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딥 타임 - 빛도 시간도 없는 40일, 극한 환경에서 발견한 인간의 위대한 본성
크리스티앙 클로 지음, 이주영 옮김 / 웨일북 / 2022년 9월
평점 :
평균 온도 10도, 습도 100도, 빛도 시간도 없는 프랑스 남서부의 지하 동굴 롱브리브에서 전자기기는 물론, 시계도 지참하지 못한 채 무려 40일을 지내게 된 15인. 사회에서 통용되던 규범이 사라지고 생활 조건도 붕괴된 극한 상황에서 40일을 함께한 그들에게 어떤 일이 일어났을까?
🙋♀️전 세계 언론이 주목했다는 '딥 타임 프로젝트'를 1도 몰랐던 나는 이 책이 수잔 레드펀의 <한순간에> 같은 소설인 줄 알았다. 한 가족처럼 지냈던 사람들과 함께 목숨이 위태로운 상황에 처했을 때, 오랜 세월 소중히 여긴 관계가 얼마나 쉽게 무너질 수 있는지...어떤 인간의 민낯은 그 추악함이 상상을 초월할 정도라는 것 등을 알려주는 불편한 픽션 말이다.
하지만 이 책은 실제 모험기를 담은 철저한 논픽션이었고 인간의 저열한 본성이 아니라 위대한 본성을 발견하는 여정을 그렸다.
빛도 시간도 없는 동굴 속에서 그게 어떻게 가능한가 싶을 텐데 정확히 말하면 빛이 없진 않았다. 동굴 속이니 당연히 어둡긴 한데 이들에겐 동굴의 태양 역할을 하는 둥그런 조명등, 에어스타가 있었다. 최소 세 명 이상이 모이면 켠다는 규칙이 있긴 했지만 에어스타가 아니더라도 각자의 헤드 랜턴으로 독서를 하기도 했으니 정확히는 빛이 없다가 아니라 자연광이 없었다고 해야 맞을 것이다.
그래서 조금 낚였단 생각이 들기도 했는데 저자와 딥 타임 프로젝트의 목적을 알고 나니 처음과는 다른 기대감이 모락모락 피어올랐다.
먼저 저자 크리스티앙 클로는 극한의 환경에서 인간의 한계를 실험하는 스위스 출신의 탐험가로 2014년에 인간 적응력 연구소를 설립하여 뇌 과학, 생태학, 인지 심리학 등 여러 전문가와 협업하여 인간의 적응 메커니즘을 본격적으로 연구하기 시작했다.
이후 인간의 위기 대처 능력을 가장 설득력 있게 진단한다는 평가를 받으며 TED 강연, 다큐 제작, 집필 활동 등을 통해 인간의 적응에 대한 통찰을 나누던 중 '딥 타임 프로젝트'를 진행함으로써 2021년에 전 세계적인 화제를 모았다고.
프로젝트 진행 시점에 주목해보면 코로나19가 전 세계를 강타한 이듬해인 2021년이다. 봉쇄조치로 세계 인구의 절반 이상이 자신이 있는 곳에서 오도 가도 못한 지난해, 인류는 코로나19에 대한 과학적인 데이터와 지식이 부족해 즉각 대응하지 못했다. 그래서 사회적 거리두기와 추가 봉쇄 조치가 반복되는 동안 변화한 세상에서 함께 사는 법을 찾는 데 골몰한 사람들이 있었고 크리스티앙 클로는 그 중 한 명이었던 것이다.
그는 봉쇄조치로 이동의 자유가 제한되면서 시간 개념을 잃었다고 토로하는 사람들이 많아졌음을 발견하고 무시해선 안 되는 신호로 받아들였다.
그래서 수백만 명이 시간 개념을 잃어버린 무질서한 상황과 비슷한 조건을 설정하여 인간의 적응력, 집단 행동 능력을 제대로 이해하고자 '딥 타임 프로젝트'를 실행했다.
'딥 타이머'라고 불리는 참가자 15인이 동굴에서 보내는 하루하루는 낮과 밤으로 이루어진 24시간이나 시계가 가리키는 시간에 따르지 않는다. 그들은 오직 자신의 생체리듬에 따라 잠들고 깨며 그 사이클이 하루를 세는 단위가 된다.
딥 타임 프로젝트는 2021년 3월 14일 저녁 8시에 공식적으로 시작됐다. 자발적으로 40일 동안 동굴 안에 갇힌 15명에게 시간은 어떻게 작용했을까? 그동안 식사와 배변은 어떻게 해결했을까? 열악한 환경은 그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을까? 크리스티앙 클로가 발견한 인간의 '위대한' 본성이란 무엇일까? 그리고 15명은 무사히 생환했을까?
참고로 15명 사이에는 기본 규칙이 딱 세 개 있었는데 이런 걸 안 지키는 인간은 어디에나 있는 모양이다. 대체 왜 그럴까? 이 모든 질문의 답이 #딥타임 안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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