ㅡ유령이 되었군요. 가만히 나를 보던 조가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까지 쌓아온 것들을 전부 무너뜨린 경험이 나에게도 있었다. 숨 쉬는 법을 모르던 물고기는 숨 쉬는 법을 잊은 물고기가 되었다. 바다는 여전히 푸르고 거대했다. 끝났다거나, 실패했다거나, 돌이킬 수 없다는 말보다는 유령이 되었다고 하는 편이 나았다. - P146
습관적으로 손을 내밀자 조가 복숭아 맛 젤리를 손바닥 위에 툭툭 쌓아주었다. 언제부터 베팅에서의 승패와 상관없이 주전부리를 사 왔는지 알 수 없었다. 더불어 거절할 타이밍 또한 모르는 새에 놓치고 말았다. 나는 반투명한 분홍색 젤리를 하나 입에 넣었다. 약의 목적이 치료에 있다면 젤리도 일종의 약이랄 수 있었다. 쓴맛이 감돌던 입 안에 복숭아 향이 퍼지면서 답답하던 속이 편해졌다. - P150
무엇을 믿어야 할지 선택하는 과정은 젖은 운동화를 신고 돌아다니는 일과 비슷했다. 멈추기 전에는 발을 말릴 수 없었다. - P163
나는 진통제를 복용하듯이 덕질을 했다. 아이돌, 배우, 유튜버, 캐릭터 상품 등등 좋아하는 감정에 한 발이라도 걸치면 전부 덕질의 계기가 되었다. 돈이 들기는 했지만, 원래 사원이 있던 시절부터 치료에는 대가가 필요했다. - P1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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