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어는 아름답다 - 논어에서 배우는 삶의 아름다움과 사랑의 힘 아시아의 미 (Asian beauty) 21
김경희.진은영 지음 / 서해문집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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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구독자 여러분은 어떤 것이 아름답다고 느끼고 그 아름다움을 본인의 삶으로 가져오기 위해 어떤 노력과 선택을 하고 계신가요. 이 영화는 이것을 질문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저의 경우에는 공부가 그랬는데 남들이 막 알아주는 공부는 아니지만 저 혼자 하는 공부가 저를 변화시켰고 다른 것을 많이 포기할 수 있었어요. 우리가 어떤 것을 포기하지 못하는 것은 용기나 의지의 문제가 아닙니다. 우리가 보통 용기나 의지가 없다고 이제 생각하는데 그게 아니고 우리가 추구하는 아름다움에 완전히 매료된 건 아니라는 거죠. 완전히 매료되면 많은 것을 포기하게 될 수 있습니다."


<정희진의 공부> 2024년 10월호 중 영화 '타인의 삶' 리뷰를 마무리하는 정희진 선생님의 멘트. 지금 내게 정확히 필요한 말인 것 같아 토씨 그대로 적어두었던 문장이다. 그런데 <논어는 아름답다>에도 같은 의미로 생각되는 문장이 나온다.


그러나 예술은 그저 삶을 넘어선 채로만 있지는 않다. 모든 비일상적인 예술작품은 우리를 매혹하고 다시 삶으로 들어와서 삶을 바꿔 놓는다. 루트비히 비트겐슈타인은 우리의 눈이 아름다운 무언가를 볼 때면 우리의 손은 그것을 그리고 싶어 한다고 말했다. 아름다움은 복제하고 싶은 욕망을 우리에게 만들어 내고 우리의 행동을 촉발한다. 우리는 아무리 낯선 것도 그것이 아름답기만 하다면 그 아름다움을 따라 움직이면서 삶을 바꾸어 버린다. - p.50

아름다움을 만남으로써 삶에 동적인 요소가 스며들 수 있다는 점을 곰곰이 생각하게 된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가장 쉽게 취할 수 있는 소비자 주체성에 자신을 가두지 말고, 아름다움을 발명해가는 과정에, 그로써 삶을 완성해가는 여정에 동참하기를 논어의 텍스트를 빌어 권하는 책이다. 두분 작가님이 <문학, 내 마음의 무늬읽기> 이후에 다시 공저한 책이고, 그 책과 함께 진은영 작가님의 <나는 세계와 맞지 않지만>과도 연결되는 지점이 있다. 


본문의 메시지와 무관한 나의 놀라움. 평소에 쓰는 한자어 중 논어에서 비롯된 것이 이렇게 많다니? 일관, 살신성인, 학습, 사무사.. 괴력난신도 어디서 많이 들어봤다 싶었는데 논어에서 나왔구나(그럼 현대적 용례는 무엇인가 검색해봤더니 유명한 무협소설 제목인가보다.ㅎ) 

우리가 어떤 직업에 종사하든 그 직업이 요구하는 기능적 우수성과 탁월성을 갖는 데에만 삶의 에너지를 다 바치는 것은, 자신이 탄 배가 어디로 가는지 모르는 채 열심히 노만 젓는 노예의 상태와 다를 바 없다. - P38

초기 유가든 한나라 시대 이후의 유가든, 또는 유가든 도가든, 모두 현대의 자본주의적인 삶을 지탱하는 기본 사유 방식과는 매우 거리가 멀고 해소할 수 없는 차이가 있다. 자본주의가 인류 역사에 등장하기 한참 전에 형성된 사상이니 당연할 것이다. - P10

그러나 우리 시대에는 이 사랑을 지켜 내기가 참 어려운 것 같다. 우리는 주변의 모든 존재를 상품이나 상품의 가치를 높이는 데 필요한 부속물로 생각할 뿐만 아니라, 우리 자신도 상품의 관점에서 이해하고 평가하며 더 나은 상품이 되려고 애쓰며 살아간다. - P12

문학 작품을 읽는 건 좋아하지만 써 본 적은 없다고, 그런 재능은 자기에게 없다고 말하고 싶은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우리가 이렇게 생각하는 것은 우리의 능력이 부족해서라기보다 자본주의의 소비문화가 우리에게 미친 영향이 크기 때문이다. 삶의 모든 곳에 깃든 소비문화 덕분에 우리는 늘 소비자로서 자기를 주체화하는 데 익숙하다. 먹고 입고 생활하는 대부분의 일에서 생산자와 소비자가 분리된 경험을 하기에 예술에서도 비슷한 생각을 하는 것이다. 작가는 훌륭한 작품을 생산하고 우리는 그것을 소비한다는 생각이 무의식적으로 각인되어 있다. 그러나 독자는 그저 좋은 제품이나 자기 취향에 맞는 제품을 골라 소비하는 소비자가 아니다. 그는 향유자이고 그 향유 활동에 강렬히 매혹되는 순간 얼마든지 쓰고, 그리고, 연주하는 사람이 될 수 있다. - P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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