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현실주의자들의 은밀한 매력
데즈먼드 모리스 지음, 이한음 옮김 / 을유문화사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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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12월에 <초현실주의 거장들> 전시회를 보고 온 뒤로 이 작가들은 대체 어떤 삶을 살았길래 이런 그림을 그렸을까 하는 궁금증이 생겼다. 그리고 마침 을유문화사 인스타에서 이 책을 본 기억이 나서 바로 샀다.


『초현실주의자들의 은밀한 매력』은 32명의 초현실주의자들이 얽히고 설킨 이야기를 들려준다. 제목에서 은근히 티를 내는 것처럼, 이 책은 초현실주의 작가들의 작품에 대해 집중 분석하는 학술서가 아니라 저자가 만나고 접한 초현실주의 예술가의 생애를 회고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대중에게 이미 잘 알려져 있는 달리, 마그리트는 물론이고 이 사람이 초현실주의자라고? 되물을 만한 피카소도 포함되어 있다. 나는 전시회에서 본 에일린 아거의 그림이 가장 마음에 들었고 폴 델보, 만 레이, 이브 탕기의 작품도 좋게 봤기 때문에 책이 배송되길 기다리면서 기대를 많이 했다.


막상 첫 장을 펼쳐보니 에일린 아거는 복잡한 연애 생활을 한 사람으로 묘사되어 있고 작품에 대한 얘기는 큰 비중을 차지하지 않았다. 그래서 약간 실망하긴 했지만.. 책을 계속 읽으면서 보통의(?) 초현실주의 작가들은 이렇게 연애 상대를 만나고, 갈아치우고, 때로는 다자연애도 하면서 작품 활동을 이어나간 걸 알게 되었다. 오히려 알렉산더 콜더, 호안 미로처럼 평생 한 명의 반려자와 살았던 사람이 특이해 보일 지경이었다;;


그래도 이런 사적이고 은밀한 이야기를 통해 20세기 파리, 런던, 뉴욕 등지에서 초현실주의 작가들이 어떻게 교류하고 세계대전을 피해 활동활 수 있었는지 알게 되어서 흥미로웠다.


가끔 내 가치관과 달라서 눈살이 찌푸려지는 이야기도 있었지만, 초현실주의 화가들이 작품을 만들고 감상했던 방법을 따르면 문제는 없었다. 구태여 분석하고 이해하려 들기보다는, 시각적 자극이 무의식에 꽂히는 걸 그대로 받아들이는 게 최선의 감상법이라고 한다. 그래서 나도 그냥 이런 사람들이 이런 삶을 살았구나~ 세계대전 때문에 고생을 많이 겪었구나~ 정도로만 알고 그외에 별로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은 흐린눈-.-으로 넘어갔다.


가장 좋았던 에피소드는 저자가 당시 일하고 있던 런던 동물원으로 호안 미로를 초대해서 코뿔새, 카멜레온, 비단뱀을 보여주고 그의 스케치를 받는 부분이었다. 아무래도 저자가 직접 눈앞에서 본 장면을 담아서 그런지 생생하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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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현실주의는 1924년 앙드레 브르통(André Breton)이 발표한 선언문으로 시작되었다.


🔖(82쪽)앙드레 브르통은 초현실주의 역사에서 가장 핵심적이면서 중요한 인물이었다. 초현실주의를 정의하고, 설명하고, 어중이떠중이들에게 맞서서 그것을 지킨 인물이었다. (...)그가 오만한 꼰대, 무자비한 독재자, 확고한 성차별주의자, 극단적인 동성애 혐오자, 교활한 위선자였다는 말도 해야겠다.


책에서 앙드레 브르통은 계속 까인다🙄 그는 자유분방한 초현실주의자들을 한 집단으로 묶으며 끝까지 그 위에 군림하고 싶어했기 때문에 그들과 겪은 갈등 관계가 거의 모든 장에 걸쳐 등장한다. 여러 모로 대단한 사람이었던 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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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통해 그동안 잘 몰랐던 예술가의 삶을 엿볼 수 있었다는 점은 좋았지만, 번역투가 그대로 드러나는 문체 때문에 비포장도로를 달리는 것마냥 덜컹거리며 읽었다😂 한정된 지면상에 32명의 이야기를 담으려다 보니 한 사람 당 한 작품의 이미지만 실린 것도 아쉬웠고... 전시회에 한 번 더 가서 작품을 오래 눈에 담고 오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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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 실린 초현실주의자들의 목록은 다음과 같다.


1. 에일린 아거 Eileen Agar

출처 https://www.theguardian.com/artanddesign/2021/may/09/eileen-agar-angel-of-anarchy-whitechapel-gallery-london


출처 https://post-phinf.pstatic.net/MjAyMjAxMTFfMTQy/MDAxNjQxODg0MDQ3NjM4.Tnw9kc1h6MZIZrx6P2aBCJiifpTbis_P7qLPy1NMomwg.eH6ButgjhDpA9Qnvvh4UlUH29V0J7kbJpKT2mtsEZWEg.JPEG/022.JPG?type=w1200


2. 장 (한스) 아르프 Jean (Hans) Arp

3. 프랜시스 베이컨 Francis Bacon

4. 한스 벨머 Hans Bellmer

5. 빅터 브라우너 Victor Brauner

6. 앙드레 브르통 André Breton

7. 알렉산더 콜더 Alexander Calder


출처 https://www.wikiart.org/en/alexander-calder


출처 https://www.sothebys.com/en/buy/auction/2020/impressionist-modern-contemporary-art-an-evening-sale/mariposa


8. 레오노라 캐링턴 Leonora Carrington

9. 조르조 데 키리코 Giorgio De Chirico

10. 살바도르 달리 Salvador Dalí

11. 폴 델보 Paul Delvaux

출처 https://surrealism.website/Paul%20Delvaux.html


출처 https://www.boijmans.nl/en/collection/artworks/101584/les-phases-de-la-lune-iii


12. 마르셀 뒤샹 Marcel Duchamp

13. 막스 에른스트 Max Ernst

14. 레오노르 피니 Leonor Fini

15. 빌헬름 프레디 Wilhelm Freddi

16. 알베르토 자코메티 Alberto Giacomett

17. 아실 고르키 Arshile Gorky

18. 위프레도 람 Wifredo Lam

19. 콘로이 매독스 Conroy Maddox

20. 르네 마그리트 René Magritte

21. 앙드레 마송 André Masson

22. 로베트토 마타 Roberto Matta

23. 에두아르 므장스 E. L. T. Mesens

24. 호안 미로 Joan Miró

출처 https://www.wikiart.org/en/joan-miro


출처 https://mywowo.net/en/spain/barcelona/joan-miro-foundation/collection


25. 헨리 무어 Henry Moore

26. 메레트 오펜하임 Meret Oppenheim

27. 볼프강 팔렌 Wolfgang Paalen

28. 롤런드 펜로즈 Roland Penrose

29. 파블로 피카소 Pablo Picasso

30. 만 레이 Man Ray

31. 이브 탕기Yves Tanguy

출처 http://www.omertiroche.com/artists/yves-tanguy/


출처 https://www.artsy.net/artwork/yves-tanguy-el-saltimbanqui-reste-el-le-faut


32. 도로시아 태닝 Dorothea Tann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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