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몽으로 정해진 이름부터 어딘가 묘한 구석의 표지에 나는 이 책이 판타지 소설일거라고 지레짐작 했다. 그랬던 글이 사실은 눈물샘을 자극하는 글일거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다. 솔직히 깔깔 웃으며 보는 유쾌한 소설은 아니다. 오히려 어딘가 끈적거리고 온갖 불쾌한 감정이 소용돌이 친다. 그건 출판사에서 보내준 도서 소개에서도 알 수 있다. '꼬질꼬질한 삶과 창창한 꿈 어디쯤에서 헤메고 있는 우리 모두를 위한 모험기' 우린 웃는 날만큼 우는 날도 많고 넘어지고 깨지며 미로 속을 헤매고 벼랑 끝 낭떠러지에 아슬아슬하게 선 그런 나날을 보내고 있으니까. 수없이 누적된 실패와 어둠이 우리를 잠식해서 엉켜버리기도 한다. 그러니까 이건 우리의 모험, 성장기이다.
인생에는 크고 작은 굴곡이 있다. 그것을 요즘따라 크게 느끼고 있다. 일을 할 때 유독 더 많이 느끼는 것 같다. 산을 넘으면 또다른 산이 생긴다. 그게 끝이 없어 지치기도 한다. 산의 중간에서 넘어지는 것은 내가 통제할 수 없는 부분 때문인 경우도 많다.게다가 그 굴곡들은 속도조차 제각각이어서 어느 순간 나는 걷잡을 수 없이 휩쓸리기도 했다.그래서인가. 저자가 앞으로 계속해서 나아가는 모습이 신기했다. 포기할 줄 모르는 끈기와 열정, 간절함이 글에서도 진하게 묻어나온다.
15초 내에 말하는 연습과 결론부터 말하고 설명을 덧붙이는 방식, 선택해야하는 단어 등 고려해야할 사항이 많다. 이야기를 듣는 것도 중요하지만 전달하는 것도 중요해진 시대. 최근 의사소통의 문제를 많이 겪으면서 깊게 고민하게 되는 부분이다.
보통 크기의 적당한 두께를 가진 책이다. 초성 순서로 짧은 문장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그럼에도 재미와 감동을 놓치지 않는다. 짧은 글 속에 담긴 희노애락을 느낄 수 있다. 갈등은 사소한 것에서 오고 후회는 순식간에 찾아오며 화해는 용기내어 손 내밀면 가능한 것을 알 수 있다. 한글을 익히는 중인 아이들이 읽으면 좋을 것 같다. 초성놀이 활동지를 통해 초성을 제시하고 단어를 맞춰도 좋고, 좀 더 큰 아이들은 책처럼 초성을 가지고 본인이 이야기를 만들어도 재밌지 않을까 싶은 책. 아직 단어를 많이 알지 못하는 아이들은 책 속에 나오는 단어들을 익힐 수 있게 돕고 놀이를 통해서 또 한번 기억할 수 있게 해주면 좋지 않을까 싶다.
청소년 특유의 감성과 간질간질함이 담겨있지만 성인에게도 부담스럽게 다가오지 않는다. (SF인 것도 한몫한다.) 오히려 깔깔 웃기도 하고 감동을 받기도, 눈물을 훔치게도 된다.먼 미래에서 온 후손의 눈물겨운 식량 조달기가 돋보였던 첫번째 글에서는 안타까움과 기후 위기를 동시에 느낄 수 있다. 지금 우리가 즐기는 요리들을 먹지 못한다는 충격은 우리에게 멀지 않은 미래가 될 수 있다는 경각심을 심어준다. 무명 작가가 초상화 주문을 받은 글에서는 조용했던 일상에 들이닥친 파란만장한 일들을 볼 수 있다. 우정의 소중함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보게 되는 '유영의 촉감'과 누군가의 마지막에 좋은 기억을 선물하는 감동적이고 슬픈 이야기, 고양이를 둘러싼 인간과 로봇의 대립과 협력이 돋보였던 마지막 소설까지. 유머러스함과 다정함을 동시에 엿볼 수 있는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