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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이 물었다 - 소중한 것들을 지키고 있느냐고
아나 아란치스 지음, 민승남 옮김 / 세계사 / 2022년 12월
평점 :
브라질에서 완화의료의 최고 권위자로 꼽히는 의사, 아나 아란치스가 죽음을 목전에 둔 환자들과 그들을 보살피며 '좋은 죽음을 위해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에 대해 깨달은 바를 말하는 책이다.
📚 완화의료란 삶의 끝자락에 나타나는 다양한 증상, 특히 통증을 완화시켜 인간이 존엄성을 가지고 세상을 떠날 수 있도록 하는 돌봄의 의학이다. (중략) 완화의료를 흔히 안락사 시켜주는 의사로 오해하는 사람도 있지만, 완화의료는 오히려 안락사를 막아준다. 통증이 없어지고 증상이 좋아지면, 환자는 죽음을 찾아가는 일에 집착하지 않는다.-p.10
사실 저자가 전하는 메시지는 그다지 특별하지 않다. 결국 현재에 충실하란 얘기니까. 하지만 환자들에게 '더 이상 해줄 수 있는 게 없다'고 말하는 의사들은 틀렸다고, 치료할 방법은 없을지라도 그 환자를 위해 할 수 있는 다른 일은 많이 남아있다며 끝까지 보살피는 삶을 20여년 째 살고있는 그녀이기에 남다른 울림으로 다가온다.
고민이 많았던 내겐 뜻밖의 변곡점으로 남을 책이기도 하고.
📚 "당신은 왜 여기서 일하고 있습니까? 왜 하루의 여덟 시간을 이곳에 투자하고 있습니까? 왜 인생의 3분의 1을 이곳에서 보내고 있습니까?"-p.100
우린 결국 모두 작별한다. 언제, 어떻게 헤어지게 될 지 모를 뿐. 그 순간이 왔을 때 어떻게 해야할지 몰라 수돗꼭지만 틀어놓고 싶지 않았는데… 그래서 두고두고 읽을 내용 일부를 하기해둔다. 이 책은 꼭 많이들 보셨으면 좋겠다.
📚좋은 죽음은 나이를 먹으면서 흰 머리카락이나 주름살같이 자연스럽게 얻게 되는 것이 아니다. 박완서 작가가 <보시니 참 좋았다>에서 "명품으로 치는 골도품도 태어날 때부터 명품이었던 게 아니라, 세월의 풍상과 사람들의 애정이 꾸준히 더께가 되어 앉아야 비로소 명품이 된다." 라고 한 것처럼 웰다잉(well dying)은 삶의 골동품 같은 것이다. 죽음에 이르러 무엇인가 변화되는 것이 아니라, 살면서 차곡차곡 더께가 되어 얻는 삶의 결과물인 셈이다. (중략)저마다 주어진 삶을 잘 녹여내야만 누릴 수 있는 우리의 마지막 축제이다.-p.12
📚사람들은 결국 살아온 대로 죽는다. 의미 있는 삶을 살지 못했다면 의미 있는 죽음을 맞이할 기회도 가질 가망도 없다.-78
📚삶은 우리가 그 시간 동안 행하는 것이며, 우리의 체험이다. 날이 저물기를, 주말을, 휴일을, 은퇴를 기다리며 삶을 보낸다면 죽음의 날이 더 빨리 오기를 열망하는 것이다. -p.107
📚나는 의식을 지니고 생각하는 인간이라는 동물의 다수가 본능적이고 잔인하게 행동한다는 걸 분명히 안다. 그들은 생각과 감정, 태도에 있어 깊이가 없다. 그래서 인간화가 절실히 필요하다. 우리는 하나의 존재(being) 이며 그 존재의 과정이 어떻게 끝나는지 알아야만 인간존재가 될 수 있다. 우리는 죽음의 날이 올 때까지 인간이 되기 위해 저마다 자신을 체계화하고, 발견하고, 실현해야 한다.-p.116
📚죽음은 내게 개인적으로 가장 위대한 성취가 될 것이다 -p.122 , 클라리시 리스펙토르
📚삶을 잘 사는 가장 쉬운 방법은 일상 속에서 다음의 다섯 가지를 지키는 것일지도 모른다. 감정을 표현하기, 친구들과 함께하기, 자신을 행복하게 만들어주기, 스스로 선택하기, 일하는 동안 만이 아니라 삶 전체에서 의미를 지니는 일 하기, 그러면 어떤 후회도 남지 않을 것이다.-p.221
📚고인이 된 소중한 사람과 함께 웃었던 때를 추억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나는 애도자와 상담할 때 고인에게 배운 좋은 것들을 모두 나열해보라고 말한다. 그리고 고인과 함께 나눈 즐거웠던 기억들도 떠올려보라고 제안한다. 두가지 제안을 하면 애도자는 모든 고통의 한가운데서도 고인과 새로운 방식들로 재회하며 내 앞에 아름다운 광경들을 펼쳐 보인다.다. 애도자는 으레 상실, 병,고통, 죽음에 대해 이야기하지만 나는 애도자로부터 고인과 함께한 삶에 대한 기억, 그 행복하고 강렬하며 변화를 만드는 추억을 불러냄으로써 그들이 맺은 관계의 본질을 되살린다.-p.261
✅️ 브라질 의사라더니 얼마 전 읽은 브라질 문학 <야생의 심장 가까이>의 클라리시 리스펙토르의 글을 많이 인용했더라. 좋은 문장이 많아 리스펙토르의 재발견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