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정상가족 - 자율적 개인과 열린 공동체를 그리며
김희경 지음 / 동아시아 / 2017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표지와 띠지 맛집 동아시아 출판사에서 나온 책 답게, <이상한 정상 가족>의 표지에도 주제를 관통하는 의미가 숨어있다. 이 책의 표지에는 회초리로 자녀를 체벌하는 부모, 가부장적인 아버지, 육아에 지친 어머니 등이 그려져 있다. 흔히 볼 수 있는 가정상이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이 가족들이 크고 작은 폭력에 노출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이상한 정상 가족>은 이처럼 우리가 예민하게 포착하지 못했던 가족의 이면과 폭력, 그리고 사회적 인식을 드러내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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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아동학대가 큰 이슈다. 많은 사람들이 학대 당한 아이의 소식을 듣고 눈물 흘리며 분노한다. 사실 그동안 뉴스로 보도된 아동학대 사건은 많았지만 사건이 되풀이 될 때마다 가해자를 악마라고 부르며 비난할뿐, 제도적인 차원에서 눈에 띄는 성과는 듣지 못한 것 같다. 아동을 부모의 소유물로 인식하는 사회의 분위기가 변하지 않아서 진전이 없었던 것이다.

🔖(26쪽)
아이를 훈육하기 위해 때린다는 주장은 아동보호전문기관 상담원들을 괴롭히는 항변 1순위다. 상담원들이 신고를 받고 현장 조사를 나가면 "내 자식 내가 가르치는데 웬 참견이냐"라며 상담과 조사를 거부하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그러나 이 세상에서 벌어지는 대부분의 아동학대는 극히 비정상적인 사람들의 고의적 폭력이라기보다 보통 사람들의 우발적 체벌이 통제력을 잃고 치달은 결과라는 것이 그간 숱한 분석과 연구를 통해 확인된 사실이다.

아동학대 가해자를 옹호하는 게 아니라, 체벌이 일상화된 가정이라면 언제든지 학대가 발생할 수 있다는 논지이다. <이상한 정상 가족>은 이처럼 아동인권과 관련한 문제를 언급하고 한국사회의 실상을 파헤친다. 과거에는 여성이 폭력을 당하는 걸 문제삼지 않았지만 현재는 잘못이라고 말할 수 있는 것처럼, 현재는 폭력이라고 느껴지지 않는 아동학대도 미래에는 잘못이라 말하고 개선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저자의 말이 와닿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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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으면서 뒤통수를 망치로 얻어맞은 것처럼 충격적으로 새로 알게된 사실이 많았다. '자녀 살해 후 자살'을 그 예시로 들 수 있겠다. 흔히들 '동반자살'이라고 부르는 이 현상을 발음하면, 생활고 때문에 목숨을 끊은 가장과 자녀들이 눈앞에 그려진다. 압축적 근대화가 낳은 부작용 중 하나라고 말할 수 있다. 그런데 사실 '동반자살'은 아동의 인권을 침해하므로 부적절한 용어이다.

🔖(79-80쪽)
'동반자살'이라는 표현은 ...부모가 자기 뜻대로 자녀의 죽음을 결정할 수 있다는 잘못된 인식을 퍼뜨립니다.
...사회적 안전망의 부재라는 사회적 문제를 개인의 비극으로 잘못 인식하도록 만듭니다.

저자는 이러한 표현의 위험성을 제고하고자 25개 언론사 사회부에 의견서를 보내고 기자들과 씨름했다고 한다. 견고한 사회의 인식에 맞서 행동하는 모습이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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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궁극적으로 '정상 가족'과 '비정상 가족'을 구분하고 차별하는 것보다 '행복하고 안전한 가족'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말한다. 그리고 가정에 대한 사회(정부)의 개입이 사생활을 해치는 게 아니라 오히려 더 건강한 가정을 만드는 과정의 일환이며, 예시로 든 스웨덴의 경우가 인상적이었다. 스웨덴은 세계 최초로 부모의 체벌을 법으로 금지한 나라다.

🔖(218-219쪽)
스웨덴이 법으로 부모의 체벌을 금지한 정책에는 취약한 개인인 아이를 보호하기 위해 국가가 강자인 부모의 권력을 제한할 수 있다는 가치관이 배어 있다. 그럼 이는 국가가 가족의 사생활에 지나치게 개입하는 전체주의적 방식일까? 스웨덴인들은 정반대로 이를 지극히 개인주의적 삶의 방식이라고 설명한다.

...진정한 인간관계는 서로에게 의존하지 않고 불평등한 권력관계에 놓이지 않는 개인들 사이에서만 가능하다... 부모와 자녀 관계에서도 서로 의존적이고 굴욕을 강요하는 권력관계가 존재하는 한 진정한 사랑은 불가능하다고 바라본다. 국가는 이런 굴욕감에서 개인을 해방시킬 의무가 있다.

🔖(239쪽)
돌봄은 공적 가치를 지닌 공공재다. 특정한 성, 계급에게 일임해서 해치울 일이 아니라 민주적 정부와 시민 모두가 책임져야 하는 과제다.


스웨덴이 법으로 부모의 체벌을 금지한 정책에는 취약한 개인인 아이를 보호하기 위해 국가가 강자인 부모의 권력을 제한할 수 있다는 가치관이 배어 있다. 그럼 이는 국가가 가족의 사생활에 지나치게 개입하는 전체주의적 방식일까? 스웨덴인들은 정반대로 이를 지극히 개인주의적 삶의 방식이라고 설명한다. - P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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