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습니까? 믿습니다! - 별자리부터 가짜 뉴스까지 인류와 함께해온 미신의 역사
오후 지음 / 동아시아 / 2021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 "나는 별자리 같은 거 믿지 않아. 왜냐하면, 논리적인 INTP니까!"

-
사실 나는 INTP가 맞다(!) 그리고 별자리 운세는 믿지 않는다.

하지만 위의 문장은 딱히 설득력이 없다. “나는 INTP”라고 소개하는 건 요즘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MBTI 밈에 기반하며, 과학이라기보단 미신에 가깝기 때문이다. MBTI 과몰입러들에게는 미안하지만 근거 없는 믿음을 반복한다는 점에서 그렇다. (정식 검사 결과는 정확하다!라고 따질 수 있겠지만 이게 요지는 아니니까 넘어가자.)

📗 『믿습니까? 믿습니다!』는 이처럼 크고 작은 ‘미신에 대한 썰’을 풀어놓는다. 저자인 오후 작가님의 글이 쉽게 잘 읽혀서 (어투도 그렇고) 책 깨나 읽어서 똑똑한 형이 술자리에서 꺼낸 얘길 듣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나는 형이 없지만 아무튼) 인류사에서 큰 역할을 담당한 가부장제나 종교, 각종 사상들을 ‘미신’이라는 키워드로 읽어낸 관점이 흥미로웠다.

-
#미신 의 사전적 정의는 “과학적ㆍ합리적 근거가 없는 것을 맹목적으로 믿음. 또는 그런 일.
”이다. 앞서 말했듯이 별자리나 MBTI처럼 우리 주변에는 미신이 많다. 운동선수의 징크스나 손금, 사주는 대표적이고 인기 있는(?) 미신이다.

스스로를 이성적이고 합리적이라고 생각하는 현대인이 많을 텐데, 우리는 왜 미신을 믿는 걸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불안’하기 때문이다.

🔖(341쪽) 특정한 행동이나 사물이 어떤 초자연적인 힘과 연결되어 있으며 그것을 지킴으로써 행운이 온다고 믿으면, 우리는 미래를 어느 정도 통제할 수 있다는 느낌을 갖는다.

인생은 한치 앞도 알 수 없지만 안정적인 미래를 살고 싶다는 욕망이 미신을 만들고 발전시킨 것이다. 저자는 심지어 ‘농사’도 미신이라고 주장하며 미신 덕분에 문명이 탄생했다고 덧붙였다.

🔖(39쪽) 나는 농경을 실수나 사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나는 농경을 ‘인류 최대의 미신’이라 생각한다. …농경을 한 이들은 신념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들이 아는 것은 콩 심으면 콩이 난다는 것뿐이었다. 하지만 그들은 믿었다. 농경이 더 풍요로운 삶을 선사해줄 것을.

『총, 균, 쇠』나 『사피엔스』 같은 인류학 책에서 농사를 ‘실수’나 ‘사기’라고 표현한 건 들어봤지만, 농사가 ‘미신’이라는 워딩은 처음 봐서 신선한 느낌이 들었다.

-
오후 작가님은 흥미로우면서도 뼈때리는 문장을 짓는 데 재능이 있는 것 같다.

🔖(54쪽) 신화를 보다 보면 신의 행동이 이상하게 느껴질 때가 있다. 그런데 그건 신이 이상한 게 아니라 신으로 상징되는 당시 사회규범 자체가 이상한 것이다.

🔖(161쪽) 과거 씨족 사회에서는 보통 조상신을 모셨다. 하지만 농촌 공동체가 무너지면서… 이제 조상신을 모시는 무당은 찾아보기 힘들다. 역사는 흘러가니 새로운 신도 등장한다. 심지어 맥아더를 모시는 무당도 있다.

🔖(173쪽) 종교는 미신의 프랜차이즈를 고심한 결과다.

🔖(189쪽) 만약 누군가 종교를 이유로 인권이나 가치를 무시하려든다면, 그는 종교를 지키는 게 아니라 그냥 소수자의 권리를 무시하는 것이다.

🔖(262-263쪽) 『공산당 선언』은 복잡한 이론서가 아니라 종교 교리에 가깝다. …자본주의는 더욱더 종교에 가깝다.

🔖(335쪽) 지금 우리에게 닥친 위기는 가짜 뉴스가 아니다. 진짜 위기는 더 이상 우리에게 권위를 주는 뉴스가 없다는 것이다.

🔖(376-367쪽) 사람들이 상상을 진지하게 믿으면 그것은 실현 가능한 것이 된다. …미신은 인류와 함께 존재해왔고, 세상을 바꿔왔다.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좋은 쪽이든 나쁜 쪽이든. 아마 둘 다겠지.

-
결국 저자의 메시지는 이것이다.
인간은 늘 불안하고 미신을 반복할 수밖에 없다🤦🏻‍♀️

현실은 여전히 예측불가능하지만, 그래도 『믿습니까? 믿습니다!』 덕분에 세상을 보는 관점이 조금이나마 넓어진 것 같고 지루하지 않게 완독할 수 있어서 좋았다!

PS. 4는 재수가 없다는 미신이 있지만 작가님의 네 번째 책은 흥할 것 같습니다ㅋㅋ


신화를 보다 보면 신의 행동이 이상하게 느껴질 때가 있다. 그런데 그건 신이 이상한 게 아니라 신으로 상징되는 당시 사회규범 자체가 이상한 것이다. - P54

미신은 인류와 함께 존재해왔고, 세상을 바꿔왔다.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좋은 쪽이든 나쁜 쪽이든. 아마 둘 다겠지. - P367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