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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시대의 페미니즘 ㅣ 페미니스트 크리틱 2
김은실 외 지음, 김은실 엮음 / 휴머니스트 / 2020년 7월
평점 :

『코로나 시대의 페미니즘』은 여러 논문의 초록들만 모아서 묶어놓은 책 같다. 처음부터 끝까지 차근차근 이 시국을 진단하고 해결방법까지 알려주는 친절한 글이 아니라, 화두'만' 던지고 끝난다고 느껴지기도 한다. 열세 명의 글쓴이가 각자 열쪽 정도의 분량을 써냈는데 주제가 다 다를 정도니, 얕고 넓은 책이라고 볼 수도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내용까지 가벼운 것은 아니다.


앞서 말했듯이 이 책은 화두를 던진다. 그 이야기가 너무 추상적이라 답답할 수도 있다. 어떤 글은 주제에서 드러나는 글쓴이의 가치관이 별나라 얘기처럼 들릴 수도 있다. 하지만 거기에 동의하든 동의하지 않든, 질문에 대한 답 또는 반박근거를 대며 생각하는 사이에 우리는 고정관념을 넘어서 코-시국과 페미니즘을 좀 덜 감정적으로, 좀 더 합리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될 것이다.
‘페미니스트‘ 역시 규범적 여성과는 구별되는 성차별에 관해 정치적으로 자각한 여성에 대한 호칭이다. - P25
여자대학은 주류 서회 전반에 대한 급진적, 대항적 문화정치 투쟁의 장으로 존재해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고등교육에 접근할 기회에서 성평등이 이루어진 지 이미 오래된 상황인데도 현재 여대가 존립해야 할 이유는 바로 이 대항적 공공성에 있다. - P55
생물학적 본질주의와 배타적인 여성 범주에 기대어 누군가를 배척하는 운동은 여성을 차별과 위험에서 해방해 평등하고 안전한 세계로 이끌지 않는다. 그건 여성을 성기로만 축소해온 가부장제의 낡은 세계관을 답습함으로써 여성을 피해자의 자리에 고착시키고 또다시 가부장제의 테두리 안에 가두는 결과를 불러오기 쉽다. - P61
재난이 발생할 때마다 우리가 확인하는 진실은 인간이란 돌봄과 가치를 추구하는 존재이고, 개인의 희생이 아닌 협력적 공공의 개입을 통해 돌봄이 이뤄질 때 가장 공평하다는 것이다. - P79
돌봄과 무관한 인간은 없다. 무관한 척 살도록 허용하는 부정의한 구도가 있을 뿐이다. 코로나19의 경험은 인간의 취약함과 서로에게 건강을 빚진 연결성을 환기함으로써 이 오래된 돌봄 부정의를 변화시키는 공적인 계기가 돼야 한다. - P96
‘어떤 피도 우리를 멈출 수 없다‘도 맞지만, ‘피가 나면 멈출 수 있어야 한다‘도 맞다. - P121
사람들은 페미니스트를 자기밖에 모르는 이기적인 여성이라고 비난하기도 했다. 그러나 페미니스트들은 타인의 시선에 연연하지 않았다. 그들은 시대의 규범을 뒤흔들기로 작정했고, 그런 점에서 욕을 먹는 것을 오히려 자랑스러운 일로 여겼기 때문이다. - P149
우리의 페미니즘은 어디로 가는가? 나는 우리가 개인적으로 성공한 ‘나쁜 여성‘이 아니라, 세상에 도전하는 ‘나쁜 페미니스트‘가 되길 바란다. - P156
페미니즘은 여성이 배제된 경험을 통해 성장했기에 그 어느 사상보다도 ‘폭넓다‘. 차별, 대상화, 착취와 폭력은 성별 제도 외에도 다른 사회적 모순과 교직되어 있기 때문이다. 페미니즘은 여성해방을 넘어 약자와 공존하는 법, 자연과 공생하는 법을 모색한다. ‘여성만의 문제‘는 존재할 수 없다. - P1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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