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 게바라 평전 역사 인물 찾기 10
장 코르미에 지음, 김미선 옮김 / 실천문학사 / 200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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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 게바라. 세계의 젊은 지성들로부터 열렬한 지지를 받고 있는 혁명가. 과연 무엇이 그를 그토록 영웅으로 여기게 만들고 있나?

 

 

그는 아르헨티나의 중산층 가정에서 자유분방하게 독서하고 사고할 수 있는 환경에서 자라났다. 의사가 되었다. 젊은 나이에 남미 일대를 여행하며 민중들의 피폐한 삶을 보았다. 봉건 잔재가 신대륙을 침탈한 제국주의 그늘에서 철저하게 빼앗기고, 최소한의 인권마저 보장받지 못하는 아픔을 보았다.

 

 

그는 의사로서의 안정된 삶을 포기하는 대신 혁명을 꿈꾼다. 인본을 바탕으로 하는 사회민주주의. 그 꿈이 실현 불가능한 유토피아일지 모른다는 반복된 회의에서도 그는 포기하지 않는다.

 

 

숙명적인 카스트로와의 만남으로 쿠바 민중을 불평등한 지배구조로부터 구해낸다. 잠시 쿠바에서 중앙은행 총재, 산업부장관 등 정부요직을 거치지만 쿠바인이 아님으로써 겪어야 하는 정치적 난관을 만난다. 공은 사라지고 과는 크게 남는 법이다. 그는 쿠바를 떠난다.

 

 

전 세계 억압받는 민중해방을 위해 콩고와 볼리비아에서 또 다른 혁명을 시도한다. 그러나 성공하지 못한다.

 

 

그가 쿠바이외의 나라에서 혁명적 성공을 더 거두었다고 할지라도 그 나라들이 경제적으로 풍요를 이루었을는지는 의문이 남는다. 그가 존경하였던 마오쩌둥의 시대가 그렇고 그가 혁명적 성공을 선사하였던 카스트로의 쿠바도 그렇다. 모두 개방과 개혁에 지혜롭게 대처하지 못했다는 평가에는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이다.

 

 

대 다수 자본을 소유한 보수적 지도자들은 그를 매도한다. 자유경제를 억압하는 공산주의자, 무자비한 무장 게릴라, 정부질서를 파괴하는 테러리스트. 과연 그가 많이 가진 소수의 부를 빼앗아 다수에게 나누어 주는 분배논리, 단지 그것만이 평화로운 세상을 가져올 유일한 수단이라는 미망에 사로잡힌 사람에 불과하였을까?

 

 

그러나 모두 틀린 주장임을 역사는 안다. 그가 죽음조차 두려워하지 않고 주장하였던 것이 과연 무엇이었는지를. 이 시대의 젊은 지성들은 그것을 이해하는 것이다. 별이 그려진 베레모와 장발, 다듬지 않은 수염. 붉은 배경의 모노크롬은 마치 눈밭에 나타난 예수의 형상처럼 열광을 넘은 존경마저 불러내고 있는 것이다.

 

 

이 책을 책장에서 다시 꺼내 읽고 보니 처음 보았던 그 때와 사뭇 다르다. 마치 다큐멘터리가 인간냄새 진하게 나는 영화로 다시 개봉된 느낌이다. 그 절절한 상황이 구체적으로 머릿속에 그려지니 코끝이 시큰해지기까지 한다. 15년이라는 세월에 나의 사고력과 감성이 달라진 탓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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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르만 헤세의 정원 일의 즐거움
헤르만 헤세 지음, 두행숙 옮김 / 이레 / 200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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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일의 즐거움. 조금 거름냄새 나게 고치면 남새밭의 고단한 즐거움이다. 헤르만헤세의 원고들을 모으고 모아 자연친화적 녹색의 글들만 엮은 책이다. 번역도 부드럽고 읽기 쉽다. 산문도 있고 편지글도 있고 미완성 단편소설도 있다. 헤세가 직접 그린 수채화도, 그것보다 더 그림 같은 시도 많이 수록되어 있다.

 

 

나는 얼마 전부터 시()는 읽기만 해서는 안된다는 걸 깨달았다. 독서, 즉 묵독만으로 좋은 시가 있기도 하지만 대부분 그것만으로는 충분치 않다. 베껴 써 보아야 한다. 그 시를 내가 짓는 듯 따라가 본다면 그 시가 나에게 말을 건다. 어느새 그 시와 내가 대화하고 있고 시속으로 들어가 그 정원에서 놀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그러나 그 보다 더 좋은 것은 소리 내어 읽어 보는 것이다. 음을 어떻게 붙이든 운율을 따라 입으로. 시인이 만들어 놓은 길, 그 행과 연의 호흡으로 노래해 본다면 베껴 쓰는 것보다 한층 더 높은 시아일체(詩我一體)의 상태가 된다. 시는 읊어야 제 맛이다. 이런 순간은 나만의 에고이즘 극치이며, 그 모습을 남들이 보면 '약간 미친놈!' 그게 흠이라면 흠이다.

