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5월 저는 당시 국방부 앞에서 시위중인 최원일 함장을 만나 인터뷰를 했습니다. "당신이 아무리 강한 군인이어도 누가 욕하고 때리면 아픈 인간일 텐데, 도대체 그 시간들을 어떻게 버틴 거냐"라고요. 생존장병들이 발령지에서 상사로부터 "함장이 죽었어야 니들이 보상금을 받는데, 걔가 살아 있어서 니들이 못 받는 거다" 같은 말을 듣는 그 모욕적인 상황을 어떻게 견뎠는지 물었습니다.
한참을 생각하던 최원일 함장이 답했습니다. "돌이켜보면, 그 배와 함께 죽지 않아 다행이다. 앞뒤 상황을 자세히 알고 있는 내가 죽었다면 아마 사고 처리를 해버렸을 것 같다. 그럼 우리 생존장병들은 얼마나 억울한 시간을 보내야 했겠나. 살아남았기에 이렇게 말할 수 있다." - P1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