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불평하는 가난은 대개는 상대적가난이다.

당장 먹을 게 없고 땔 게 없어서가 아니라
내일이 보장되지 않거나 불확실한 데서 오는
가난의 체감이 그것이다.

가난은 더 많이 가진 사람에 비해 덜 가진,
그래서 빈곤하게 여겨지는 상대적 가난이다.

가난의 체감은 진짜 생명의 최소한도의 필요가
결핍되어서가 아니라
더 많이 갖지 못해서 일어나는착각이다.

진실을 말하자면,
흥청망청 낭비할 수 없는 잉여를 갖지 못한 데 따른 불만이
그 불행감의 실체다.

과거에 비해 살림이 더 늘고 사회 전체도 풍요로워졌지만,
이상하게도 행복은 그에 비례해서 늘지 않는다.

절제를 모르는 무분별한 풍요와 사치를 쫓으면서
우리 삶은 더 많은 시간을 기쁨이 없는 노동에 종속시키고
불행 속에서 허우적거릴 뿐이다.

왜그럴까? 그 이유는 분명하다.

우리가 추구한 부와 재산 쌓기가불필요한 필요의 끝없는 확장에 지나지 않았다는 증거다. - P8

자연에서는 생물학적 생존에 군더더기가 되는 낭비란 죄악이다.

자연을 떠받치는 일체의 낭비가 없는 단순함이 가난이라면,
과식과 탐욕에서 자유스러운 가난이야말로
진정한 부와 풍요를 누릴 수 있는 조건이다.

그런 가난을 마음으로 받아들인 사람만이
더 적은 것이 더 많은 것이라는 역설의 진리를 깨달을 수 있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자발적 가난이다.
그것은 스스로 많이갖지 않음으로 가난에 처하는 것,
즉 "꼭 필요한 최소의 것으로,
존재의 단순한 골격만으로
부유함의 모든 욕구를 대체하는 것이다.

자발적 가난은 세상의 모든 부와 재산을 향한 탐욕과 이기주의를
추문으로 만드는 창조적 가난이고, 성스러운 가난이다.

자발적 가난은 욕구의 절제와
참음에서 비롯되는 평화와 긍지를주는 유일한 가난이다.

지혜로운 사람은 더 많은 재산과 물질을
미친듯이 뒤쫓는 대신에 마음의 고요와 평화를 찾을 것이다.

더많이 가질 능력이 없어서가 아니라
더 적게 갖는 게
명확하고 단순한 기쁨과 행복을 준다는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에
그들은 자발적 가난을 기꺼움으로 받아들인다. - P9

서른 해가 넘게 도회의 모던과 첨단과 문명에 빼앗기며 살았습니다.

무한경쟁의 컨베이어 벨트 위에서
그걸 부지런히 뒤쫓으며 정신없이 달렸지요.

마치 고자질하는 것처럼 들리겠지만,
나만 달린 게 아닙니다.

잘났다는 저들도 다들 그렇게 달렸지요.
앞을 봐도, 옆을 봐도 하나같이 죽을 둥 살 둥 달리고 있던데요.

어디로 가는지 정작 목적지는 잊어버린 채
고속열차를 타는 데만 정신이 홀려 있었던 셈이지요.

우리는 경제적 가치에만 정신이 홀려
내적 성장, 은둔, 고독, 깊은 산과 같은 침묵,
존재하는 것의 평화로움 따위의
정서적 가치는 홀대하며 살았습니다. - P17

다시 한 번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불행했다.

아니, 불행하다는 예감에 허덕였다.
나는 영원한 결핍감, 정말 중요한 것들에대한
부재의 느낌에서 벗어나지 못했고,
삶을 완전히 내 손안에쥐지 못했다.

그동안 나는 턱없이행복하다고 생각했다.

내 근원적 불행감의 밑바닥을 들여다볼
시간이 없었다.

그렇게 바쁘게 살았다.

불행은 삶을 둘러싸고 있는
현실적 조건의 문제가 아니라
내 심령의 문제였다는 사실을 깨닫는 데
무려 삼십 년이나 걸렸다.

아아, 그렇다. 그것은 심령의 문제였다.