 

 

나는 이 책 전체를 시라 단언한다. '좋은 책' 느낌으로 내 책장에 고이 모셔둔 게 10년 넘었다. 법정스님이 극찬했다는 뒤표지의 문구가 있으니 양서(良書)임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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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의 달인, 호모 쿵푸스 - 공부하거나 존재하지 않거나! 인문학 인생역전 프로젝트 1
고미숙 지음 / 그린비 / 200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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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처음 읽은 것은 2009년인가 보다. 어렴풋한 기억으로 광화문 교보문고에서 샀는데 책이 두께에 비해 비싸다는 불만이 있었음이 떠오른다. 제목이 나의 지적허영심을 건드렸을 것이고, 실천 없이 게으른 나의 습관은 쉽고 얇은 책을 선호한 듯하다. 알고 싶은 욕심은 많은데 어렵고 두꺼운 책은 쉽게 손대지 못하는 심리적 아이러니가 가성비에 대한 의혹을 이긴 듯하다. 호모쿵푸스! ‘공부하는 인간이라는 단어 조합이고, 책이 얇다는 것은 축약된 주장을 설득력 있게 실었을 것이라는 추측도 선택에 한 몫 했을 것이다.

 

 

시간이 흘러 2013. 두 달에 한 번씩 예정된 직장 교양강좌 다음 회 강연자를 물색하고 있었는데 후보 명단에서 고미숙 작가를 보았다. 나의 찜으로 후배 직원이 실제로 섭외하였고 작가는 우리 초청에 응하겠다는 의사가 분명히 있다고 한 것 같다. (회사는 광화문 네거리에 있고, 200명 정도가 참석하는 강연이었으며, 강연료도 섭섭한 수준은 아니었다) 그런데 서로 일정이 맞지 않았다. 다다음, 그 다음으로 회차를 변경하여도 마찬가지였다. 결국 고미숙 작가와의 인연은 성사되지 못했다. 지금은 여러 가지 환경변화로 직장교양강좌는 하지 않으며 나도 자리를 옮겼으니 서로 잊게 된 것이다.

 

 

작가는 이 책을 구매하게 된 내 얍삽한 선택을 수도 없이 때린다. 알고 싶은 욕구를 실천하지 않는 게으름과, 심오한 고전에 도전하지 않는 용기 없음을 질타한다. 내가 나에게 스스로 변명하고 있는 이런 저런 상황은 모두 나약한 핑계에 불과하다고 반성하게 만든다.

 

 

작가는 말한다. “연애가 좋다지만 무상하기 이를 데 없고, 쾌락은 순식간에 지나간다. 날마다 해도, 평생 해도 행복할 수 있는 게 공부다. 공부는 최고의 지식이자 사회를 변혁하는 무기임과 동시에 운명을 통찰하는 지혜의 수행이다. 공부 외에는 아무것도 없다.” 그럼으로써 "선택지는 딸랑 이거!"라는 주장에 동의하지 않을 수 없도록 만든다.

 

 

공부하거나 공부하지 않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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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니아오 호수 이야기 대산세계문학총서 101
왕정치 지음, 박정원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1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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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니아오(大淖) 호수 이야기.

 

 

따니아오(大淖)를 자전에서 찾아보니 큰 진흙 밭이라는 뜻이다. 그러한 이름의 호수와, 또 연결된 강줄기를 생명줄로 삼고 살아가는 사람들 이야기가 큰 격랑 없이 따뜻하게 전개된다. 하나하나가 짧게 끝나 아쉬울 정도다. 단편소설이라기보다는 동네 어귀 당산나무 그늘아래서 할아버지 이야기보따리를 가만히 훔쳐 듣는 기분이다.

 

 

아니다. 그게 아니다. 여행을 다녀왔다. 자그마한 배낭을 메고, 호수를 따라 강줄기를 따라 동가식서가숙하며 그곳 참살이들과 엮인다. 한 사람과의 짧은 인연을 뒤로하고 다음 마을로 향하는, 그 기행문을 읽는 느낌이다. 내가 진심으로 꿈꾸는 여행이다.

 

 

해설에서는 작가 왕정치(1920~1997)를 서정주의적 인도주의 작가라 표현한다. 중국 전통문화 발굴과 인성(人性)을 낭만적으로 풀어놓는 그의 문학적 예술성을 높게 평가한다. 특히 1980년에 발표한 계를 받다(受戒)’는 중국 신시기 문학의 출발점이라 언급한다.

 

 

그까지는 알 수도 없지만 나는 세한삼우(歲寒三友)가 제일 좋다. 큰 가치를 포기하고 친구를 선택한 반전의 순간에, 눈물 섞인 술잔을 밤새 기울였을 세 친구는 다음 날 똥꼬가 몹시 아팠을지도 모른다.

 

 

월든호숫가에 사는 장석조네 사람들을 상상한다. 비파소리 들리는 물가 천막아래에서 그들과 막걸리를 거나하게 마신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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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친구들하고 인사하실래요? - 오후 4시의 천사들
조병준 지음 / 그린비 / 200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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캘커타 '마더테레사의 집'에는 천사들의 집합 장소인가.

환자도 빈자도 세계 각지에서 날아 온 자원봉사자도 모두 육신의 불편너머 서로를 사랑하고 사랑하는 또 사랑하고야 마는 그러한 곳인가 보다.

그 사랑의 경험을 책으로 엮어낸 작가는 종교 담론은 덮어두고 사람 중심 이야기로 감성을 자극한다. 이별의 안타까움에 짠해지기도, 서로를 소중하게 여기는 우정과 보살핌에 짠해지기도, 아아 호르몬 중성화 탓인지 눈물샘이 주책없이 꿈틀댄다.. 기회가 된다면 작가와 그 친구들 모두 만나보고 싶다.

게다가 중고로 산 이책에는 앞속표지에 책주인을 향한 와글와글 응원글이 잔뜩 붙어 있다. 작가와 책주인 그들이 서로 알리 없을 확률이 높지만 사연과 사연이 더해져 저렴하게 구입한 이책이 가치있어 보인다.

이웃나라에서는 낙서있는 책이 새책보다 더 비싸다고 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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