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만들어 파는 사람이라면 독자 대중, 그러니까 그 시대의 집단적인 정신의 총합에 대해서 대단히 겸손한 태도를 취해야 하고 취할 수밖에 없다. 나는 이것이야 말로 편집자들의 소양이자 미덕이라고 믿는다. 시비와 선악을 넘어선 이런 흐름에 대한 인식은 계몽적인 태도를 버리는 데 큰 도움이 된다. 독자의 선택은 가치판단의 대상이 아니다. 기존의 세계관이나 상식으로 분별하기 어려운 일이 있을 때, 그것을 서둘러 부정하고 비난하기보다는 그것이 ‘있다‘는 사실에 좀더 집중해야 한다는 뜻이다. - P19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