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세리머니
조우리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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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격, 생활습관, 자라 온 환경 등 서로가 너무나도 다른 레즈비언 공무원 도선미와 이가경은, 어떤 계기로 레즈비언 커플 101쌍의 혼인신고를 접수해 혼인관계증명서를 발급하게 되는데..! (꼭 직접 읽어보시라고 스포는 여기까지👼🏻)

* 어딘가에 그런 세상이 있다면. 지금 이 세상과 모든 것이 똑같은데 딱 하나만 다른 세상. 성별에 상관없이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해 사는 것이 특별하지 않은 세상. (p.238-239)

내가 소설을 읽는 이유는 단순히 재미있기 위해서다. 그래서 작가님이 어떤 말을 하고 싶었고 어떻게 메시지를 담았는지는 내 시간이 재미있어진 후에 덤으로 얻었다, 대게는. 그렇지만 "오늘의 세리머니"같은 작품을 읽으면 소설이 내가 해야될 것을 알려주는구나, 우리가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미리 알려주기도 하는구나, 이래서 소설이 필요하구나! 라는 생각이 끊어지지 않는다. (거창한가..? 그런데 오늘의 세리머니는 나를 거창하게 만든다!) '우리 이 이야기로 같이 바꿔봐요'라는 목소리가 다정하게 들리는 조우리 작가님의 글. 작가님이 먼저 다정하게 와주시는데 어떻게 이 프로포즈에 응답을 안 할까. 그러니 나중에 꼭 같이 세리머니를 했으면 좋겠다, 응원하는 한명의 독자로서 그 시간동안 열심히 읽고 알릴테니💐

+) 디아스포라에서 만난 나래와 유미를 다시 만날 수 있었다,,히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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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컷들 - 방탕하고 쟁취하며 군림하는
루시 쿡 지음, 조은영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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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표지만 보고 선택한 책! 너무 멋있다.. 이미 책 내용의 일부를 말하고 있는 표지이기도 해서 아마 올해의 표지 상 줘야 할 책.. 그런데 내용은 더 매력적이다. 나는 「암컷들」을 읽고 내 통념을 박살낼 수 있었는데 가장 기억에 남는 부분으로 설명해보면, 첫번째는 '성은 오로지 남성과 여성으로만 나눌 수 있나', 두번째는 암컷은 번식할 상대의 능력을 꼼꼼하게 체크하고 선별한 후 좋은 유전자를 남김으로서 종을 진화시킬 수 있다는 점.

* 그러나 라이트가 틀렸다. 페미니즘의 두 번째 물결은 닫혀 있던 실험실의 문을 열었고, 여성은 일류 대학의 복도를 걸으며 스스로 다윈을 공부했고, 야외로 나가 수컷에 대한 똑같은 호기심으로 암컷을 관찰했다. 성적으로 조숙한 암컷 원숭이를 발견했을 때 남성 전임자들과 달리 그냥 넘기지 않고 왜 그렇게 행동하는지 궁금해했다. '양쪽' 성에 똑같이 주의를 기울이게 하는 표준 행동 측정법을 개발했으며, 신기술로 암새를 정찰하여 그들이 수컷에 의한 성적 지배의 희생자이기는커녕 실제로 쇼를 이끄는 배후자라는 사실을 밝혔다. 또한 과거 다윈의 성적 고정관념을 뒷받침했던 실험을 반복하여 그 결과가 왜곡되었음을 폭로했다. (p.30-31)

「암컷들」은 (몇몇을 제외한)선대의 학자들이 인간을 제외한 동물들의 성질또한 거의 남성성 위주로 발견하려 했던 사실을 알려주고, 수컷만 진취적이며 용감하고 암컷은 소극적이라는 편견을 박살내며 개체의 다양한 성과 특징을 새롭게 알려준다. 너무 좋은 책인데 내 비루한 글쓰기 때문에 설명을 충분히 못하지만 일단 집어 들고 펼치면 넷플릭스 다큐 안 부럽게 재미있다. 다 읽고 여성주의와 동물권을 더 알아봐야겠다고 생각하게 만드는 「암컷들」 !! 정말 좋은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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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어감을 사랑하게 된 사람들
김영옥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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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 '나이듦', '늙음'을 생각하면 부정적으로 생각하지만 이 책에 나오는 몇몇의 사람들처럼 지금의 노년들이 배제되지 않도록, 나와 너를 비롯한 모두가 앞으로 더 잘 늙기 위해 행동하는 사람들이 있다. 노년의 집에 방문해 생활 습관에 맞춰 집을 고쳐주고, 씨앗 지키미 할머니들과 멸종위기인 토종 씨앗 지킴 운동을 하고, 노년의 생애를 끊임없이 말로 주고 받으며 이야기로 기록하는 사람들.


