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펜하겐 3부작의 마지막인 <의존>은 글을 쓰는 꿈을 이루고 작가로서 명성도 얻은 토베 디틀레우센이 극단적 선택으로 삶을 마감하게 된 비극의 서막을 보여준다.<의존>의 중반부까진 그녀가 지독한 외로움 때문에... 아니면 문제가 생길 때마다 원인을 모두 본인 탓으로 돌리는 낮은 자존감 때문에 극단적 선택으로 삶을 마무리한 줄 알았는데 전혀 아니었다. 그녀는 11년 동안 총 네 번의 결혼을 했는데 세번째 남편이었던 놈 때문에 데메롤이란 진통제에 중독되어 끝내 자멸했다.누군가는 그녀의 파멸이 굉장히 안타까울 테지만 난 딱히. 그녀는 단 한번도 누군가를 진정 사랑해서 결혼했거나 관계를 완벽하게 정리한 후 다음 남자를 만난 적이 없기 때문이다. 모든 것이 정상으로 돌아가기 위한 최선으로 '낙태'를 선택하는 것도 공감하거나 동정하지 못했다. 📚"내가 원치 않는 일은 뭐든 내게 일어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 그건 덫에 걸리는 것과 같다. 게다가 또 다시 모유 수유로 불감증이 찾아온다면 우리의 결혼 생활은 버텨 내지 못할 것이다. 그 시절에 에베가 나를 만질 때의 그 느낌을 앞으로는 참지 못할 것 같다. -p.110다음은 그녀가 첫 낙태후 크리스마스 이브에 희미한 야간등 불빛 속에서 쓴 시다.📚"약하고 두려워하는 이와 함께피난처를 찾은 이여,너를 위해 자장가를 부르네밤과 낮 사이에......" -나는 내가 한 일을 후회하지 않는다. 하지만 내 마음 속 어둡고 빛바랜 복도에는 희미한 흔적 하나가 남아있다. 마치 젖은 모래 위에 찍힌 어린아이의 발자국같은-p.129이때까지만 해도 죄의식이라도 있는 것 같아 조금은 이해했었는데 두번째 낙태에서 나의 공감능력이 밑천을 드러냈다. 본인의 표현에 따르면 토베는 '글을 쓰지 않을 때는 임신을 하는 여자'... 친구에 따르면 바깥 바람을 쐬기만 해도 임신을 하는 여자'였던... 실제로 바람을 피울 때마다 임신했으니 참 절묘한 표현이다.📚"긴 쿠션 의자에 누워 손끝 하나도 움직일 수 없는 무력한 상태로 내 타자기를 바라보는 동안, 머릿 속에서는 길고 아름다운 문장들이 흘러 다녔다. (중략) 주사의 효과가 사라지자 눈물이 펑펑 쏟아졋고, 여름이 막 시작된 참이었는데도 몸이 덜덜 떨리는 바람에 깃털 이불을 턱까지 끌어올려야 했다. "이건 끔찍해." 나는 허공에 대고 소리 내 말했다. "못 견디겠어." 내가 뭘 해야 할까? 떨리는 두 손으로 어렵사리 옷을 입었더니 옷가지 하나하나가 내 피부를 긁어댔다.(중략) 내 앞에 놓여있는 몇 시간이 몇 년처럼 느껴졌고, 살아서 그 시간을 건너갈 수 있을 것 같지 않았다. "-p.166📚"내가 다시 글을 쓰게 되기는 할까? 오래 전, 데메롤 약효가 퍼지기 시작할 때마다 문장과 싯구들이 내 머릿속을 이리저리 날아다녔던 순간들이 기억난다. 하지만 이제 그런 일은 없다. 더없이 행복했던 그 옛날의 상태는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p.205자신의 창작력을 극대화해주는 줄 알았던 약물이 결국 글을 쓰고싶단 욕망마저 앗아갔던 건 안타깝지만... 결국은 다 스스로의 선택이었다. 너무 냉정한가. 하지만 또 한번의 외도로 만난 네번째 남편과의 대화도 가증스러웠는걸.📚"사랑에 있어서 끔찍한 점이 있다면 그거예요." 내가 말했다. "다른 사람들에 대한 관심이 없어진다는 거요.""맞아요." 그가 말했다. "그리고 결국에는 항상 엄청나게 고통스러워지죠."-p.243정말 고통스러운 건 너희들의 외도를 알게 된, 너희를 정말 사랑했던 배우자일 텐데 자기들의 바람을 정당화하는 느낌. 못마땅했다. 다만 사랑에 빠진 젊은 커플들을 보는 게 힘들었다는 데는 공감한다. 나도 알콩달콩 연인들 보면 너무 예쁘지만 맘 한구석이 좀 시큰한 지 쫌 됐거든. 저한테 공감하시는 분 계신가요. 우리 서로 의존…..은 말고 토닥토닥하기로 해요💛#코펜하겐삼부작 #도서협찬 #을유문화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