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때리는 데 쓰던 둔기가 떨어져 있는 것을 보고 그대로 들어 남편의 머리를 내리쳤다. 이 행동이 과연 합리적 선택인지 아니면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에 기인한 일종의 방어 행위인지를 판단해야 하는데, 나라마다 그 판단 기준이 다릅니다. 영미권의 판례를 보면 ‘현재성의 원칙을 객관적인 기준으로 정하면 안 된다. 장기적으로 폭력 피해를 당한 사람의 상대적인 관점에서 생각해야 한다.‘는 기준이 보입니다. 총기로 매일 위협을 당하던 아내가 남편이 잠깐 놓아 둔 총기를 집어 들고 남편을 쏠 때, 그 순간 남편이 위협하고 있는것은 아니지만 그 아내의 심리 상태는 여전히 총기로 머리를 위협당하고 있을 때의 상태 그대로라는 것이 영미권 법의 판단입니다.
어떤 심리학자는 매 맞는 아내가 남편을 살해할 때는 분노 때문에 죽이는 것이 아니라 공포 때문에 죽이는 것이라고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그 말대로라면 살인의 고의성이 성립하지 않죠. 형사 책임의 고의는 분노를 전제로 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너 죽어라!‘ 하는 분노와 ‘나는 죽고 싶지 않다. 하는 공포는 완전히 다른 정신 상태입니다. - P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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