나는 그다지 불행에 합당한 존재가 아니었지만
‘나’라는 존재의 저 내밀한 구석에 숨어 있는 마음이
불행했던 것이다. - P44

내가 크고 작은 인생의 성취에 즐거워하는 순간에도,
좋은 벗들과 술마시고 유쾌한 시간을 보낼 때에도
내 심령은 분노에 잠겨 침울하고
도저한 절망감에 쌓여 허덕이고 있었다.

‘나‘는 부자였지만, 심령‘은 빈곤했다.

‘나‘는 건강했지만, 심령‘은 오랜 피로감의 누적 때문에
만성질환자처럼 빈혈과 탈진으로 쓰러지기 직전의 상태였다.

그런데도 나는 고의적으로 심령을 돌보는 데 소홀했다.

내 생의 어딘가 근본적인 데가 어긋나 있다는 신호가 올때조차
난 아무 문제가 없어‘라고 스스로에게 속삭였다.
정말겉으로 보기에 나는 아무 문제가 없었다.

하지만 심령‘은 그렇지 않았다.
웃고 있는 동안에도 심령‘은 비통한 슬픔에 잠겨 있었고,
편안하게 자고 있는 동안에도 심령‘은 잠들지 못하고
핏발이 선 눈으로 밤의 한가운데를 응시하고 있었다. - P45

느리게 산다는 것

인류가 제 신체의 에너지만으로 움직이는 속도를 멸시하고
기계에 전적으로 그것을 위임해버렸을 때,
효율성이라는 일방적인척도에 의해
한가로움을 반윤리적인 것으로 규정하고
삶에서추방해버렸을 때
느림은 우리 삶에서 더 이상 발붙일 곳이 없어졌다.

사람들은 느림을 악덕으로 간주하고,
시대에 뒤떨어진 것으로 규정해버린다.
직접 씨를 뿌리고 재배하는 것,
가구를 제손으로 만드는 것,
빵을 직접 구워내는 것,
제 살 집을 목수들과함께 짓는 것,
이런 느림의 삶에서 얻는 지복은 매우 하찮은 가치가 되어버린다.

느림은 오랫동안 무능력의 징후로 오해되고,
그 가치는 편견과 몰이해 속에서
형편없이 폄하되었다. - P94

문자를 늦게 깨우치고,
수학문제를 늦게 푸는 학생들은
흔히 지진아‘나 ‘문제학생으로분류되기 십상이다.
업무를 늦게 처리하는 사람은
태만하거나무능력하다고 분류된다.

이 한심하고 몰가치한 것, 무능력과 비효율성의 표지인
느림의 가치가 21세기로 접어들면서 재평가되고 있다.

오늘의 삶을 움직이는 것은 광속이다.
광속은 지구를 둘러싸고 있는 ‘CNN과 인터넷,
그리고 국제 금융자본의 그물망에 의해 가동되는
현대 문명의 핵심이며,
자본과 권력은 그것에 경쟁적으로 달라붙는다.
그 속도는 우리에게 풍요와 편리를 주겠다고 유혹한다.

그리고는 삶을 소비와 욕망의 감옥 속에 가둬버린다.

디지털, 인터넷, 정보고속도로 등의 용어들은
오늘날 우리 삶이 얼마나 속도의 효율성이라는
주문에 걸려 있는지를 보여준다.

속도는 도시를 움직이는 모든 계기판과
대량 생산시설은 물론이거니와 제도와 규범,
풍속과 인간관계까지 장악하고뒤흔든다.

광속은 효율과 생산성을 숭배하는 도시와 문명의 산물이고,
그것은 궁극적으로 죽음으로 귀착되는 속도다.

반면에느림은 자연과 농업문화의 결에 맞는
친생태적 사고의 산물이고, 생명의 속도다.

우리가 느림이라는 자연의 시간에 귀의할 때
비로소 잃어버린 생명의 위엄을 되찾을 수 있다.


