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 - 2020 화이트 레이븐즈 선정도서 그림책이 참 좋아 64
김성미 지음 / 책읽는곰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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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를 잘 안 하는, 낯 가리는 4살 아들에게 어떤 교훈이 있기를 바라며 읽어주었으나.. 아들은 스토리보다는 주인공들 외엔 색칠이 되어 있지 않은 그림들에 더 흥분하면서, 도시 풍경에 곱게 색을 입히고 나름의 추가 일러스트를 그려 넣기 바빴다ㅎㅎ 어찌 되었든 아들에게 기쁨을 주었으니 만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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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어는 아름답다 - 논어에서 배우는 삶의 아름다움과 사랑의 힘 아시아의 미 (Asian beauty) 21
김경희.진은영 지음 / 서해문집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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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구독자 여러분은 어떤 것이 아름답다고 느끼고 그 아름다움을 본인의 삶으로 가져오기 위해 어떤 노력과 선택을 하고 계신가요. 이 영화는 이것을 질문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저의 경우에는 공부가 그랬는데 남들이 막 알아주는 공부는 아니지만 저 혼자 하는 공부가 저를 변화시켰고 다른 것을 많이 포기할 수 있었어요. 우리가 어떤 것을 포기하지 못하는 것은 용기나 의지의 문제가 아닙니다. 우리가 보통 용기나 의지가 없다고 이제 생각하는데 그게 아니고 우리가 추구하는 아름다움에 완전히 매료된 건 아니라는 거죠. 완전히 매료되면 많은 것을 포기하게 될 수 있습니다."


<정희진의 공부> 2024년 10월호 중 영화 '타인의 삶' 리뷰를 마무리하는 정희진 선생님의 멘트. 지금 내게 정확히 필요한 말인 것 같아 토씨 그대로 적어두었던 문장이다. 그런데 <논어는 아름답다>에도 같은 의미로 생각되는 문장이 나온다.


그러나 예술은 그저 삶을 넘어선 채로만 있지는 않다. 모든 비일상적인 예술작품은 우리를 매혹하고 다시 삶으로 들어와서 삶을 바꿔 놓는다. 루트비히 비트겐슈타인은 우리의 눈이 아름다운 무언가를 볼 때면 우리의 손은 그것을 그리고 싶어 한다고 말했다. 아름다움은 복제하고 싶은 욕망을 우리에게 만들어 내고 우리의 행동을 촉발한다. 우리는 아무리 낯선 것도 그것이 아름답기만 하다면 그 아름다움을 따라 움직이면서 삶을 바꾸어 버린다. - p.50

아름다움을 만남으로써 삶에 동적인 요소가 스며들 수 있다는 점을 곰곰이 생각하게 된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가장 쉽게 취할 수 있는 소비자 주체성에 자신을 가두지 말고, 아름다움을 발명해가는 과정에, 그로써 삶을 완성해가는 여정에 동참하기를 논어의 텍스트를 빌어 권하는 책이다. 두분 작가님이 <문학, 내 마음의 무늬읽기> 이후에 다시 공저한 책이고, 그 책과 함께 진은영 작가님의 <나는 세계와 맞지 않지만>과도 연결되는 지점이 있다. 


본문의 메시지와 무관한 나의 놀라움. 평소에 쓰는 한자어 중 논어에서 비롯된 것이 이렇게 많다니? 일관, 살신성인, 학습, 사무사.. 괴력난신도 어디서 많이 들어봤다 싶었는데 논어에서 나왔구나(그럼 현대적 용례는 무엇인가 검색해봤더니 유명한 무협소설 제목인가보다.ㅎ) 

우리가 어떤 직업에 종사하든 그 직업이 요구하는 기능적 우수성과 탁월성을 갖는 데에만 삶의 에너지를 다 바치는 것은, 자신이 탄 배가 어디로 가는지 모르는 채 열심히 노만 젓는 노예의 상태와 다를 바 없다. - P38

초기 유가든 한나라 시대 이후의 유가든, 또는 유가든 도가든, 모두 현대의 자본주의적인 삶을 지탱하는 기본 사유 방식과는 매우 거리가 멀고 해소할 수 없는 차이가 있다. 자본주의가 인류 역사에 등장하기 한참 전에 형성된 사상이니 당연할 것이다. - P10

그러나 우리 시대에는 이 사랑을 지켜 내기가 참 어려운 것 같다. 우리는 주변의 모든 존재를 상품이나 상품의 가치를 높이는 데 필요한 부속물로 생각할 뿐만 아니라, 우리 자신도 상품의 관점에서 이해하고 평가하며 더 나은 상품이 되려고 애쓰며 살아간다. - P12

문학 작품을 읽는 건 좋아하지만 써 본 적은 없다고, 그런 재능은 자기에게 없다고 말하고 싶은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우리가 이렇게 생각하는 것은 우리의 능력이 부족해서라기보다 자본주의의 소비문화가 우리에게 미친 영향이 크기 때문이다. 삶의 모든 곳에 깃든 소비문화 덕분에 우리는 늘 소비자로서 자기를 주체화하는 데 익숙하다. 먹고 입고 생활하는 대부분의 일에서 생산자와 소비자가 분리된 경험을 하기에 예술에서도 비슷한 생각을 하는 것이다. 작가는 훌륭한 작품을 생산하고 우리는 그것을 소비한다는 생각이 무의식적으로 각인되어 있다. 그러나 독자는 그저 좋은 제품이나 자기 취향에 맞는 제품을 골라 소비하는 소비자가 아니다. 그는 향유자이고 그 향유 활동에 강렬히 매혹되는 순간 얼마든지 쓰고, 그리고, 연주하는 사람이 될 수 있다. - P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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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랑한 은둔자
캐럴라인 냅 지음, 김명남 옮김 / 바다출판사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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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있는 밤에 한 챕터씩 아껴 읽고 있는 책. 작가는 부정적인 감정을 술로써 회피하던 과거를 떠올리면서, 그런 부정적인 감정조차 직접 겪어내야만 성장할 수 있다고 말한다.

