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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이 필요한 시간 - 다시 시작하려는 이에게, 끝내 내 편이 되어주는 이야기들
정여울 지음, 이승원 사진 / 한겨레출판 / 2023년 1월
평점 :
문학을 왜 읽으시나요?
지금의 저는 선명한 표현력과 다양한 감정적 추체험, 인생에 대한 통찰을 얻음으로써 좀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싶어 문학을 읽는데요. (그래서 한 편 제대로 보려면 정말 오래 걸려요 #24시간이모자라 )
정여울 작가는 주로 자신이 알고 있는 세상이 와르르 무너지는 느낌이 들 때, 가족에게는 차마 내 나약함을 보여줄 수 없을 때, 나의 평범한 일상 바깥에서 나를 아무 기대 없이 바라봐줄 누군가의 간절한 응원이 필요할 때 문학을 읽었나 봅니다. 그러다 보면, 현실에서는 발견할 수 없었던 '마음 둘 곳'을 발견했다고 해요.
📚제 마음을 둘 곳은 정해진 한 사람이 아니라 모든 존재들의 '사이'였습니다. 문학은 내게 '사이에 존재하는 법'을 알려주었습니다. 고통과 나 사이, 사람과 사람 사이, 슬픔과 슬픔 사이, 현재와 과거 사이에 존재하는 법을 가르쳐주었습니다. 현재의 나에만 집착하면 결코 보이지 않는 것들을, 저는 모든 존재의 '사이'에 존재함으로써 보고 듣고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중략) 성공을 향한 집착을 끊어내고, 타인의 고통에 공감하고 연대하는 삶을 꿈꾸게 해준 것도 문학의 힘이었습니다.-p.7~8
이 책은 자존감이 밑바닥을 치던 정여울 작가에게 큰 힘이 되어주고, 모든 것들의 사이에 존재하는 법을 가르쳐주었다는 서른 개의 문학 작품에 대한 에세이인데 동서양 고전과 현대문학뿐 아니라 영화, 음악 같은 대중문화까지 아우르고 있습니다.
전 희곡 <오이디푸스 왕>과 영화 <톨킨>, 가수 이소라의 음악을 다룬 글들이 인상깊었는데 가장 좋았던 건 의외로 프롤로그보다도 먼저 만난 '책머리에' 글이었어요. 위에 인용한 글도 그 일부인데 모두가 양극단에서 대립하느라 바쁜 요즘이야말로 '문학이 필요한 시간'이란 생각이 들었달까요.
언젠간 써먹어 볼 생각입니다. 누가 도대체 책을 왜 보냐고 물어보면… "어떤 작가님이 그러더라. '사이에 존재하는 법'을 배운다고.. 나도 좀 그런 것 같다."라고요.
제가 책을 읽는 이유 중 하나는 바로 이런 거, 내 마음 같은 글을 찾는 거거든요. 선명한 표현력과는 조금 달라요. 내가 뭘 원하는지, 어떤 사람인지 알아가는 느낌.
아, 일종의 '자아발견'이겠네요!
여러분은 왜 문학을 읽으시는지 궁금합니다.