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최후의 대국, 우크라이나의 역사 - 장대한 동슬라브 종가의 고난에 찬 대서사시
구로카와 유지 지음, 안선주 옮김 / 글항아리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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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새 우크라이나가 왜 이 사태를 겪고 있는지 당최 모르겠어서 책을 샀다. 고대/중세사보다는 근현대사가 도움이 될듯해서 바로 5장 "러시아, 오스트리아 제국의 지배"부터 읽었다.

우크라이나는 1차 세계대전이 발발하기까지 약 120년 간 영토의 80%는 러시아, 20%는 오스트리아 제국에 의해 지배당한 바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도 일제강점기를 겪었기 때문에 일부 공감하며 읽을 수 있었다. (근데 저자가 일본인이라는 게 흠좀무;) 흐름은 대충 이해했는데 세부적인 건 아직 머릿속에서 정리가 덜 됐다ㅠ 그래서 서평까지는 아니고... 그냥 책을 읽으면서 눈길이 오래 끌렸던 문장을 늘어놓겠다.

🔖(163쪽)러시아 제국 내에서는 우크라이나어가 러시아어 방언에 지나지 않는다고 여겼다. 따라서 진실하고 고상한 것은 러시아어로 표현해야 한다는 인식이 있었다.

🔖(165쪽)셰브첸코는 농민의 구어와 방언, 고대 교회 슬라브어를 통합하여 힘 있는 우크라이나어를 창조했다. 셰브첸코의 출현으로 우크라이나어는 비로소 고도의 내용, 복잡한 감정을 표현할 수 있는 언어의 지위를 얻었다.

🔖(167쪽)셰브첸코는 사후에 우크라이나 민족주의와 독립운동의 상징적인 존재가 됐다(...) 우크라이나 독립 후에는 우크라이나 최대의 위인으로 평가되어 거리와 시설 곳곳에 그의 이름이 새겨졌다. 최고 단위의 지폐인 100흐리브냐에는 그의 초상이 새겨져 있다.

🔖(181쪽)러시아 제국 말기에 우크라이나 동남부는 제국 최대의 공업지대로 발전했는데, 이 과정은 당시 유럽 전체로 봤을 때도 가장 급속한 공업화였다(...) 중공업이 급성장하자 공장 노동자가 필요했지만 이는 근교의 농촌에서 인원을 충당할 수 있는 단순한 문제가 아니었다(...) 우크라이나의 도시는 이전부터 폴란드인, 유대인, 러시아인이 살던 곳으로, 그들의 언어와 생활 양식은 농촌에 사는 우크라이나인과는 크게 달랐던 탓에 농민들에게 도시는 살기 불편한 이질적인 세계였다.

1917년 러시아 페트로그라드에서 2월 혁명이 일어나고 차르가 퇴위함으로써 제정이 끝났다. 키예프에서는 3월에 우크라이나 민족 해방을 바라는 이들이 모여 '우크라이나 중앙 라다(평의회)'를 결성했다. 당시 러시아 임시정부는 제한적으로나마 우크라이나의 자치를 인정했는데, 10월 (볼셰비키)혁명에서 레닌이 임시정부를 무력으로 제압하고 소비에트 정부를 세워버린다. 임시정부 소멸에 따라 중앙 라다는 11월 '우크라이나 국민공화국' 창설을 선언했다.

🔖(194-195쪽)사실상 우크라이나의 독립 선언이었다. 실제로 당시 우크라이나에서 중앙 라다가 압도적인 지지를 얻고 있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 시점부터 독립국 우크라이나가 존재하기 시작했다고 봐도 무방하다. 제3차 우니베르살을 통해 주창된 우크라이나 국민공화국의 원칙은 사회주의적인 요소를 포함하지만 매우 민주적인 것이었다. 즉 언론, 출판, 신념, 집회, 시위의 자유, 개인의 불가침, 사형 폐지, 정치범 사면, 소수민족의 자치 권리, 8시간 노동, 토지의 사유 제한, 생산수단의 규제, 전쟁의 종결 등이다.

🔖(199쪽)볼셰비키 정부는 우크라이나를 당연히 러시아의 틀 내에 두어야 한다며 중앙 라다의 내셔널리즘은 반혁명의 부르주아, 분리주의자로 간주했다. 곡물, 설탕, 석탄, 금속 등의 산업에서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에 있어 불가결한 존재이며 우크라이나를 러시아에서 분리하는 것은 왕정파든 공산주의자든 러시아인에게는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226쪽)1922년 12월에 '소비에트 사회주의 공화국 연방(소련)'이 성립됐다(...) 각 공화국의 공산당은 실제로는 러시아 공산당의 지부에 지나지 않았다(...) 러시아 제국에서 소련으로 이름은 바뀌었어도 똑같이 러시아인의 지배라는 점에서는 결국 혁명 전이나 후나 그다지 달라진 게 없었다.

🔖(233쪽)(스탈린은) 농민을 자신이 생각하는 사회주의 체제에 편입시키기 위해서는 거친 수단을 동원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그 수단이 된 것이 1928년에 시작되어 1929년부터 강제화된 '농업 집단화'다(...) 농민을 토지에서 분리하여 농업 노동자나 프롤레타리아트로 바꾸는 것이었다.

