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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기로운 세계사 - 하룻밤 술로 배우는 세계사
명욱 지음 / 포르체 / 2023년 7월
평점 :
"술로 바라보는 인류의 발자취
읽을수록 빠져드는 흥미로운 술의 세계사"
이 책의 Keyword : 발효, 증류, 와인, 보르도, 맥주, 샴페인, 샹파뉴, 브랜디, 코냑, 아르마냑, 진, 럼주, 위스키
Before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술'과 관련된 이야기들은 매우 많고도 다양하다.
건강을 중시하는 사람이라면 당연히 '술'을 멀리해야 하겠지만, '술'을 빼놓고는 인간의 삶을 논하기 힘들 정도로 우리 삶의 깊숙한 곳까지 '술'은 이미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조선 시대의 대표적 시인인 정철이 남긴 사설시조 '장진주사'와 중국 당나라의 시선 이백의 '장진주'라는 시를 음미해 보면 우리 선인들이 얼마나 술을 즐겼는지를 알 수가 있다. 술을 통해 삶의 희록애락이 더욱 진한 모습으로 드러날 뿐만 아니라, 예술로도 승화됨으로써 우리 인류의 삶을 견고하게 하는 데 있어서도 이바지했다고 할 수 있겠다.
Reading
술의 문화와 역사를 통해 뿌리 깊이 박힌 인간의 습성을 이해할 수 있다.
술이 탄생한 역사를 통해 그 지역의 문화와 삶을 엿볼 수 있다.
따라서 이 책에서는 술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인간의 생각과 그 변화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술은 인간보다 먼저 존재했다. 이미 있었던 술을 인간이 발견해서 현재의 술로 자리잡은 것이다.
증류주의 발견으로 유럽에서는 방역과 소독이라는 개념이 생겨났다.
프랑스 혁명은 와인에 대한 과도한 세금이 촉매제 중 하나였다.
세균학자 파스퇴르는 와인과 맥주를 연구하다 저온살균법을 발견했다.
술이 만들어지는 원리는 발효와 증류다.
이 책은 술을 주종에 따라 분류하기보다는 역사적 시간에 따라 정리하려고 한다."
술, 만들어지다 : 문명과 신화
와인의 발상지로 가장 유력한 지역은 조지아다. 조지아의 코카서스 산맥은 신화의 무대였다.
와인을 체계적으로 생산하는 최초의 와이너리는 아르메니아이다.
자연방어막이 비교적 적은 평원에 살았던 메소포타미아 사람들은 내세를 생각할 만큼의 여유를 갖지 못했던 반면에,
이집트 사람들은 나일강 덕분에 내세의 세계에도 집중할 수 있었다. 이것이 메소포타미아와 이집트 문명의 차이를 만들었다.
서양의 신화에 등장하는 술과 관련된 신으로는 수메르의 맥주 여신 닌카시, 이집트의 와인의 신 오시리스, 그리스 와인의 신 디오니소스 등이 있다.
히포크라테스는 서양 역사에서 최초로 약주를 만들었다. 그는 와인을 이용해 소독제와 약용 술을 만들었다고 한다.
한편 히포크라테스는 사체액설(혈액, 점액, 황담즙, 흑담즙)을 근간으로 인간의 건강 상태를 분석했으며, 이는 증류주 탄생에 기여하는 바가 되었다.
심포지엄은 함께(Sym) 와인을 마신다(pino)는 의미가 있다고 한다.
로마 와인의 핵심은 그리스와 카르타고에서 시작되었다.
기독교를 탄압한 도미티아누스 황제가 오히려 기독교의 상징인 와인 역사에 기여한 것은 아이러니하다.
샤를마뉴의 통치기에는 수도원에서의 와인과 맥주 양조가 의무화되었다. 이로써 맥주와 와인 문화 모두를 발전시키는 결과를 낳았다.
서양의 신화 속 '술'과 관련된 내용을 기술하고 있는 부분으로, 신화에 대한 기본 지식이 있는 독자에게는 흥미로운 내용이 될 것으로 보인다.
술, 담다 : 전쟁과 혁명
십자군 전쟁은 위스키와 보드카, 코냑의 시작을 알리게 된 계기가 되었다.
중동의 증류 기술인 연금술이 십자군 전쟁으로 인해 유럽에 유입되었다.
증류주는 중세 시대 흑사병의 치료제로 쓰였다.
연금술이 발달한 이슬람에서 금주를 하게 된 계기는 이슬람교의 창시자인 무함마드의 금주 지시 때문이다.
이슬람은 술 대신 커피를 권장했다.
영국과 프랑스 사이의 백년 전쟁은 노르망디, 샹파뉴, 아르마냑, 부르고뉴 등 술 주산지들의 전쟁이었다.
영국 와인이 마이너인 이유로는 사자왕 리처드1세가 프랑스 보르도 와인을 영국 왕실의 와인으로 지정한 것이 크다.
그리고 영국이 백년전쟁으로 보르도를 프랑스에게 빼앗긴 것도 그 원인이다.
