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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여성으로 살아간다는 건 매 순간 우리가 누구이고, 어디에 속하며, 무엇을 요구할 수 있는지를 끊임없이 점검당하는 일이다. 록산 게이의『아무도 우리를 구해주지 않는다』는 그런 나의 현실을 흔들며, 더 큰 질문을 던졌다. "너는 무엇을 보고, 무엇을 침묵하며, 무엇을 행동으로 옮길 것인가?"
그녀는 여성의 몸에 대해 말한다. 몸을 둘러싼 권력과 통제를 이야기할 때, 나는 한국의 다이어트 광고와 외모 강박이 떠올랐다.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이미 정해진 규칙이 있다는 듯한 사회 속에서 내 몸을 끊임없이 타인의 시선에 내어주고 있었다. 록산 게이는 말한다. "몸은 이야기다. 그것을 다시 쓰고 싶은가? 그렇다면 너 자신을 다시 써야 한다." 그녀의 목소리는 내 안에서 작은 저항의 기억들을 불러냈다. 나는 어쩌면 이미 저항하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녀는 더 큰 질문을 던진다. "그게 충분했니?"
책을 읽으며 불편한 순간도 많았다. 그녀는 인종 문제와 미국의 분열된 현실을 너무도 솔직하게 다룬다. "그건 미국 이야기 아닌가?" 하고 거리를 두려는 내 태도가 드러났다. 하지만 나는 깨달았다. 그녀가 말하는 모든 불평등의 뿌리는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너는 네가 속한 세상 속 불평등에 얼마나 민감한가?" 그녀는 그렇게 묻고 있었다. 그리고 나는 그 질문 앞에서 할 말을 잃었다.
책을 덮고 나는 생각했다. 나는 무엇을 해야 할까? 그녀가 말한 "의견(opinion)"은 단순한 의견이 아니었다. 그것은 행동이고, 싸움이며, 세상에 나를 드러내는 용기다. 침묵하지 않는 것, 그것이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단순하고도 강렬한 행동이라는 것을 그녀는 상기시켰다.
록산 게이는 완벽한 답을 주지 않는다. 그러나 그녀의 글은 내게 분명한 행동을 요구한다. 작은 목소리도, 작은 저항도 의미가 있다고. 나는 이 책을 읽고 내게 약속했다. 더 이상 내 이야기를 작게 만들지 않을 것이라고. 그리고 그녀의 목소리가 내 안에서 더 큰 이야기가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