신속하고 민첩한 행동이 신뢰받고,
직장이나 조직사회에서 유능하다고 평가되며,
남보다 빠른 승진을 약속받는다. - P95

고도 성장사회를 거쳐오면서
우리는 속도의 효율성에 중독되어버렸다.
빠름은 성공 신화의 중요 요인이 되고, 돈이 되기도한다.
빠르게, 좀 더 빠르게. 이것은 스포츠의 구호가 아니다.

우리의 일상은 속속들이 빠름의 신화에 중독되고
오염되어버렸다.
우리는 빠르게‘라는 주문에 걸려 현재들을 놓치고 산다.
우리는 귀중한 ‘현재‘의 시간들뿐만 아니라
그 시간의 켜켜에 가득차 있는 의미와 기쁨,
영혼의 빛과 위안들을 지나쳐버린다.

삶은현재와 현재의 연결이다.
그러므로 현재를 놓친다면
우리는 진정으로 살고 있는 것이 아니다.
잘 산다는 것은 ‘현재‘를 차가운머리와
뜨거운 가슴으로 산다는 뜻이다. - P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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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관 옆 인문학 책상 위 교양 21
박홍순 지음 / 서해문집 / 201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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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에게 계산 가능성과 증명 가능성만이 의미 있는 것은 아니다.

사랑이라는 감정, 내면적인 가치 등은 증명될 수 없지만
인간에게는 참으로 소중하다.

또한 과학기구 안에서 죽어 가는 비둘기는 물론이고
자연의 하찮아 보이는 풀 한포기, 바람 한 줄기에서도
소중한 영혼을 느끼는 상상력은
의심스럽거나 수상한 애니미즘으로 치부될 수 없는 의미를 갖는다.

감정과 상상력이 사라진세상에서
인간의 내면은 마치 수분이 차단된 나무처럼
점점 건조해진 것이아닌지 우리 스스로 성찰해 보는 게 필요하다.

이성 전체에 대한 부정은 곤란하다 하더라도
적어도 이성에 대한 맹신에서는 벗어나는 태도가 필요한때가 아닐까? - P170

인간을 어떻게 규정할 것인가의 문제로 되돌아가야 한다.

오직 인간만이이성을 가지고 있고
이성만이 다른 존재와 구별되는 인간만의 특징이라는
규정 자체를 재검토해야 하지 않을까?

더 나아가서는 인간을 다른 모든 존재와 질적으로 구별하고
인간을 만물의 지배자로 규정하려는 발상 자체에 대해
재검토하는 것에서 출발해야 하지 않을까? - P194

드가 -현장성과 생동감

"젊은 여인들을 그리는 이유는
피조물로서 한 인간이 그 자신에게 집착하는 모습을
보여 주기 위해서이네.
마치 고양이가 제 몸을 핥아서 닦는 것에 비유할 수 있을까?

누드화는 항상 관객의 시선을 염두에 두었지만
내가그린 여인들은 정직하고 소박한 자신의 신체적 상황 외에는
전혀 다른 관심이 없는 사람들이라네.
이는 마치 열쇠 구멍을 통해서
몰래 바라보는 것과같다고 할 수 있네." - P226

어머니들의 어깨를 짓누르는 무거운 짐은
경제적인 고통만이 아니었다.

제대로 된 시민혁명 한 번 겪진 않은 채 식민지로,
산업화로 끌려 다녀야 했던 한국 사회에서는
봉건적 가부장제 관계와 의식이 거의 해체되지 않은 채
유지되고 연장되었다.

우리 어머니들은 조선 시대의 유교적인 가부장제 의식을
그대로 이어 받아
지독히 권위적인 남편과 꽉 막힌 사회적 통념 속에서
온 생애를 보내야 했다.

여성으로서 또한 인간으로서 최소한의 존중도 받지못한 채
집 안팎에서 가족을 위한 희생만을 강요받아야 했다.

이 과정에서
‘여인‘의 모습은 사라져 버리고 중성화된 무표정만이 남았다. - P258

그녀들에게 요구된 것은 대가족제도의 끝없는 희생과 의무였지만
수년이 흐른 뒤 돌아온 것은
도시로 떠나 버린 자식들의 뒷모습이었다.

명절때나 볼 수 있는 것은 물론이고
하루가 멀다 하고 백화점을 드나들면서도
부모의 어려움 앞에서는
"요즘 사정이 안 좋아서요…"를 되풀이하는 싸늘한뒷모습 말이다.