프랑스 와인 중에서 최고가를 자랑하는 곳은 부르고뉴이지만, 영국에 잔다르크를 팔아 넘긴 것으로도 유명하다.
세계 최상의 보르도 와인은 영국의 소비, 네덜란드의 간척 사업과 마케팅 기법, 프랑스의 재배환경이 더해져서 만들어졌다.
와인을 압축한 증류주 코냑은 등급 표기를 영어식으로 하는데, 그 이유는 네덜란드인들에 의해 주로 영국에 판매되었기 때문이다.
코냑은 증류는 프랑스, 숙성은 영국, 판매는 네덜란드에서 이루어지는 독특한 문화를 갖게 되었다.
코냑은 프랑스인들보다는 해외에서 더 사랑을 받기에 수출을 위주로 한다.
와인의 종주국이 프랑스라면, 맥주의 종주국은 독일이다. 이는 세계 최초로 '맥주 순수령'을 공포했기 때문이다.
네덜란드인은 와인뿐만 아니라 맥주 산업에도 기여했다. 이들에 기인해서 라거 맥주 공법이 탄생된다.
프랑스의 코냑 대신에 약술의 일종인 네덜란드의 진이 영국으로 진출한다.
"맛없는 프랑스 와인은 있어도
맛없는 샴페인은 없다."
저가의 프랑스 와인 중에는 가짜도 있지만, 샴페인은 샹파뉴-아르덴 지역에서만 생산되는 포도로 만든다.
샴페인은 프랑스 샹파뉴 지방을 영어식으로 부른 것이다.
프랑스 이외에 유일하게 샴페인이라는 이름을 사용할 수 있는 곳은 스위스의 샹파뉴 지역이지만, 이름과 달리 탄산이 없는 일반 와인이다.
돔 페리뇽 가장 유명한 샴페인으로 수도사 피에르 페리뇽의 이름에서 유래했다. 그는 샴페인 병 내의 2차 발효를 통해 탄산을 용해하는 방법과 적포도에서 맑은 과즙을 얻는 방법, 산지가 다른 포도를 섞어 브랜딩하는 오늘날의 아상블라주 등의 방식을 만들었다. 그의 기법으로 샴페인의 더욱 고급스러워졌다. |
열악한 기후의 샹파뉴 와인 제조자들은 타 지역과 차별을 위해 적포도로 화이트 와인을 만들게 되었다.
프랑스 혁명 이후 농경지 활용이 자유로워짐으로써 수익률이 높은 포도밭 경작이 가능해졌다.
술집의 발전은 민주주의의 발전에도 기여한다. 프랑스 혁명 이후 Cafe와 Cavare가 등장했으며, 아이리쉬 펍 역시 세계적으로 퍼졌다.
미국의 지명에 있는 버번은 독립 전쟁에 도움을 준 프랑스 부르봉 왕조에 대한 감사의 표시이다.
이 지역에서 나오는 옥수수로 만든 위스키가 버번 위스키이다.
사탕수수를 원료로 하는 럼주는 해적의 술이면서 노예선의 술이었으며, 미국이 많이 만들고 마시던 술이다.
미 대륙 횡단열차와 남북 전쟁으로 위스키의 제조 및 유통에 변화가 생겼다.
아프리카 노예 수입 금지로 깨진 삼각무역으로 럼주의 가치가 떨어지자 미국에서는 위스키가 대표적 증류주가 되었다.
술, 마시다 : 산업과 문화
스코틀랜드 위스키의 기세가 좋긴 했어도 18세기 당시 대세는 브랜디였으며, 그 중에서도 단연코 코냑이 주류를 이루었다.
☞대부분 포도주를 증류한 것만을 브랜디라 하며, 프랑스 브랜디로는 대표적인 코냑 외에도 아르마냑이 있다.
산업혁명으로 교통이 발전하자 북미의 병충해가 유럽의 포도나무를 파괴하는 일이 생겼다. 이로 인해 유럽의 와인 및 브랜디 산업은 대재앙을 겪게 되었다. 상대적으로 제조와 관리가 쉬운 위스키가 유리한 상황이 된 것이다.
밀주 시대에 위스키를 숨기기 위해 오크통에 보관함으로써 숙성된 위스키가 탄생했다.
위스키에는 고가의 몰트 위스키와 저가의 비몰트 그레인 위스키 그리고 이 둘을 섞은 블렌디드 위스키가 있다.
☞시바스 리갈, 조니 워커, 발렌타인, 로열 살루트와 같이 한국인이 즐기는 위스키는 블렌디드 위스키이다.
최근에는 블렌디드 위스키를 밀어내고 싱글 몰트 위스키가 100여 년의 기다림 끝에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더 맥켈란, 더 글렌리벳, 글렌피딕, 글렌모렌지 등이 대표적인 싱글 몰트 위스키이다.
반 위스키법에 의해 스카치 위스키(스코틀랜드 위스키)에 3년 숙성의 기준이 생겼고, 위스키 도수인 40은 서양 역사와 문화에서 중요한 숫자이기도 하다.
