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노멀의 철학 - 대전환의 시대를 구축할 사상적 토대 코로나 팬데믹 시리즈 2
김재인 지음 / 동아시아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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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6) "어떤 변화는 일시적이지만, 어떤 변화는 돌이길 수 없다. 모두는 코로나19가 가져온 변화가 영원히 계속될 것임을 직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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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노멀이란 무엇인가? 시대변화에 따라 새롭게 부상하는 표준으로, 경제 위기 이후 5∼10년간의 세계경제를 특징짓는 현상. 이전에는 비정상적인 것으로 보였던 현상과 표준이 점차 아주 흔한 표준이 되어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네이버 지식백과, 위키백과 참고)


달리 말하자면 경제 위기 등의 특이점이 사람들의 인식과 행동을 바꿈으로써 나타난 결과, 새로운 패러다임이 곧 뉴노멀인 것이다. 「뉴노멀의 철학」에서는 이러한 위기를 '인공지능', '기후위기', '세계적 감염병 유행'이라고 단언한다. 그리고 그 중에서도 특히 코로나19로 인해 뒤집어진 우리의 일상을 분석하고 뉴노멀을 제시한다.


전반적으로, 저자는 'K-방역'을 긍정적으로 인식하고 있음을 드러낸다. 올해 2월부터 급증한 코로나19 확진자들에 대처하는 의료진들과 정부의 노력을 인정하고 칭찬한다. 맹목에 가까운 떠받들기는 아니다. "개발자, 의료진, 자원봉사자 등을 이른바 '갈아 넣기' 하는 것에 대한 자조 섞인 비판"도 언급하며, 이 또한 뉴노멀의 한 단면이자 "선진국에 진입하는 성장통"임을 역설한다.


(p138-139) 코로나19에 대한 한국 정부의 대응을 칭찬하는 목소리를 두고 '국뽕' 또는 정신 승리가 아니냐는 비판도 있다. (...)나는 평가에서 가장 중요한 기준이 '보편성'에 있다고 본다. (...)한국식 방역은 어떠했는가? 투명성을 바탕으로 신속하면서도 과학적으로 문제에 대응했다. 다른 국가들이 한국의 방식을 따라하고 있다. 바로 이 지점에서 보편성을 말할 수 있다. 우리가 강조하는 것은 '한국'이 아니라 한국이 마주한 사례로서 검증한 후 제시한 '보편성'이며, 한국은 보편성이라는 시금석을 마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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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뉴노멀의 철학」은 현시점에서 벌어지는 사건들을 분석해주는 한편, 근본적인 철학 이야기를 풀어놓기도 한다. 뉴노멀 시대를 살아가며 선택하고 간직할 가치를 윤리학 관점에서 제시한 것이다. 겉핥기 정도로만 알고 있었던 근대성과 근대 철학의 요점을 짚으며, 인생을 대했던 자세를 돌아보게 되었다. 니체의 '영원회귀'가 특히 기억에 남는다.


(p112) 천국으로 가는 사람이 먼저 문을 열었다. 천국으로 가는 팻말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네가 지금까지 삶에 행했던 것과 완전히 똑같은 것을 삶이 네게 행할 것이다. 계속 앞으로 가라.' 천국으로 가는 사람은 환호하며 앞으로 갔다.

이번엔 지옥으로 가는 사람이 문을 열고 지옥행 팻말을 보았다. 적힌 글을 읽고 나서 그는 최고의 비참함과 슬픔 속에서 무거운 걸음을 내디뎠다.

천국으로 가는 사람은 물었다. "대체 팻말에 뭐라고 적혀 있던 거요?" 천국으로 가는 사람은 답을 듣는 순간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지옥으로 가는 팻말에는 자신이 본 것과 똑같은 문구가 적혀 있었던 것이다. 천국과 지옥은 한곳이었고, 똑같은 법이 지배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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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노멀의 철학」은 자본주의와 식민주의로 점철된 근대를 탈피하고 탈근대, 포스트모던의 길로 뛰어들 때가 왔다고 말한다. 그리고 새 시대에는 창의성을 기르는 방향으로 나아가며 "20세기까지의 교육 방법이 환골탈태해야" 미래 사회에 진출하는 인재를 배출할 수 있다고 한다.


어떻게 하면 창의성을 부여할 수 있을까? 예술가의 활동을 본보기로 삼을 때 가능하다. 


(p178-179) 보통 사람이 실천할 수 있는, 창조적 결과를 낳는 '실습' 활동에는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물질의 구현과 관련된 것으로 나는 이를 '공학적 작업'이라 부른다. 다른 하나는 생각의 구현과 관련된 것으로 이는 통상 '글쓰기'라고 불려왔다. 오늘날 그 범위를 조금 넓혀 시청각 자료(그림, 사진, 음성, 음악, 동영상 등)까지 포함한 '콘텐츠 만들기'라고 해도 좋다.


(p182) 모든 학생들에게 넉넉하게 시간을 주면 모두가 창작자가 될 기회를 얻는다. (...)이제 교육은 이 방향을 따라가야 한다. (...)이 제안이 현실성이 있을까? 입시 문제, 평가의 공정성 문제가 발목을 잡는다. 하지만(...) 학습주체는 스스로 문제를 찾고 목표을 설정하는 능력을 길러야 하며, 새로운 교육은 논란의 문제가 아니라 사활의 문제임을 함께 느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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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의성과 교양 - 공교육 문제에 대해 저자는 "인문학, 사회과학, 수학, 자연과학, 공학, 예술 등이 융합하는 '뉴리버럴아츠'를 핵심 개념으로 제시"한다.


(p194) "경영이란 전통이 리버럴아트라고 일컬어온 바로 그것이다. 경영은 지식의 근본들, 자신에 대한 지식, 지혜, 리더십을 다루기 때문에 '리버럴'이고, 실천과 응용을 다루고 있기 때문에 '아트'다. (...)경영을 통해 '인문학'은 인정과 영향력과 타당성을 다시 획득하는 분과와 실천이 될 것이다." (피터)드러커가 염두에 둔 개념으로서의 '경영'은 이 책에서 제안하고 있는 뉴리버럴아츠와 일맥상통한다.


(p196) (스콧 하틀리는) 인공지능 시대에 기술 장벽은 낮아지고 있으며, 더 중요한 것은 '올바른 질문을 하는 능력' (...)이런 질문 능력은 인문학 공부를 통해 얻어질 수 있다고 주장한다.


살짝 날선 주장이긴 하지만 뉴리버럴아츠를 중심으로 한 대학 교육, 중등 교육 재편을 논하기도 했다.


(p201-204) 3년 정도의 학부 과정은 뉴리버럴아츠를 중심으로 교육하고, 구체적인 전공교육은 대학원에서 해도 충분하다. (...)대학은 '직업훈련' 교육기관이기 전에 '자유시민소양'을 기르는 교육기관이어야 마땅하다.


(p211) 고등학교에서 문과를 폐지하자. 진정한 문이과 통합의 방향은 여기에서 시작해야 할 것이다. 문과를 폐지하면 이과가 남는 게 아니다. 단일 교육과정이 남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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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량이 너무 길어지지 않도록 리뷰를 쓰다보니 생략한 부분이 많아서 아쉽다. 각 장을 마칠 때마다 '짚어가는 글'이 인상적이었다. 초반은 조금 어려웠지만 완독하고 나니 생각할 거리가 계속해서 많아지는 책이다.

어떤 변화는 일시적이지만, 어떤 변화는 돌이길 수 없다. 모두는 코로나19가 가져온 변화가 영원히 계속될 것임을 직감한다. - P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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