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의 나 현대문학 핀 시리즈 소설선 42
이주란 지음 / 현대문학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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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 유리와 유리가 같이 사는 언니의 이야기가 3개월의 일기처럼 써져 있는 '어느 날의 나'. 유리는 가끔 버스를 타고 돌아가신 할머니와 같이 살던 옛날 집에 가보고, (예전 집이 되어버린)우리 집에 이사 온 할머니와 안부를 나누고 다시 돌아온다. 그리고 언니와 같이 '영화'를 보고 같이 '산책'을 하며 "밥을 잘 먹고 잠을 잘 자고, 그게 사는 것이 아닌가, 그런 생각을 했다. 희망이라는 단어를 자주 쓰거나 대단한 미래를 꿈꾸며 살지는 않지만 내가 바꿀 수 없는 것들은 어차피 바꿀 수 없고 오늘 나는 그 어느 날의 나보다 괜찮으니까."(p.113-114)라고 생각한다.


이처럼 '어느 날의 나'는 특별한 큰 사건이 일어나지 않고 일상을 담담하고 흘러가듯이 살아내는 소설이다. 그리고 아무 일 없이 살아도 소설의 첫 문장('모르는 사람들이 내게 괜찮다, 말해주네.')처럼 말하고 듣는 사람들이 서로 봐주는 소설. 사실 (나를 포함한)어떤 사람들은 행복한 일이 없어도 좋으니 불행한 일도 없는 보통의 삶을 소망하지만 보통을 평범하게, 아무 일 없게 살아내는 일은 정말 힘들다. 이 점을 알아서 이 소설이 힘들게 써졌을 것도 알고, 그래서 더 울컥하게 되는 것 같다. 유리가 버스를 타고 예전 집에 가보는 것도. 특히 유리가 커튼을 사는 일. "두 시간쯤 커튼 사이트 이곳저곳을 돌아다녔지만 고르지 못했다. 나는 왜 커튼 하나 고르지 못하지? 나는 도통 내 취향을 모르겠다."(p.23)는 유리가 "별것도 아닐 테지만 나에겐 얘기할 만한 일. (..) 누구든 커튼에 대해서라면 커튼이 없더라도 한 마디씩은 할 수 있고 어떤 사람은 하루도 말할 수 있겠구나. 그런 걸 알게 되었다."(p.112-113)라며 바뀌는 순간은 생각할수록 울컥하고 좋다. 보통을 살지만 그래서 정말 열심히 사는 인물들이 울컥하고 좋다.


*해당 게시물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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