🔖(234쪽)집단화는 스탈린과 당 지배의 영속화에는 이바지했을지언정 우크라이나에는 참혹한 결과를 초래했다. 그 결과가 바로 1932~1933년에 일어난 대기근이다.

🔖(236쪽)이 기근의 첫번째 특징은 강제적인 집단화와 곡물 조달로 인해 발생한 인위적인 기근이며(...) 두 번째 특징은 러시아 자체는 이 기근을 거의 겪지 않았다는 것이다(...) 세 번째 특징은 이 기근이 소련에서는 가능한 한 감춰져 있었다는 것이다.

(* 어느 학자는 당시 우크라이나에서 300~600만명이 아사했을 것으로 추계했다.)

🔖(262쪽)(1964~1989년) 우크라이나에서는 러시아어의 사용이 장려되고 우크라이나어의 사용에는 간섭이 뒤따랐다(...) 당국은 우크라이나어에 대한 열등의식을 심으려 했고 우크라이나어를 사용하는 인텔리는 반체제 운동가로 의심을 받았다.

🔖(270쪽)우크라이나에서 소련 체제에 대한 불신이 처음으로 고조된 계기는 체르노빌 원자력발전소 폭발 사고다(...) 소련은 생산지상주의로 그동안 환경 문제에는 거의 무관심했다. 문제가 일어나도 감추기만 했다. 우크라이나는 소련의 제1중화학 공업지대라고 자랑했지만 실상은 공장과 광산이 배출하는 오염물질이 흘러넘치고 있었고 우크라이나 남부와 동부는 소련 유수의 오염지대가 되어 주민들의 건강 문제가 심각해졌다.

🔖(273쪽)1989년 9월, 긴 세월 민족주의를 억압해온 셰르비츠키가 우크라이나 공산당 제1서기의 지위에서 해임되고(...) '페테스트로이카(재건)을 위한 우크라이나 국민운동'(*루흐)이 결성됐다. 이들은 인권과 소수민족의 권리, 종교의 보호, 우크라이나어의 복권을 요구하는 온건한 조직으로, 독립까지는 주장하지 않았으며 소련이 주권국가의 연합체가 되기를 원했다.

🔖(274쪽)1990년 3월, 우크라이나 소비에트 공화국의 의회인 '최고회의'의 선거가 이루어졌다. 그사이 급진화된 루흐는 우크라이나의 독립을 주장하고 나섰다.

🔖(275쪽)(1991년) 8월 24일 우크라이나 최고회의는 거의 만장일치로 독립 선언을 채택했다. 훗날 이날은 독립기념일이 된다.

(* 우리나라로 치면 3월 1일 만세운동 기념일?)

🔖(278쪽)독립은 유혈을 수반하지 않고 평화롭게 이루어졌다(...) 그러나 전체적으로는 소련이 스스로 붕괴해가는 과정에 무임승차한 면이 강하다.

🔖(280쪽)우크라이나가 독립을 유지하고 안정되는 것은 유럽, 나아가 세계의 평화와 안정에 있어 중요하다. 이는 미국과 서유럽의 주요국이 공유하는 인식이지만 중, 동유럽 국가의 입장에서는 사활이 걸린 문제다.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제국, 오스트리아 제국, 소련 치하에서 크림 전쟁, 제1,2차 세계대전을 겪고 영토가 분열되면서도 민족주의를 계속 끌어안고 결국 독립선언을 했다는 점이 놀랍다. 처음에 인용했던 것처럼 시인 셰브첸코가 현대 우크라이나어로 작품을 발표한 것이 우크라이나 민족의 정체성을 선언한 셈이 되어 후대에도 엄청난 영향을 미쳤다는 저자의 말을 곱씹게 된다.

이 책의 일본어 버전은 1999년에 쓰였고 따라서 21세기의 우크라이나는 담겨 있지 않다. 가장 최근의 역사와 정치에 대해 알고 싶어서 집어든 책이었는데... 아쉽지만 그건 다른 매체를 통해 알아봐야겠다🙄

셰브첸코는 농민의 구어와 방언, 고대 교회 슬라브어를 통합하여 힘 있는 우크라이나어를 창조했다. 셰브첸코의 출현으로 우크라이나어는 비로소 고도의 내용, 복잡한 감정을 표현할 수 있는 언어의 지위를 얻었다. - P165

볼셰비키 정부는 우크라이나를 당연히 러시아의 틀 내에 두어야 한다며 중앙 라다의 내셔널리즘은 반혁명의 부르주아, 분리주의자로 간주했다. 곡물, 설탕, 석탄, 금속 등의 산업에서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에 있어 불가결한 존재이며 우크라이나를 러시아에서 분리하는 것은 왕정파든 공산주의자든 러시아인에게는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 P199

(1991년) 8월 24일 우크라이나 최고회의는 거의 만장일치로 독립 선언을 채택했다. 훗날 이날은 독립기념일이 된다. - P2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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