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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로워도 외롭지 않다 ㅣ 정호승의 시가 있는 산문집
정호승 지음 / 비채 / 2020년 11월
평점 :

찬바람이 불면.... 따뜻한 차 한 잔이 생각나는데요
따뜻한 차 한잔 같은 책을 소개합니다
개인적으로 많은 시집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정호승 시인의 <외로우니까 사람이다>는 책장에 있어요
가끔씩 꺼내서 읽게 되는데요
1972년 등단, 시력 48년을 맞는 일흔의 정호승 시인은 시와 산문은 '한 몸'이기에 시와 산문이 함께인 책을 소망해왔다고 하는데요
시인이 직접 가려 뽑은 시 60편과 그 시에 관한 이야기들, 추억의 사진까지 모두 담은 '시 산문집-<외로워도 외롭지 않다>'를 출간했답니다
개인적으로 저의 추억도 가득한 (고) 김광석 <부치지 않은 편지>가 정호승 시인의 시인 줄 처음 알았네요
시가 노래 가삿말이 되는 경우는 알고 있었지만
정호승 시인의 많은 시들이 노랫말이 되어 불렸더라고요
특히 <부치지 않은 편지>는
과방에 가면 꼭 누군가 있었고 한편에 있는 기타를 잡고 '민중가요'를 부르기 시작하면서 열기가 후끈
그렇게 삼삼오오 사람들이 모이고
어느 순간 <부치지 않은 편지>가 선곡되고 같이 부르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답니다
꽃잎처럼 흘러 흘러 그대 잘 가라
...
뒤돌아보지 말고 그대 잘 가라
...
지금도 들을 때마다 먹먹해지는 노래였는데 노랫말이 시였다니
그리고 박종철 열사의 시대적 죽음을 생각하며 쓴 시였다는 사실을 산문을 통해 읽으니
그래서 그랬구나
그래서 그 노래를 들을 때마다 먹먹했구나... 안타깝고... 쓸쓸하고... 아팠구나 이해가 되더라고요
시에서 노래로 전해지는 마음을...
시를 쓴 배경 추억을 산문으로 읽으니 더 큰 울림으로 다가왔답니다
다시 꺼내든 정호승 시인의 시집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시집 제목에 끌려 구입했을 때 당연히 시집 제목 <외로우니까 사람이다>라는 제목의 시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시집 제목은 <수선화에게>라는 시구절이라서 의외다 싶었는데요
수선화의 연노란 빛이 인간의 외로움의 색으로 느낀 정호승 시인의 생각이 담겨있었다고 하더라고요
바닥에 대하여(바닥은 감사의 존재다)
김수환 추기경의 기도하는 손(노점상 물건값 깍지 말라)
등.. 시와 산문을 읽으며
요즘처럼 더 각박하고 어렵고 답답한 삶에 희망을 전해주는 글귀가 추워지는 겨울 읽으면 더 좋겠다는 생각을 했네요
정호승 시인은 아버지도 어머니도 임종을 보지 못했다며...
글 곳곳에 미안함이 옅어 보였는데요
<아버지의 마지막 하루>와 <어머니를 위한 자장가>를 읽을 때는 울컥한 마음이 들었어요
잘 자라 우리 엄마!
첫 구절에서 '헉' 터져 나오는 감정
딸이기만 했었는데 이제는 딸을 키우는 엄마가 된 지금의 모습과 감정이입이 되더라고요
초2 딸은 아직도 자기 전 품에 쏙 들어와 '자장가'를 불러달라고... 토닥토닥해달라고 해요
자연스럽게 등을 쓰다듬으며 심장소리에 맞춰 토닥이며 '자장 자장 우리 아가' 읊조리는데요
자장 자장 잘 자라 우리 엄마라고 상대를 바꿔 부르니 눈시울이 뜨거워지더라고요
포근하고 행복한 꿈을 꾸라고 불러주는 자장가인데
대상을 바꿔 부르니 왜 '죽음'이 먼저 다가오던지...
시 뒤에 나오는 산문을 읽으니...
정호승 시인은 이 시를 죽음을 위한 자장가로 썼다고 되어 있더라고요
역시... 나도 그렇게 전해졌구나 싶어 약간의 소름도 돋았는데요
마음을 움직이는 시와 산문은
제 삶을... 나의 가족을... 나의 친구들을 돌아보게 하더라고요
시와 산문은 한 몸이지만
산문을 읽고 시를 읽어도 좋고 순서대로 시를 읽고 산문으로 읽어도 좋은 책
60편의 시를 저자가 묶어놓은 4개 묶음으로 읽어도 되지만
목차를 보고 마음 가는 대로 읽어도 좋은 책...
오랜만에 '마음이 가난한 자'가 되어
시를 통해서 나를 비추어보고
산문을 통해서 나를 채워보는 시간이 되었던 거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