농촌이나 도시 주변의 빈민가에서 살며 자식 뒷바라지를 해서
어떡해서든 부모 세대와는
다른 삶을 만들어 주고자 했던 어머니들은
이제 외로움 속에서 하루하루를 살고 있다.

지금 남아 있는 것은 병든 육신,
살아온 날들의 허탈함…….

강연균의 그림에서는
어머니들이 겪은 파행적인 한국사와 왜곡된 가족사가
치부처럼 잔인하게 살아난다.
얼굴이며 손에 켜켜이 쌓인 주름살 하나하나에
마치 지워지지 않은 상처처럼 스며들어 있다.

강연균에 의해 살아난
어머니들의 표정이 너무 사실적이어서
정면으로 마주 대하기가 힘들 정도로
우리의 가슴을 찌르고 있다.

어머니… 아, 우리들의 어머니……. - P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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셧다운 - 우리를 위협하는 것들은 무엇일까? 햇살어린이 65
임어진 외 지음, 김주리 그림 / 현북스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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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로는 예기치 못한 순간,
한 번도 가늠해 보지 않았던 불행을 맞닥뜨리게 됩니다.

완벽하다고 믿었던 모든 것이 하루아침에 무너지기도 하지요.
세상이 끝난 것처럼 느껴지는 순간,
다온이와 해주는 어쩌면 없을지도 모르는
‘희망을 찾아 다시 한 번 자리를 털고 일어섭니다.

포기하고싶은 순간,
한 걸음만 더 떼어 보는 것.
우리가 해피엔딩을 만들 수 있는방법이 아닐까요?

이 이야기의 끝이 해피엔딩이길, 저 역시 바라봅니다.

- 지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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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하고 통찰하는 통통한 과학책 1 통합하고 통찰하는 통통한 과학책 1
정인경 지음 / 사계절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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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비록 자기 자신의 힘만으로 된 것은 아니지만
생물계의가장 높은 정상에 오르게 되었다는 자부심을
버려야 할 것 같다.

그리고 원래부터 그 자리에 있었던 것이 아니고
낮은 곳에서 시작하여 지금의 높은 자리에 오르게 되었다는 사실이,
먼미래에 지금보다 더 놓은 곳에 오를 수 있다는
새로운 희망을줄 수도 있다.

그러나 우리는 여기에서 희망이나 두려움에 관심을 두는 것이 아니다.

우리는 단지 이성이 허락하는 범위에서진실을 발견하려는 것뿐이다. 그리고 나는 내 능력이 닿는 데까지 그 증거를 제시했다.

그렇지만 우리가 인정해야만 할 것이있다고 생각한다.
인간은 고귀한 자질, 가장 비천한 대상에게느끼는 연민,
다른 사람뿐만 아니라 가장 보잘것없는 하등 동물에게까지 확장될 수 있는 자비심,
태양계의 운동과 구성을 통찰하고 있는 존엄한 지성 같은
모든 고귀한 능력을 갖추고 있지만,

그의 신체 구조 속에는 비천한 기원에 대한 지워지지 않는 흔적이
여전히 남아있다는 것이다.

다윈 [인간의 유래] - P243

우주의 법칙이 중세의 위선을 벗기다!

- 사과와 함께 일어난 인간의 자각
- 계몽의 시대 17,18C
우주를 이루는 물질과 그 물질의 운동법칙을 이해하면서
낡고 거짓된 세계관과 싸운 가슴 벅찬 시대 - P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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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우스트 2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2
요한 볼프강 폰 괴테 지음, 정서웅 옮김 / 민음사 / 199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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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레나: 말해 줘요. 어찌 하면 저도 그토록 아름답게 말할수 있나요?

파우스트: 아주 쉽습니다. 마음에서 우러나오면 되지요.
가슴에 그리움이 넘쳐나면둘러보며 묻지요.

헬레나: 누구와 함께 즐길 거냐고,
파우스트: 이제 마음은 앞도 뒤도 돌아보지 않고,
오로지 현재만이 우리의 행복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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