야 하는 지금 이 순간에는 무척 두렵다. 그냥 이 자리에 머물러 있을까라는 생각이 계속해서 나를 유혹한다.
하지만 좀 더 많은 시간이 흐르면 그 시간들이 더 없이 소중하게 느껴질 것이다 세상에 존재하는 무수히 많은 삶의 길에서 정답이라는 건 없을 테니까.
내 룰과 박자가 맞는 듯하다.
내 마음을 하나씩 꺼내어 볼 수 있게 만드는 이 책이 나에게 준것은 안심감이다.
어떤 결정 앞에서 망설이다가 보낸 시간이 벽돌이 된다면 탑을 쌓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그렇게 고민하고, 망설이고 방황했던 그 시간들 조차 내 시간이다. 잠깐 물러나있었던 나도, 빙빙 헤메이면서 돌아왔던 나도 괜찮다. 이 순간들이 겹겹이 쌓여서 두터워지면 후에 단단한 내가 되어있을거라 믿는다.
무엇하나 버리지 못하고 책상 서랍 한가득 이것 저것 모셔놓고 있는 내게, 나 뿐만 그런게 아니라고 말해주고 있다.
연필하나 깍고 깍고 손때가 묻고, 눈길 주고 하는 것이 타인 역시 그럴 것이라는 것.
사실. 어느정도 펜이 익숙해질 나이와 업무경력을 두고도, 아직도 연필을 두세자루 옆에 끼고 산다.
틀리면 고쳐도 되고, 강약에 따라 나오는 선도 굵기도 모두 다르고, 서른해 다되도록 쓰는 연필이니 다른 말 필요 없을테다.
투박하다 할 정도였는데, 작가 역시 나와 같은 생각인걸 확인하니 맘 푹 놓인다.
이런 기분 전혀 알지 못하는 사람에게서 느끼는 동질감이란걸까나?
한 번쯤 눈여겨 보아도 좋을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