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가끔 내가 얼마나 많은 것들을 놓치며 살아왔는지 깨닫는다. 그것은 단순한 후회로 끝나지 않는다. 내가 무엇을 잃었는지 헤아리기조차 어렵다. 아니, 어쩌면 나는 그것을 헤아릴 용기를 미뤄왔던 것일지도 모른다. "우리가 놓친 것들은 정말로 사라지는 걸까? 아니면 우리가 너무 앞만 보고 달려가기 때문에 뒤에 남겨진 것처럼 느껴지는 걸까?" 스스로에게 이런 질문을 던질 때마다 나는 마치 나를 따라오려 애쓰는 기억들로부터 한 발짝 더 도망치고 있는 기분이 들었다.
대학 신입생이던 나는 친구들과 나이트클럽에 단 한 번 간 적이 있다. 춤추는 친구들을 보며 나는 위축되었다. 내가 춤을 추면 모두가 웃을 것만 같았다. 그래서 구석에 앉아 그들의 에너지 넘치는 움직임을 바라볼 뿐이었다. 그리고 다시는 가지 않았다. 나는 그 순간 춤을 놓쳤고, 더구나 함께 어우러질 기회도 놓쳤다. 그리고 그 뒤로 나는 수많은 것을 놓쳐왔다. 도전할 기회, 새로운 시도, 그리고 나 자신을 더 잘 알 수 있는 기회들 말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나는 늦은 나이에 책상 앞에 앉아 공부를 하고 있다. 다른 사람들은 공부도 하고, 여행도 가고, 골프도 배우며 삶의 다채로운 경험을 쌓는다. 그러나 나는 '놓쳤던 것들'과 '아직도 놓치고 있는 것들'을 떠올리며 하루를 보낸다. 하지만 글쓰기가 내게 남아 있다는 사실에 감사한다. 글은 내가 놓쳤던 순간들을 다시 찾아가는 길이 되어 준다. 춤추지 못했던 나의 열아홉 살을 글 속에서 춤추게 만들 수 있고, 지금의 나를 스스로 용서하며 새로운 경험으로 이끌 수 있다.
레베카 솔닛 (Rebecca Solnit)은 『길 잃기 안내서 - 더 멀리 나아가려는 당신을 위한 지도들』에서 말했다. "길을 잃는 것은 익숙함을 벗어나는 것"이라고. 나는 익숙한 길 위에 머물며 너무 많은 것을 놓쳤다. 시작하지 않은 대화나 떠나지 못했던 여행들. 그때의 나는 길을 잃는 대신 익숙한 자리에서 멈추는 것을 선택했다. 그러나 이제 와서야 깨닫는다. 길을 잃는다는 것이 단순히 뒤쳐지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발견의 출발점이었다는 것을. 내가 놓친 순간들은 단순히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내가 더 멀리 나아가도록 만들어준 나침반 같은 것이었다.
마리나 반 주일렌 (Marina van Zuylen)은 『평범하여 찬란한 삶을 향한 찬사 - 완벽하지 않아 완전한 삶에 대하여』에서 말했다. "일상의 작은 순간들이 우리의 서사를 형성한다"고. 내가 놓쳤던 많은 것들은 내게서 흘러간 사소한 순간들이었다. 그러나 그 순간들은 여전히 나의 일부로 남아 있다. 그것들은 단순한 공백이 아니라, 내가 발견해야 할 가능성의 문이었다. 떠나지 못했던 여행지는 내 안에서 여전히 풍경으로 존재하고, 춤을 추지 않았던 열아홉 살의 나는 내 글 속에서 다시 춤을 춘다.
실비아 플라스 (Sylvia Plath)는 그녀의 일기에서 일상 속 작은 감정들과 순간들이 우리의 정체성을 형성한다고 믿었다. 그녀는 일기 속에 놓쳤던 대화와 감정, 그리고 지나가버린 순간들을 기록하며 자신을 새롭게 정의하려 했다. 그녀의 일기 중 한 부분에서, 그녀는 “나는 매일 내 삶의 작은 조각들을 기록한다. 그것들이 나를 잊지 않게 한다”라고 적었다. 나 역시 내가 놓쳤던 것들을 글로 남기며, 그것들이 단순한 후회로만 남지 않기를 바란다. 그것들은 나를 이루는 조각들이었고, 나는 그 조각들을 통해 나의 전체를 이해하고자 한다.
앙겔라 메르켈 (Angela Merkel)은 『자유』에서 "자유는 단순히 선택의 가능성을 의미하지 않는다. 그것은 책임과도 깊이 연결되어 있다"고 말했다. 내가 놓쳤던 수많은 것들은 단순히 선택되지 않은 가능성의 흔적이 아니다. 그것들은 내가 책임져야 할 나 자신의 과거다. 메르켈이 말했듯, 자유의 본질은 후회가 아니라 앞으로 나아가는 힘에 있다. 나는 내가 놓친 것들을 회피하거나 잊으려 하지 않는다. 대신 그것들을 내 삶의 일부로 받아들이며, 그것들이 내게 가르쳐준 것들로 새로운 길을 만들어 가고자 한다.
글을 쓰는 것은 잃어버린 순간들을 찾아 나서는 것과 비슷하다. 지나간 시간들의 공백을 들여다보며, 그 안에 남겨진 흔적을 발견하려 애쓴다. 떠나지 못했던 길을 상상 속에서 걸어보고, 하지 못했던 말들을 글로 다시 떠올린다. 그래서 글쓰기는 내가 놓쳤던 것들과 조용히 연결되는 과정이다.
어쩌면 놓쳤던 것들은 내 삶의 어딘가에 남아, 내가 발견하기를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른다. 결국, 글은 내가 잃어버린 것들과 다시 만나는 방식이며, 동시에 새로운 길을 여는 용기다. 나는 글을 쓰며 그 공백을 메우려 하지 않는다. 대신, 그 공백에 담긴 이야기를 읽어내려 노력한다. 그러한 노력은 잃어버렸던 시간들을 다시 불러오고, 내가 잊고 있던 흔적들을 들여다보게 한다. 그래서 나는 막연히 계속 읽으면서 쓰기로 했다. 글을 쓰는 동안, 놓쳤던 것들이 사라지지 않았음을 느끼며 놓친 것들과 다시 연결될 수 있기를 조용히 바라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