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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물의 소멸 - 우리는 오늘 어떤 세계에 살고 있나 ㅣ 한병철 라이브러리
한병철 지음, 전대호 옮김 / 김영사 / 2022년 9월
평점 :
'별점. 좋아요로 평가받는 정보자본주의의 민낯'
인스타로 소통하는 우리 역시 정보자본주의의 한복판에 있는 셈인데 여러분은 그 세상이 마음에 드시는지 궁금하다.
북스타그램을 하고있긴 하지만 사실 난 sns에 꽤 회의적인 편이다. 넘쳐나는 거짓정보나 허영심, 과시욕도 싫지만 그보다 더 별로인 건 sns 특유의 피상적인 관계. 내가 팔로잉하는 계정이 잘 늘지 않는 이유다. 팔로잉이 많아지면 진짜 소통하고 싶은 분들과의 소통이 어려워진다는 단점이 있더라고. 진짜 넓고 얕은 지식은 나쁘지 않지만 인간관계만큼은 좁더라도 깊은 게 좋은데 sns는 그런 관계 형성에는 적합하지 않다. 왜냐고?
"정체성은 오늘날 주로 정보를 통해 제작된다. 우리는 소셜미디어라는 기반 위에서 우리 자신을 생산한다. (중략) 우리는 우리 자신을 연출한다. 우리는 우리의 정체성을 공연하다."-p.27
난 진짜 있는 그대로인데? 라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예컨대 난 '책사'라는 정체성을 공연 중인 셈이다.(근데 난 대체 공연을 어떻게 하고 있기에 남자로 아는 분들이 계시질 않나, 오빠가 있거나 막내거나 외동이란 이미지가 있는 걸까. 현실에선 단 한번도 들어본 적 없는데...역시 sns는 신기함)
이렇게 신기한 sns의 발달로 연결되어 있는 우린 서로를 궁금해하고 진심을 나누기도 한다. 그게 내 삶에 힘이 되어줄 때도 있어 진심으로 고마움을 표하기도 한다. 웃긴 건 어느 순간 이 모든 게 없어져도, 갑자기 끊어져 버려도 이상한 건 정말 순간일 뿐이란 거다. 우리의 현실에 아무런 지장을 주지 않는다. 이런 게 싫다.
우리가 주고받았던 진심의 편린들은 순식간에 휘발되어 버리고기계적으로 주고받은, 별 의미없는 좋아요만 어느 클라우드에 남는 게 지금 우리가 소통하고 있는 세계다.
그래서 #사물의 소멸 의 저자 #한병철은 디지털화한 세상에서 우리가 세계와 관계 맺는 방식을 성찰하고 정보와 소통에 대한 열광, 이것이 낳는 문제까지 신랄하게 지적한다.
누군가는 이렇게 가독성 좋은 철학책 찾기 어렵다 하시던데 난 모르겄다~ <피로사회>때도 느꼈지만 한병철 님의 문장은 내가 소화하기엔 난이도가 높다.
하지만 사물보다 정보를 더 많이 생산하고 소비하는 우리를 지적하면서 만나면 자기 스마트폰만 들여다지 말고, 서로 소통을 하란 식의 골자는 아날로그 감성을 선호하는 내겐 참 반가운 것이었다.
"디지털화는 세계를 탈사물화하고 탈신체화한다. 또한 기억을 없앤다. 기억을 되짚는 대신에 우리는 엄청난 데이터를 저장한다. 요컨대 디지털 매체들이 기억 경찰을 대체한다. 디지털 매체들은 전혀 폭력 없이, 또 큰 비용 없이 임무를 완수한다."-p.9, 서문 중에서
"벤야민은 잘 알려진 라틴어 격언을 인용한다. "책들은 고유의 운명을 가졌다." 그의 해석에 따르면 책은 사물로서, 소유물로서 존재하는 한에서 운명을 가진다. 그런 책은 역사가 남긴 물질적 흔적들을 보유하고 있다. 전자책은 사물이 아니라 정보다."-p.30
"정보자본주의는 첨예화된 자본주의다. 산업자본주의와 달리 정보자본주의는 비물질적인 것 마저도 상품으로 만든다. 삶 자체가 상품의 형태를 띠게 된다. 모든 인간관계가 상업화된다. (중략) 정보자본주의는 우리 삶의 구석구석을, 정말이지 우리 영혼의 구석구석을 남김없이 정복한다. 인간적 호감은 별점 평가나 '좋아요'로 대체된다. 친구는 무엇보다도 먼저 개수를 세어야 할 대상이다.-"p.32
#도서협찬 #김영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