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한 번의 트라우마로 평생 고통받을 수 있는 취약한 존재이고 그러한 비극은 누구에게나 발생할 수 있었습니다. - P39

패잔병 호칭에는 전쟁에서 지고 온 군인이라는 무능함에 대한 비난뿐 아니라, 목숨이 오가는 전장에서 함께하기 어려운 재수없는 존재라는 뜻이 묻어 있었습니다.
천안함 사건 이후 두 생존장병이 배 위에서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고 합니다. 그때 한 상사가 지나가듯이 말했습니다. "너네는 둘이 붙어서 이야기하지 마. 배 또 가라앉는다"라고요. - P90

2021년 5월 저는 당시 국방부 앞에서 시위중인 최원일 함장을 만나 인터뷰를 했습니다. "당신이 아무리 강한 군인이어도 누가 욕하고 때리면 아픈 인간일 텐데, 도대체 그 시간들을 어떻게 버틴 거냐"라고요. 생존장병들이 발령지에서 상사로부터 "함장이 죽었어야 니들이 보상금을 받는데, 걔가 살아 있어서 니들이 못 받는 거다" 같은 말을 듣는 그 모욕적인 상황을 어떻게 견뎠는지 물었습니다.
한참을 생각하던 최원일 함장이 답했습니다. "돌이켜보면, 그 배와 함께 죽지 않아 다행이다. 앞뒤 상황을 자세히 알고 있는 내가 죽었다면 아마 사고 처리를 해버렸을 것 같다. 그럼 우리 생존장병들은 얼마나 억울한 시간을 보내야 했겠나. 살아남았기에 이렇게 말할 수 있다." - P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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