"우리가 술을 마셔서 ㅡ 혹은 굶어서, 먹어서, 도박을 해서, 살을 찌워서 ㅡ 감정을 몰아낼 때, 우리는 그 감정을 이해할 기회를 스스로 박탈하는 셈이다. 자신의 두려움과 자기 의심과 분노를 이해해볼 기회를, 마음속에 묻혀 있는 감정의 지뢰들과 제대로 한 번 싸워볼 기회를." p224

이론적으로는 머리로는 이 문장을 이해할 수 있지만, 역시 너무 높고 어려운 경지인 것 같다.

"나는 가끔 내가 감정에 대해서 공포증을 겪는 게 아닌가 싶을 때가 있다. 그날 거실에 우두커니 서 있노라니, 감정이 마치 오래되고 익숙한 적처럼 슬금슬금 다가오는 게 느껴졌다. 공허함과 슬픔이 내 안의 무언가를 잡아당기는 듯도 했고, 그것들이 전쟁터의 탱크처럼 나를 향해 굴러오는 듯도 했다. 내 첫 반응은 본능적이고 공포가 밴 반응이었다. 무기를 집어 들고 이 감정을 어떻게든 처치해버리자. 달아나자. 도망치자. 이 감정을 없애버리자. 그것은 ㅡ 느끼지 말고 움직이자는 것은 ㅡ 철저히 중독적인 반응이었다. 나는 내가 지닌 의지력을 몽땅 발휘하고서야 간신히 예전에 애비가 우리집 소파에서 그랬던 것처럼 견뎌낼 수 있었다. 슬픔이 내게 덮쳐오기를 기다리면서 가만히 앉아서 감정을 느꼈다." p222

불안함을 이겨내기 위해 술에 의존하다가 중독이 되고, 자유롭기 위해 중독에서 벗어났지만 여전히 문제의 원인이 된 불안은 남아있을 때.

"어려운 부분은 '살아가는' 부분이다. 이것은 내면과 관련된 일이다. 우리가 술로 끊임없이 무디게 하고 가릴 때는 잘 몰랐지만 그러지 않으면 금세 나타나는 의문들, 선택들, 감정들과 관련된 일이다. 이것이 진짜 중요한 문제다. 새벽 3시에 잠 못 들고 천장을 바라보면서 생각하게 만드는 문제다. 나는 정말로 어떤 사람일까? 나는 정말로 시간을 어떻게 쓰고 싶을까? 나는 어떤 삶을 살 수 있는 사람일까? 내게 적합한 삶은 무엇일까? 자아에 관한 이런 고민들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20대에 묻기 시작하는 질문들이다. 그러니 서른일곱에 문득 내가 이 나이를 먹도록 이런 질문들에 대답하기는 고사하고 제대로 물은 적도 없다는 것을 깨닫는 것은 정말 심란한 일이다." p195

"오랜 세월을 술 마시는 데 쓰다가 몇 년 동안 술 마시지 않는 법을 배우는 데 쓰고 나면, 다음에는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이제 뭘 하지? 결혼? 아이들? 다른 도시? 다른 직업? 정말 모를 일이잖아?" p197

정말 모를 일이잖아? 이렇게 앞날이 무정형으로 열려있다는 생각을 하면 덜컥 막막하다.

"이런 질문들은 물론 기본적인 정보가 있어야만 답할 수 있는 인생의 큰 질문들이다. 그리고 나는 금주 3주년을 맞은 지금까지도 여태 자신에 대한 가장 기초적인 질문들에 답하려고 애쓰면서 데이터를 모으고 있다." p197

원인(불안)을 해결하기 위해 나를 더 알아가고 자신과 더 편안한 사이가 될 필요가 있다는 뜻이겠지?

"나는 문득 성인이 된 뒤 대부분의 기간을 혼자 살았다는 사실을 깨닫고 좀 놀란다. ... 하지만 사실 나는 이유가 있어서 이렇게 살아왔던 게 아닌가 싶다. 내가 선택한 고독의 수준이 어떤 면에서든 내게 좋았기 때문에, 나와 내가 잘 맞았기 때문에 그래 왔을 것이다." p46

인용문의 시기적 선후관계는 일관되지 않지만, 마지막 인용문을 쓴 1998년 무렵에는 작가님이 나름대로의 내적 화해에 이른 것 같은 느낌이 물씬 난다. 평화롭고 만족스러운 문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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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와 산책 말들의 흐름 4
한정원 지음 / 시간의흐름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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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본 것이 나의 내면이 되고, 사실 우리의 외면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내면의 내면의 내면이 동심원처럼 이어져서 가장 밖의 내면이 외면이 된다는 문장을 보면서, 이렇게 아름다운 것들을 응시하는 작가의 내면-내면-..외면은 얼마나 맑고 빛이 날까 생각해본다. 작가님의 글을 더 읽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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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지통 : 첫 번째 이야기 - 맨밥같이 담담한 매일매일 휴지통 1
백여진 글.그림 / 위즈플래닛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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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바라보는 작가님의 따뜻한 시선이 느껴지는 일상툰이에요. 그림체는 단순하지만 매화 구성이 굉장히 짜임새가 있고요. 작가님 캐릭터의 빨간 볼도, 출연하는 고양이들도 너무너무 귀여워요! 휴지통 3권도 어서 나오길 기다리고 있어요 두두와의 에피소드도 얼른 만나볼 수 있기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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