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것도 안 하는 녀석들』은 주인공 장우와 현성이 유튜브에 올린 영상의 제목이다. 태평한 제목과는 달리 장우와 현성이 처한 상황은 초등학교 고학년 아이들에게는 꽤 충격적인 것이다.'나'로 대변되는 현성은 지난 겨울 비닐하우스 꽃집으로 이사를 왔다. 삼촌(아빠의 동생)이 현성의 부모님을 속여서 전세금을 들고 튀었기 때문에 가세는 한순간에 기울어버린다. 시청에서는 현성의 가족이 불법으로 꽃집에 거주하고 있기 때문에 어서 나가지 않으면 수도와 전기를 끊겠다고 통보한다. 설상가상으로 부모님이 싸운 뒤에 아빠가 집을 나가고 형편은 더 어려워진다. 장우는 부모님이 이혼한 후 각각 재혼한 상태에서 아빠와 함께 살고 있다. 새엄마는 원래 다른집에 살고 있었지만 갑자기 장우의 집에 들어와서 새로 태어날 아기 때문에 방을 정리한다. 장우는 함부로 자신의 물건을 버리는 새엄마가 불편하다. 그래서 학교와 학원을 마친 뒤에도 곧바로 귀가하지 않는다. 장우는 현성에 비해 물질적으로 나은 상황이긴 하지만 두 아이가 느끼는 불안감은 어느 것이 더 중하다고 비교할 수 없다.안정적인 가족이 붕괴하면 아이들을 지켜줄 울타리가 사라진다. 불안하고 속상한 상황에서 장우와 현성은 서로의 이야기를 털어놓고 친해진다. 둘은 현성의 집 옆에 늘어서 있는 꽃집들 뒤 고물더미에서 빨간 플라스틱 의자, 스티로폼 방석, 고무 화분, 판자 따위를 주워와서 아지트를 꾸민다. 그리고 외부세계와 잠시라도 단절되어 비밀스럽고 재미있는 시간을 보낸다. 어른들은 아이들을 보호해주지 못하지만 그럼에도 아이들은 놀면서 영상을 찍고 한참을 웃을 줄 안다. 자못 대견하다.현성은 이후 <아무 것도 안 하는 녀석들> 영상의 조회수가 1000회를 넘긴 걸 보고 놀란다. 댓글들을 보면서 웃기도 한다. 계속해서 불안한 사건과 분위기가 조성되지만 생활통지표에 적힌대로 '늘 긍정적인 마음으로 어려운 난관을 잘 극복해 나가는 아이'라는 모습을 잃지 않길 바랄 뿐이다.현성과 엄마는 마침내 꽃집을 떠나 어느 주택가 근처 지하로 이사를 가게 된다. 가제본(~89쪽)은 현성이 아빠에게 문자를 보내는 것으로 끝난다. 삼촌을 찾기 위해 집을 나갔던 아빠는 그동안 엄마와 연락하지 않았던 것으로 생각된다. 현성은 아빠가 밉지만 한편으로는 보고싶어서 "내일 아침에 얼른 와. 기회야."라고 문자를 보낸다. 나머지 부분(~152쪽)은 정식 출간된 책에 실려있는데 아빠가 돌아오고, 영상과 관련된 이야기도 어떻게 풀릴지 궁금해졌다.+ 『아무것도 안 하는 녀석들』에는 우리나라 특유의 풍경이 곳곳에 담겨있다. 학교에서 아이들이 손선풍기를 쓰고, 학원을 몇 군데씩 다니며 밤늦게 귀가한다. 현성과 엄마가 게르마늄 불가마가 있는 찜질방에서 숙식을 해결하기도 한다. 중간중간에 이런 감초같은 장면들이 있어서 소설에 몰입할 수 있었던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