세계 5대 위스키 국가 스코틀랜드, 아일랜드, 미국, 캐나다, 일본이다. 스코틀랜드가 위스키 1위의 나라이긴 하지만, 위스키의 원조는 아일랜드이다. 대부분 몰트 위스키였던 아이리쉬 위스키는 블렌디드 위스키에 밀려 점차 존재감을 잃어간다. 이를 대신한 것이 스카치 위스키이다. |
와인이 무역 교역을 통해 발달할 수 있었던 데는 저장 및 운반 용기의 발달이 크게 기여했다.
원래 와인은 가죽 부대로 운반했는데, 여기에서 유래한 것이 "새 술은 새 부대에 "라는 표현이다.
오크통은 원래 게르만족이 맥주를 담던 통이었는데, 이를 로마인들이 와인에 적용했다.
이후 유리병과 코르크 마개의 등장으로 와인은 숙성될 수 있었다.
창문세에 이어 등장한 유리잔세는 와인잔의 디자인에 변화를 가져 왔다.
프랑스는 술잔과 병에 유리세가 없었기에 와인과 샴페인 유리잔이 발전되었다.
일본 사케가 발전하게 된 계기는 청일 전쟁에서의 승리였다.
소주로 인해 전 세계에서 가장 증류주를 많이 마시는 나라는 우리나라다.
캪틴큐는 럼주를, 나폴레온은 코냑을 추종하는 유사 양주였다.
유라시아 대륙이 아프리카와 남미에 비해 발달한 이유는
비슷한 위도로 인해 같은 계절을 가져,
서로의 문명과 문화의 충돌로 발전했기 때문이다.
유럽 최대의 종교 전쟁인 30년 전쟁은 감자의 유럽 보급에 획기적인 사건이었다.
전쟁의 배경지였던 독일에서는 감자가 구황작물로 등장함으로써 햄과 소시지가 발달하게 되었다.
나폴레옹에 의해 동유럽과 러시아에 보급된 감자는 보드카를 낳았다.
그러나 오히려 보드카를 가장 소비하는 나라는 미국이며, 우리나라에서 주로 소비되는 보드카는 스웨덴산이다.
소련을 무너뜨린 것은 보드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러시아 국민의 평균 수명을 짧게 만든다.
폭탄주와 하사주 문화가 사라지는 것은 권위주의 대신 다양성이 중시되는 시대로의 전환을 의미한다.
After
지금껏 읽어 본 소설 중에 제목에 '술'이 들어간 것은 아마도 현진건의 『술 권하는 사회』가 유일할 것이다.
이 소설의 내용은 지극히 단순하다. 술을 먹게 된 이유가 개인적인 데 있는 것이 아니라 시대적 상황에 있다는 것이다.
경제적으로 몹시도 무능한 가장이자 지식인인 주인공이 술에 만취한 삶을 살아가는 이유를 아내에게 설명하면서 내뱉은 말이다.
그렇다면 이 작품 속에서 언급하고 있는 암울한 시대적 상황이 100년이 지난 지금에 와서는 완전히 달라졌을까?
물론 1920년대의 식민지 상황과 2020년대인 지금은 우리의 현실은 비교가 불가능할 정도로 눈부신 발전과 변화가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들의 삶 속에는 변함없이 애환의 정서가 있으며, 이를 해소하기 위한 방법 중에 하나로 '술'의 기여도는 아직도 여전하다.
따라서 어떤 나라와 사회의 건전도를 점검하는 중요한 척도로 '술'의 소비행태와 의존도를 활용해 볼 수 있을 듯하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우리가 '술'과 관련하여 갖게 되는 다양한 궁금증을 체계적으로 해소시켜 주고 있다.
문명과 신화를 통해 술의 기원을, 전쟁과 혁명을 통해 술의 탄생과 변화를, 산업과 문화를 통해 술의 발전과 확산을 다루고 있다.
처음에 다루고 있는 술의 기원과 관련된 부분은 서양의 복잡하고 다양한 신들의 이야기를 알아야 했기에 다소 난해하고도 복잡했다.
그러나 전쟁과 혁명을 통해 등장한 다양한 술의 종류와 그것들의 변화는 구체적인 역사 이야기와 함께 설명하고 있어 지식의 지평을 열어간다는 측면에서 흥미로웠다. 또한 산업과 문화를 통해 오늘날 우리가 즐길 수 있는 술들이 어떻게 지금에 이르게 되었는지를 알 수 있어 술에 대한 다양한 상식을 가질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국가별 지역별로 뚜렷한 자기 색깔을 가지고 있는 만큼이나 그 개성을 반영한 다양한 술들이 꾸준히 만들어지고 개량되어 왔다.
술은 음료의 한 종류일 뿐이지만, 여기에는 문화와 전통 등이 강하게 결부되어 있다.
따라서 술의 종류와 술에 대한 태도나 취향을 통해 여러 나라와 민족의 특성이 드러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 책을 꼼꼼히 읽고 정리하다 보면 '술'에 관한 지식뿐만 아니라, 신화·역사·산업·문화에 대한 지적 확장의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