* 사람을 이해하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하는 일이나 문화적 취향, 즐겨 먹는 음식 등등. 내게 중요한 힌트는 무엇보다도 그가 어떤 장소와 공간을 찾는가, 그리고 어떤 사람들과 집중적인 관계를 맺는가이다. (p.234)


책을 읽기 전 제목만 보고 '내 나이 되어봐, 너무 재미있어!'라는 말을 읽고 싶었고 들을 수 있을까하는 기대를 했다. 완독한 지금은 '사회가 이 모양인데 그런 말을 어떻게 할 수 있겠어..!'싶다. 그래도 너도 내 나이가 되어보라는 이야기를 듣지는 못하더라도 내가 노년의 나이가 되었을 때 그 말을 해줄 수 있도록, 사회가 그은 선 안에 들어가서 같이 노는 방법을 생각하게 한다. 인터뷰어, 인터뷰이, 제목, 표지, 필력 등의 모든 것들을 다정함 그 자체로 만들어낸 책! 오랜만에 벅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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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보 까보슈
다니엘 페나크 지음, 그레고리 파나치오네 그림, 윤정임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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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보 까보슈는 강아지의 시점으로 '개'(나중에 반려인 사과가 직접 지은 이름이 '개'다.)가 쓰레기장에 버려진 후, 그곳에서 생활을 하다가 주인을 찾으러 도시에 오면서 시작된다.

정말 가슴 아팠던 장면, '개'를 대하는 사람들(특히 사과 부모🤬)의 난폭성때문에 빡치는 장면이 많았지만 기억에 남는 점은, 버려진 강아지들의 "내가 주인을 길들이는 것에 실패했다"는 말. 흔히 인간이 버려진 강아지 시점의 창작물을 만들 때는 '내가 싫어져서 버린거야', '내가 느려서 주인을 놓쳐버렸어', '이렇게 하면 주인이 좋아하겠지?'라는 말풍선이 가득인데 까보 까보슈는 그러지 않았다. 물론 버려졌다는 것은 온전히 인간의 잘못이고 죄다. 그렇기 때문에 "어쨌거나 내 잘못이야."는 말은 그렇지 않다고 말해주고 싶고 개들은 잘못이 없지만 "주인을 잘못 길들였으니."라는 말은 왠지 오래 남는다.

얼마 전 강형욱 훈련사의 <고독한 훈련사>에서 "개들이 우리를 선택해 준 거예요, 우리가 개들의 반려견이예요."라는 말. 이 말을 듣고 책 속의 멧돼지와 하이에누의 관계가 떠올랐다. 멧돼지는 주인이 아니라 내 친구라고 말하는 하이에누. 당연히 멧돼지 집은 내 집이기도 하고, 멧돼지는 내 친구니 누구도 건드리면 안 된다는 너무 멋진 반려가족도 있다.

✍️ 요즘 사과는 키가 컸다. 그리고 우리는 이제 절대로 다투지 않는다.

어린 반려인과 강아지가 서로 쿵쾅쿵쾅 박자를 맞춰가는 이야기. 꼭 한번 읽어보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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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의 나 현대문학 핀 시리즈 소설선 42
이주란 지음 / 현대문학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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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 유리와 유리가 같이 사는 언니의 이야기가 3개월의 일기처럼 써져 있는 '어느 날의 나'. 유리는 가끔 버스를 타고 돌아가신 할머니와 같이 살던 옛날 집에 가보고, (예전 집이 되어버린)우리 집에 이사 온 할머니와 안부를 나누고 다시 돌아온다. 그리고 언니와 같이 '영화'를 보고 같이 '산책'을 하며 "밥을 잘 먹고 잠을 잘 자고, 그게 사는 것이 아닌가, 그런 생각을 했다. 희망이라는 단어를 자주 쓰거나 대단한 미래를 꿈꾸며 살지는 않지만 내가 바꿀 수 없는 것들은 어차피 바꿀 수 없고 오늘 나는 그 어느 날의 나보다 괜찮으니까."(p.113-114)라고 생각한다.


이처럼 '어느 날의 나'는 특별한 큰 사건이 일어나지 않고 일상을 담담하고 흘러가듯이 살아내는 소설이다. 그리고 아무 일 없이 살아도 소설의 첫 문장('모르는 사람들이 내게 괜찮다, 말해주네.')처럼 말하고 듣는 사람들이 서로 봐주는 소설. 사실 (나를 포함한)어떤 사람들은 행복한 일이 없어도 좋으니 불행한 일도 없는 보통의 삶을 소망하지만 보통을 평범하게, 아무 일 없게 살아내는 일은 정말 힘들다. 이 점을 알아서 이 소설이 힘들게 써졌을 것도 알고, 그래서 더 울컥하게 되는 것 같다. 유리가 버스를 타고 예전 집에 가보는 것도. 특히 유리가 커튼을 사는 일. "두 시간쯤 커튼 사이트 이곳저곳을 돌아다녔지만 고르지 못했다. 나는 왜 커튼 하나 고르지 못하지? 나는 도통 내 취향을 모르겠다."(p.23)는 유리가 "별것도 아닐 테지만 나에겐 얘기할 만한 일. (..) 누구든 커튼에 대해서라면 커튼이 없더라도 한 마디씩은 할 수 있고 어떤 사람은 하루도 말할 수 있겠구나. 그런 걸 알게 되었다."(p.112-113)라며 바뀌는 순간은 생각할수록 울컥하고 좋다. 보통을 살지만 그래서 정말 열심히 사는 인물들이 울컥하고 좋다.


*해당 게시물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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